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춤추는 여자들’(장은정, 최지연, 김혜숙, 강애심)이 청소년 힐링에 나섰다. 2014년,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로 중년여성들을 위로했다면, 이번엔 청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Young 바비레따〉로 돌아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을 위한 '극장은 내친구' 사업의 일환으로, 8월 3일부터 9월 21일까지 매주 월요일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공연하고 있다.
'바비레따'란 러시아에서 늦여름에서 초가을 무렵으로 넘어가는 찬란한 계절을 일컫는 말로, 젊었을 때보다 더욱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중년 여성을 칭한다. 그러나 〈Young 바비레따〉에서는 인디안 섬머(가을에 한동안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따스한 기간)라는 의미로 접근하여 현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전달한다.
복잡한 대학로를 지나 아르코예술극장으로 들어서면 일순간 조용해진다. 월요일이라 대극장 공연이 없는 탓이다. 그러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극장에 들어서면 청소년뿐만 아니라 함께 온 엄마, 아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그리고 젊은 커플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들뜬 모습으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좀 놀아본 언니들과 함께 노는 시간. 청소년의 취향을 고려한 듯 투애니원의 ‘날 따라 해봐요’라는 노래에 맞춰 한바탕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모든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한 가득이다. 즐겁게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놀다보면 관객들은 공연을 바라보는 관람자가 아닌 함께 이끌어가는 공연자가 되어있다.
분위기를 바꿔 강애심 배우가 한 편의 시를 읊어 준다. 킴벌리 커버거의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로, 〈Young 바비레따〉를 통해 ‘춤추는 여자들’이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면서 부모는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그럼에도 여러분을 매우 사랑하고 있음을 이야기 해준다. “어떨 때 부모님이 싫은가?”라는 질문에 한 학생은 “잔소리를 하실 때 싫다”라고 하면서도 “다 나를 위해 하시는 말이라는 것을 안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짧은 이야기 시간이 지나고 특별한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 전 진행된 워크숍에 참여했던 사람들로 3팀의 모녀가 함께 무대를 꾸몄다. 화려한 움직임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엄마와 딸이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만으로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지인을 통해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다는 엄희숙(41세)씨는 “꼭 잘 춰야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이 없었고, 작은 동작 하나로 소통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대화가 되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또 공연도 하게 되어 더 좋았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춤추는 여자들과 유윤호의 무대가 이어졌다. 방황하는 청소년과 그를 대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여기서 여인은 엄마 혹은 여자친구 혹은 선생님일 것이다. 그들의 열정적인 움직임에 관객들은 눈을 때지 못했다. 마지막 “사랑에 열중하고”라는 강애심 배우의 대사에 관객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펼쳐지는 댄스파티이다. 한 시간 반 동안 함께 춤추고, 노래 부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편안해진 관객들은 자신을 모두 내려 놓은듯 열정적으로 춤췄다. 엄마, 아빠,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을 데리고 온 선생님까지 모두 함께 즐기는 댄스 파티였다.
아들과 함께 온 심기석(47세)씨는 “원래는 <당신은 바비레따에 살고있군요>를 보고 싶었는데 그 때 못 봐서 오늘 오게 되었다. 아들과 함께 봐서 더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이가연(16세) 학생은 “제 생애 최고의 공연이었고 잊지 못할 것 같다. 모든 장면 장면들이 감동적이었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문화센터를 통해 공연을 보러 왔다는 왕금봉(29세, 중국인)씨는 “아이와 함께 율동을 하면서 사랑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감동적이었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공연 본 소감을 전했다.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에서와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 하면서 진행되는 공연의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장면 곳곳에서 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엿볼 수 있는 있었다. 다음엔 또 누구를 위로해 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를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았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