춤, 현장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 입구에는 김창현의 전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창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연속 입상한 작가로 달마대사나 불상이 새겨진 전각, 불경이 적힌 부채 등을 볼 수 있었다.
7월 24일 밤. 40여명의 관객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in us move의 <반조>, Im dance project 10의 <천개의 공>, 댄스컴퍼니 마묵의 <무사유>가 무대에 올랐다. <반조>는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됨을 표현한 3인무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듯 2명이 똑같은 동작을 하기도 하고, 3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동해가는 움직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천개의 공>은 불교 ‘천도제’를 모티브로 천 번의 비움을 통해 삶과 죽음의 고통과 두려움을 비워내며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춤이었다. 2명의 여성무용수가 팔을 교차해서 잡고 서로를 밀어내려고 하지만 서로 교차되어 있는 팔이 둘을 떨어질 수 없게 하는 동작을 통해 생(生)과 사(死)의 관계를 표현하는 듯 했다.
<무사유>는 불교 경전 중 하나인 ‘관 무량수경’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경전의 스토리를 형상화한 것이 아닌 경전에 근거해 16관법을 스스로 행하고 관하면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안무화한 것이다. 무대 중앙에 물을 담은 대아를 두고 세 명의 무용수가 마주 보고앉아 시작했다. 주로 손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서로의 손을 포개기도 하고 맞잡기도 하면서 동작을 이어나갔다.
소극장의 작은 공간 탓도 있었지만 무용수들의 진솔함이 더욱더 작품에 집중하도록 한 공연이었다. 무대에 오른 무용수들이 작품에 집중하고, 춤에 집중하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에 관객들 또한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 불교가 전파된 것은 372년 삼국시대로 무속신앙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된 종교이다. 따라서 불교문화는 한국인들에게 종교적 의미만이 아닌 역사적 의미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무용 전공자라면 누구나 불교무용을 배웠을 것이다. 불교무용은 불교 의식에 쓰이는 무용으로 <승무> <바라춤> <법고> <나비춤> 등이 있으나, 무용사적 측면에서는 춤의 종류에 대해 다루면서 불교무용을 배운다. 이러한 불교무용을 중심으로 한 ‘제1회 불교무용대전’이 지난 7월 한 달 간 진행되었다.
7월 3일부터 26일까지 매주 금·토·일 대학로 소극장-스튜디오SK에서 진행된 ‘불교무용대전’은 <승무> 등의 전통적 작품보다는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컨템퍼러리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대학로 소극장-스튜디오SK는 성균소극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50여석 규모의 아늑한 소극장이다.
불교무용대전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었다. 첫 째 주에는 한국넋전춤연구보존회의 <넋전아리랑>이 무대에 올랐다. 넋전무는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고, 영혼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고, 가정과 가족의 평안을 염원하는 마음을 넋전에 담아 추는 춤으로 양혜경의 독무로 추어졌다.
둘째 주에는 심현주-Dance with us의 <세가지의 業>, 자명희·정연희의 <쌍승무>, 우리소리연구회-솟대의 <문수사자놀이>가 무대에 올랐다. 불교에서 업을 짓는다는 것은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로 짓는다는 뜻으로 이를 형상화한 춤이 <세가지의 業>이다. 자명희·정연희의 <쌍승무>는 조선의 마지막 궁중 춤 선생이였던 이장선으로부터 남원의 조갑녀로 이어진 승무를 쌍승무로 재구성한 것으로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균형을 찾고자 한 춤이다. <문수사자놀이>에서 문수사자는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며 중생을 편안하게 했다는 사자로 함경남도 북청지방의 사자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셋째 주 역시 다양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중생들의 어두운 삶을 표현한 라온댄스컴퍼니의 <무애행>,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홍은주의 한영숙류 <승무>, 죽은 이의 시신을 불에 태워 그 유골을 거두는 전통불교의 상례절차인 ‘다비’를 모티브로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윤회사상을 담은 댄스컨템포러리 Joon-mo의 <다비>를 선보였다.
공연된 작품들은 4월 한 달 간 공모를 통해 모집한 작품이며, 심사를 통해 대상과 작품상이 수여된다. 수상자 발표와 시상식은 8월 첫째 주에 진행될 예정이다.
불교무용대전이라고 해서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바라춤>이나 <나비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넋전아리랑>과 <승무>를 제외하고는 무게감 있는 전통 불교무용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전통 불교무와 불교사상을 모티브로한 컨템포러리 작품이 적절한 비율로 프로그래밍 된다면 종교적 의미만이 아닌 역사적 의미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불교무용대전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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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_ 불교무용대전 기획 이철진 대표
이보휘 어떤 계기로 불교무용대전을 기획하게 되었는지요?
이철진 제 주변에 개인적으로 불교 성향을 가지고 춤을 추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종교를 떠나서도 불교가 오래동안 이어져온 역사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불교의 정신을 가지고 춤을 추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작품을 들을 모아 하나의 공연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10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주제가 정해져 있다 보니 프로그래밍에 제약이 있었을듯한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알다시피 이번 참가 작품은 공모를 통해 선정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셔서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단체는 동영상 자료를 받아서 심사를 했고, 다수의 작품은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것들로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이었습니다.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바라춤>이나 <나비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대부분이 컨템포러리한 작품이라 아쉬웠습니다.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스님이 <넋전춤>을 추시고 <승무>가 들어오긴 했지만 특히 마지막 주에는 현대적 작품으로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우리 고유의 전통춤이 들어갔으면 했는데 이제 시작하는 과정이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불교뿐만 아니라 무용계에도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무용제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사실 이번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도 종교인들이 아니라 무용공연을 보고자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불법승을 소재로 하지만 종교적인 색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