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새로 개관한 대전예술가의 집 다목적회의실. 뉴댄스 페스티벌(New Dance Festival)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역의 젊은 무용가들이 처한 현실과 그 대안'이라는 주제의 좌담이 진행됐다. 뉴댄스 페스티벌은 지역 무용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신진 안무가들에게 작품발표의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는 무용 축제로, 1996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
좌담에는 이찬주춤자료관 이찬주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뉴댄스 페스티벌에서 작품을 발표한 젊은 안무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안무가에서부터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까지, 다양한 활동 배경을 가진 젊은 안무가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먼저 각 지역의 공연장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전에서 활동 중인 곽영은 안무가는 뉴댄스 페스티벌이 열린 대전예술가의 집 누리홀을 소개했다. 차세대아티스트로 선정되어 대전예술가의 집 개관 직 후 작품을 올린 적이 있다며 무대 가변형 공간이라 실험적인 작품이 가능하지만 분장실이 조금 불편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예술가의 집은 2015년 3월 개관한 신규 문화예술공간으로 공연장과 8개의 전시실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누리홀은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 공연장이다.
청주에서 활동 중인 이정진 안무가는 대전에 비하면 청주에는 극장이 너무 없다고 말문을 열면서 "청주예술의전당이 유일한데 다른 분야와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 안무가들이 대관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이유진 안무가는 부산에서는 영화의전당이 제일 유명하지만 4,000석이 넘는 큰 규모라 신진 안무가들이 대관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사실 LIG아트센터가 무용하기 정말 좋은 공간이었는데 건물 전체가 국민은행으로 매각되어 운영이 중단된 상태로 자칫 그 훌륭한 공연장이 폐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제를 조금 바꿔 지역 무용계의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찬주 사회자는 서울에서는 "다양한 국제 무용제가 열려 해외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지역에서는 해외 작품을 보기가 쉽지 않다"며, 무용계의 세계적인 흐름을 알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패널들은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정보가 있으면 서울로 공연을 보러가지만 차비, 식비, 티켓비 등을 지불하면 십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곽영은 안무가는 "비용절감을 위해 학생들끼리 모여 버스를 대절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고, 김교열 안무가는 "과연 드는 비용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일지 고민하게 된다"고 이야기 했다. 모든 패널들이 좋은 작품, 해외 공연 작품 관람에 대해 목마름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정수민 안무가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안무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작품을 들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서울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지역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 하지만 공연을 올려주는 공간이 없어서 아쉬워하더라. 서로 소통이 잘 안되기 때문에 공연이 많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아쉬워 했다.
지역의 지원금 현황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개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공연하기 힘들다고 이야기 했다. 그나마 1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곽영은 안무가, 이정진 안무가, 김교열 안무가가 개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연을 올렸던 경험이 있다고 했으나 그 마저도 딱 한번 이었지 그 이상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좌담의 마지막 주제는 관객확보를 위한 방안과 지역 무용의 활성화 방안이었다. 이정진 안무가는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얻어 걸렸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이정진 안무가는 통기타와 협업을 하고 싶었으나 비용이 너무 부족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기타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동호회를 섭외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분들 덕분에 일반 관객이 정말 많이 오셨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작업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유진 안무가는 지역무용의 활성화를 위해 이러한 자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며 "다른 지역의 상황을 듣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이런 자리를 통해 사회의 흐름을 알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교열 안무가는 관객들을 배려한 작품을 만든다면 관객확보 문제가 해결되고 이는 지역 무용의 활성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번 좌담에서는 지역의 무대 환경, 관객 확보, 지역 무용의 활성화 방안 외에도 관객과의 소통, 커뮤니티 댄스, 지역의 브랜드 공연, 예술강사로의 활동, 지방 사립대 무용과 폐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자 이찬주는 “욕심, 근심이 생기면 나이가 들었다고 하는데 그 반대는 호기심이다. 의심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져갔으면 한다”라며 젊은 패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역의 젊은 무용가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 들이 오갔으나 ‘그 대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제14회 뉴댄스 페스티벌은 6월 4일에는 곽영은 안무의 <춤추는 시>, 김정훈 안무의 〈SHADOWS〉, 정수민 안무의 〈RUB〉, 이정진 안무의 〈REVIVE HEART(따뜻한 시체들)〉이 무대에 올랐고, 6월 6일과 7일에는 이강석 안무의 <틀>, 이유진 안무의 〈RAIN PRAYER〉, 김선 안무의 <원(圓), One(하나)>, 김교열 안무의 〈You&Me...&?〉이 무대에 올랐다.
뉴댄스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은 최성옥 21세기 현대무용연구회 회장은 “각 지역의 신진 안무가들을 초대해 무대를 마련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면서 “대전에 소극장이 없었는데 이번에 대전예술가의집 누리홀이 생겼고, 그 덕분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 아무래도 신진안무가다 보니 혹시나 작품이 기대에 못 미칠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안무가들도 너무 진지하게 임해줬고,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즐거웠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한 매년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 이라며 각 지역의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무대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무용평론가 김예림은 “이즈음 지역 무용계가 많이 침체됐다고 하는데 젊은 안무가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특별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대전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 안무가들도 초청해서 교류를 시도했다는 점, 그로 인해 대전 관객들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획력을 높이 평가한다. 또 대전이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렇게 전국적인 규모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며 뉴댄스 페스티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품에 대해서는 6월 4일 개막공연만 봤다면서 “작품 수준에 약간의 차등은 있었지만 네 사람의 작품 성향이 모두 달랐고 각자의 개성을 보여줘서 좋았다. 그만큼 지역에서도 현대춤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특히 곽영은, 정수민 의 안무 작품을 흥미롭게 봤다. 정수민은 좋은 무용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안무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촌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