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4월 29일, ‘세계무용의 날’(International Dance Day)을 맞아 세계무용연맹한국본부(WDA-Korea)와 국제극예술협회한국본부(ITI-KOREA)의 공동주최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세계무용의 날은 Unesco-ITI가 4월 29일을 세계무용의 날로 지정한 것으로 4월 29일은 근대발레의 체계를 확립한 장 조르주 노베르(Jean -Georges Noverre)의 생일이다.
4월 29일 밤 그랜드 하얏트 남산룸에서 진행된 오프닝 세러모니는 무용·연극계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행사는 세계무용연명한국본부 전홍조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전 회장은 “세계무용의 날을 맞아 각 나라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고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와 부산에서 춤의 날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2015 세계무용의 날 공식 메시지는 스페인 플라멩고 안무가이면서 무용가인 이스라엘 갈반이 선포했다. 그는 춤은 곧 삶의 힘이고 치유 할 수 있는 도구이다. 춤을 추지 않으면 죽음이다 라며 자신의 춤철학을 밝혔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무용가가 이러한 공식 메시지를 선포할 수 있도록 세계무용연맹한국본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국제극예술협회한국본부 최치림 회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최치림 회장은 “2015 세계무용의 날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 “세계무용연맹한국본부와 국제극예술협회한국본부가 각각 치러오던 무용의 날 행사를 함께 치르기로 의견을 모으고 그것을 실천하는 첫 번째 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제극예술협회한국본부는 연극과 무용의 동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 뒤로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세계무용연맹 아시아 태평양 윤유 왕(Yunyu Wang)회장, 중국 화난대학교 무용음악 예술학부 총 학부장 두완 수(Duan xu)교수의 축사가 이어졌고, 세계무용의 날 행사의 축하와 성공적 개최를 응원하는 국내외 무용계 인사들의 메시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초연 공연일과 겹쳐 참석하지 못한 강수진 예술감독은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강수진 예술감독은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그리고 아직까지는 발레리나로 저는 세계 무용인들의 화합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발레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너무나 잘해오고 있는 한국의 발레가 세계로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멩고 안무가 이스라엘 갈반의 메시지는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이 대신 읽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움직임이 춤이다. 중요한 것은 안무가 아니라 안무로부터 생성되는 에너지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오늘 하루 우리 모두 춤을 춥시다”라는 멘트로 끝냈다.
이어 2015 세계무용의 날 특별상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시상은 2015 세계무용의 날 조직위원회 육완순 조직위원장, 국제극예술협회 김정옥 초대 회장이 맡았고,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 김복희 이사장과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마지막으로 세계무용연맹한국본부 정귀인 전 회장의 건배제의가 있었고, 무용·연극계 인사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가 끝나갈 때 쯤에는 작은 공연으로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 연주가 있었다.
기념공연으로는 4월 30일 오후 6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 낭독 연극 <박정자의 영영이별 영이별>과 같은 날 오후 8시에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된 〈Global Choreographer Project 안무가전〉이 있었다.
낭독 연극 <박정자의 영영이별 영이별>은 조선의 여섯 번째 왕 단종의 비 정순왕후 송씨가 이승을 떠나면서 이승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지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라이브 음악, 영상, 춤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스토리는 박정자의 낭독으로 진행되고 그 사이 사이 오재원이 안무한 <늪>, 이동준이 안무한 <연>(緣), Wang Xiao lu가 안무한 <상호작용>, 이원국이 안무한 <몬아모르>가 공연되었다. 현대무용, 한국무용, 중국 컨템포러리댄스, 발레로 다양한 장르의 무용이 하나의 작품으로 융합된 공연이었다. 낭독소리가 음악인 듯 무용수들은 낭독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
라이브 음악 또한 한국 전통 악기인 해금과 서양 악기인 기타가 함께 어우러져 연주되었다. 해금의 구슬픈 멜로디가 단종과의 정략혼사로 왕비가 된지 1년 6개월 만에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면서 의덕왕대비가 되고, 영월로 귀양을 간 뒤 다섯 달 만에 단종이 사살 당하면서 서인에서 걸인, 날품팔이꾼, 뒷방 늙은이로 살아야 했던 송씨의 기구한 삶에 집중하게 했다.
〈Global Choreographer Project 안무가전〉은 김경영, 김용철, 김용걸, 차진엽, 김형희 이정윤 총 6명의 안무 작품이 무대에 올랐으며, 대부분 60분 이상의 작품이었으나 이번 공연을 위해 2-30분 길이로 줄여서 공연되었다.
김경영 안무의 <무림강호>(Bloody Warrior)는 중국 무협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으로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공연된바 있다. 코믹댄스라고 할 만큼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여자무용수들은 수영모자와 비슷한 모자를 쓰고 등장하며, 마이크 앞에선 무용수들이 효과음을 만들기 위해 철을 두드리고 옷을 펄럭거리기도 한다. 서로 대결하는 장면에선 무용수들이 연신 “이얏”을 외치며 뛰어다니고, 두 명의 무용수가 한 마리의 말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김용철 안무의 <바랏-굿>은 바라춤과 나비춤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무대에 X자로 줄이 걸려있고 무용수는 그 중앙에서 검은 천을 쓰고 얽매어 있다. 무용수의 몸짓이 점점 격해지면서 결국 천은 벗겨지고 그 때 객석에 밝게 조명이 켜진다. 무용수가 느끼는 빛의 강렬함을 관객이 함께 느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억누르는 고통, 고난 혹은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그리고 무용수는 바라를 닦고 버선을 벗어 가지런히 포개는 것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김용걸 안무의 〈Les Mouvements〉는 발레리나가 학습해야 하는 철저한 기본 움직임의 패턴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동작의 기술적, 예술적 요소들을 여러 각도로 배치시켜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과 구도를 만들어낸다. 발레리나 하면 떠오르는 토슈즈와 스커트를 벗고 타이즈와 레오타드만을 입은 무용수들이 기교적 움직임을 선보인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많은 잔상을 만들어낸다.
차진엽 안무의 <춤, 그녀...미치다>는 2014년 개인공연으로 올렸던 작품의 일부로 약 20분 정도 공연되었다. 무대 위에 그랜드피아노가 놓였고, 라이브 연주에 맞춘 춤을 보여줬다.
트러스트무용단 김형희 안무의 <계보학적 탐구>는 2014 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다. 모든 가치들이 현실의 삶에서 출발하며 가치의 창조자들도 인간 자신이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성의 구분이 들어나지 않도록 남녀 무용수 모두 같은 의상을 입고 서로의 몸을 연결해 다양한 구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정윤 안무의 <흐노니>는 국립무용단 송지영 단원과의 듀엣으로 선보였다. 흐노니는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 동경하다’의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대 중앙에 놓여있는 나무가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200여분 동안 진행된 공연이 끝이 났다. 여러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지만 러닝 타임이 너무 긴 탓인지 공연 중간부터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여럿 보였다.
4월 29일부터 시작된 세계무용의 날 행사는 5월 1-2일 얼굴박물관과 무의자 박물관에서 열리는 박물관 댄스 페스티벌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