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부산국립국악원무용단 정기공연
객석 호응과 전통의 정신 사이에서
조봉권_국제신문 문화부 차장

 국립부산국악원이 주최한 제7회 무용단 정기공연 '이십사월 춤방'이 지난 9, 10일 연악당(대극장)에서 열렸다. 정기공연은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1년에 한 번 꼴로 역량을 집중해 펼치는 큰 공연이므로 의미가 크다.
 '이십사월 춤방'은 다양한 우리춤을 잇달아 빠른 속도감으로 대극장에 올린 향연 같은 공연이었다. '우리춤 버라이어티'였다. <승무><나비춤><산조춤><동래한량무><동래학춤><부채춤><탈춤사위><장구춤><살풀이춤> 등 춤이 다채로웠다. 여기에 <풍물놀이><북춤><소고춤> 등으로 신명을 앞세운 춤까지 뒤를 이었다.

 



 단원들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만만찮은 연습과 준비의 기간이 있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서른 명에 이른 춤꾼과 역시 서른 명에 이른 기악단ㆍ성악단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 우리춤 무대는 부산에서 국립부산국악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큰 무대를 넓고 깊게 활용한 데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안무와 리듬감을 바탕으로 완급을 조절한 연출에 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전통춤 공연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어떤 목마름이 있으며 이를 알고 짚어주는 시도에 박수칠 준비가 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객석의 적극적이고 높은 호응은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린 중요한 요소였고 인상 깊은 광경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공연의 속살을 조금씩 더 접하면서 짚고 넘어가야 할 장면이 이어졌다. 편하게 보고 있기에는 어딘지 불편한 분위기도 번져왔다. 무용감독 겸 안무·재구성을 맡은 오상아 무용단 예술감독은 안무의도에서 "춤의 본질을 파악해 보는 작업" "몸짓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갈수록 '춤의 본질'
 '몸짓의 순수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못 느낄 장면이 나왔고, 어느 정도 이해했다 해도 쉽사리 동의하기 힘든 모습도 꽤 있었다. 요약하자면, 전통춤이라는 이 많은 재료를 이렇게 다시 꾸며 무대에 올리는 뜻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 깊게 본 춤으로는 <동래학춤>을 꼽겠다. 원래 동래학춤에는 춤사위와 배기는 동작 등에서 남성적이고 활달한 미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본 <동래학춤>은 개성과 미감을 달리했다. 하늘거리고 부드러운 춤사위가 주를 이뤘고, 군무는 마치 발레 <지젤>처럼 중력을 벗고 위로 올라가는 듯한 상승감을 강조했다. 큰 욕심 부린 것 같지도 않은데, 전통춤을 오늘의 관객에게 새롭게 내놓는 의미가 와 닿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춤에서는 대체로 국립부산국악원의 정기공연에 걸맞은 어떤 고려나 정신을 느끼기 힘들었다. 작은 예를 들면, <승무>와 <나비춤>을 동시에 올렸는데 큰 존재(부처님) 앞에서 번뇌를 끊고 승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고적하게 표현하는 <승무>가 주인공이 되면서 의식무인 <나비춤>은 왜 거기 있어야 하는지 알기 힘든 '배경'이 되고 말았다.

 



 <부채춤> 군무는 화려했으나, 춤꾼을 너무 볼거리로 한정해 우리춤 특유의 덩실덩실 너울너울 미감이 살지 못했다. <장구춤>은 빠른 속도감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신 났으나, 한국춤의 속깊은 신명으로 상승하기에는 힘에 겨워 보였다.
 세밀한 장면을 다 거론할 수 없지만, 신나게 보되 빨리 잊히는 감각의 세계에 기운 점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2015. 05.
사진제공_부산국립국악원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