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춤중심 극장으로 성장해가던 강동아트센타(전 대표 이창기)가 올해부터 구(區)예산 삭감으로 ‘스프링 댄스 페스티벌’을 치르지 못하였다. 접근성 문제를 지역에서의 춤관객 개발에 대한 의욕으로 치환시키는 동시에 상주단체를 품어내는 넉넉함과 축제의 개막작을 상당한 제작비를 투자하여 직접 제작하는 열의를 보이는 등 춤계의 든든한 벽이 되어주던 일련의 흐름마저(상주단체사업은 제외하고) 끊겨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결론을 낳은 지역의 사정이 있겠지만 춤계에서 받을 크고 작은 타격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서울문화재단 지원금으로 진행해오던 대학무용제만 올해 4회를 맞아 진행되었고, 작년부터 대학무용제의 하나의 섹션으로 시작된 대학생 중심의 경연인 ‘무대 둘’이 대학무용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보인다. 대학무용제가 적지 않은 상금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대학간 경연의 형태가 되다보니 교수님들의 촉각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잘 나가는 강사를 앞세워 참가하는 등 이런저런 무용제를 잘 가꾸어 가려는 노력 속에서도 묘수가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희박해져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학생들의 자유참가 부문은 대학무용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창작에 좀 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그들의 창작력을 제고시키는 하나의 방안으로 제안되었고 작년에 이어 올해는 상금이 몇 십 만원 수준에서 1등 500만원(1작품), 2등 300만원(2작품으로 대폭 상향조정되었다. 그래서인지 총 16개 작품이 응모하여 10개 작품이 실연심사에 참여 하였고, 그중 3개의 작품이 입상하게 되는 과정 모두가 학생 중심의 열기와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실연심사에 참여하면서 학생들만의 감각과 그들의 고민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원래의 취지처럼 학생들 스스로 준비하고 응모하는 그 과정과 건강한 경쟁이 그들에게 자기 학교에만 머무는 좁은 시야를 확장시키고 서로 보고 배우는 자극이 될 것이라는 기획의도는 어느 정도는 실현된 듯 보인다. 10개의 작품 중 적어도 4개의 작품(경희대-현대춤, 단국대, 한양대 안산 캠퍼스, 중앙대)만이 예술감독을 교수로 두었고, 6개의 작품(한국체대 2개 작품, 경희대-한국춤, 단국대, 이화여대, 한양대)은 학생 안무만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1등 수상작인 〈非 Happy〉 (황찬용 안무, 황찬용, 최영준 출연)는 꾸밈없는 목소리의 사투리가 포함된 나레이션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통해 동화적으로 접근한 풋풋한 정서의 작품이었다. 학생다운 풋풋함과 남자 2인무의 구성과 기량은 깔끔했으나, 동작의 구성은 많은 부분 unison으로 진행되어 보는데 지루함을 해결하지 못하였고, 나레이션의 구체성과 춤의 추상성이 관객의 이질적인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작품으로의 집중력을 모아내지는 못하였다.
2등작인 〈LDB - Life or Death Boundary〉(김준영 안무, 김준영, 박다은, 윤학섭, 강지현 출연)은 삶과 죽음과 그 경계라는 거대 주제만큼이나 사다리라는 소품과 스모그, 역광의 절제된 조명으로 느와르의 정취를 한 껏 살린 작품이었다. 젊음이 다룰 수 있는 죽음과 죄의 무게감이 잘 형상화 되어 풍부한 감수성으로 접근하는 젊은 감각이 잘 담겼으나 결론을 진부하게 끝낸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하나의 2등작인 〈Desire〉(강정무 안무, 김석민, 김예찬, 강정무, 송예슬, 이정은 출연)은 욕망에 대해 “채우고 채워도 채울 수 가 없다”는 단 한 줄의 작품설명만으로 욕망에 간병하게 접근한다. 재즈 음악이 꽤나 인생에 깊은 통찰과 노련함이 있음을 안정적으로 암시했으며 의자를 가운데 놓고 5명이 욕망의 그림자의 허한 면을 마치 인형이 된 듯한 흐느적거림과 끝없는 갈급함으로 잘 묘사하였다. 음악과 안무가 세련되게 맞아 떨어진 면과 완성도와 안정감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완성도는 취약하더라도 그들만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새벽 5시>(양진혁 안무, 양진혁, 손준형, 정슬, 한규리, 백수정 출연)와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지 마십시오>(허준환 안무, 조영빈, 이주현, 김희연, 김한솔, 박현지, 한승지 출연)와 <퐁당 퐁 돌 던 자>(차규화 안무, 차규화외 9명) 였다.
<새벽 5시>는 어떤 청년에게는 시작하는 시간이자 누군가에게는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으로 새벽 5시를 포착한 감수성이 돋보였다. 같은 시간대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청년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헤비메탈의 격렬한 음악과 무음의 대비 속에서 삶의 어둠과 죽음을 에너지 충만한 것으로 만들면서 흰옷을 입은 여자가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듯이 흐름의 중심을 잡으면서 끌고 가는 방식이 아주 낯설고 신선한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지 마십시오>는 보기 드물게 가벼운 터치로 형식에 초점을 맞춘 세련된 작품이었다. 흑백 스트라이프 상의, 썬그라스, 말총머리의 6명의 여자 무용수들이 거의 흡사한 복제인간의 모습으로 종종걸음으로 이동하고 동작을 반복하는 것 만으로 무대를 꽉 채워 나간다. 대학내 현대춤의 여러 제한과 관습을 훌쩍 뛰어 넘은 작품으로 주제를 실현해 내는 힘은 아직 없지만 대학생 감각에 맞는 요소들을 무용을 넘어 다른 세계로부터 가져온 듯한 자유함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였다.
<퐁당 퐁 돌 던 자>는 자극과 파장을 관계를 일으키는 동력으로 보는 감각을 경쾌한 동작과 구성, 후반에 다양한 컬러의 공을 다수 무대에 투입하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아동스러운 면은 있으나 전반부는 자신들만의 감각으로 끌고 가는 힘이 신선하게 돋보였으나 후반부에 주제를 어떻게 완결지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을 찾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대학생들의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발견된 것은 아직 자신들이 주로 교육받고 관람한 내용인 기성무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그들이 아직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이기에 당연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무대 둘’은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다른 콩쿨과는 분명 다르게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인데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지 자신을 펼치는 자세가 빈약하였다.
그럼에도 흥미로웠던 것은 자신들끼리 작품을 만든 흔적이 농후한데 거기서 그들이 감각이 어느 정도 보인다는 것이다. 기성무대를 쉽게 따라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논리를 잃지 않으려는 애씀은 미래의 희망을 담고 있는 씨앗으로 보인다. 덧붙여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작품창작의 원리의 기본과 동작 구성의 방식이 주먹구구식이었고, 어떤 원리나 연구가 담겨있지 않은 것은 그들의 잠재력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그럴진대 늘 보던 익숙한 방법으로 기성무대를 흉내내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 작품들에 대해서는 어떤 코멘트를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강동의 대학무용제에서 특히 ‘무대 둘’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경연의 장으로 놀랄만한 신선함과 창조성이 풋풋하게 살아 올라온다면 그것은 우리 대학무용의 저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창작에 대한 수업이 더욱 조밀해지고, 학생들이 충분히 교육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그들이 스스로 창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역할의 한계를 잘 지켜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