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IOTPD 국제총회가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사이버대학교 등에서 열리고 있다. IOTPD(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the Transition of Professional Dancers)는 다른 분야보다 은퇴시기가 빨리 찾아오는 전문무용수들의 직업전환을 도우려는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3년에 설립되어진 전문무용수 직업전환 국제기구로 현재 8개국(네덜란드, 독일, 미국, 스위스, 영국, 캐나다, 프랑스, 한국)이 IOTPD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박인자)는 ‘2015 IOTPD 국제총회’와 더불어 ‘무용수 직업전환 국제 심포지엄’과 ‘2015 무용인 한마음축제’ 행사를 함께 마련하였다.
지난 5월 30일 서울사이버대학교 차이코프스키홀에서 진행된 <무용수 직업전환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전문무용수들의 직업전환 인식의 필요성과 직업전환 성공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박인자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의 인사말과 허묘연 서울사이버대학교 총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폴 브롱크호스트(Paul Bronkhorst) IOTPD회장(네덜란드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센터장)이 “무용, 그 이후”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였다.
폴 브롱크호스트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그 이상의 한국말은 기대하지 말라는 말로 청중을 웃게 했다. 그는 “전문무용수는 공연예술가 중에서도 최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너무 강렬하고 힘이 들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고, 언젠가는 무용경력에 종지부를 새로운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전환은 기술적, 관료적, 법률적, 비용효과적인 문제로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존엄성, 선택의 자유, 삶의 의미 추구, 자아 실현, 더욱 풍요로운 개인과 사회에 관한 문제이다”라고 하면서 무용수 자신을 위해서라도 직업전환을 인식해야함을 전했다.
심포지엄의 첫 번째 순서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 대한 소개. 독일과 한국의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자브리나 자도우스(Sabrina Sadowska) 독일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이 공연 일정으로 방한하지 못해 김인희 이사(서울발레시어터 단장)만 한국의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 대해 소개했다. 그녀는 “이렇게 귀한 자리에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 대해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말문을 열며 한국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설립 배경과 현재 전문무용수들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사업 등을 설명했다. 자세한 사업 내용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홈페이지(www.dcdcenter.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이어진 두 번째 주제는 전문무용수들의 직업전환 성공사례였다. 처음 발제를 시작한 프랑스의 피에르-마리 퀴레(Pierre-Mario Quéré)는 리옹 국립 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리옹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던 무용수였다. 그러나 직업전환의 필요성을 느끼고 프랑스 무용수직업전환센터의 지원을 받아 마르세이유 비즈니스 스쿨을 수료하고 LOS International Group에서 국제행사 이벤트 매니저가 되었다. 그는 무용수로서의 삶이 너무 행복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직업전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업전환을 계획한 후 끊임없이 노력했고 이벤트 매니저가 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또한 이벤트 매니저를 하면서 무용수로서 길러진 재능이 너무 많은 도움이 되었다면서 “다음에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당신은 영원히 무용수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재 그는 칸느 로젤라 하이타워 국립 무용학교, 마르세이유 국립무용학교 사무처장을 맡고 있고, 예비 무용수들이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은퇴시기가 왔을 때 제2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다음 발제자는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허선혜였다. 그녀는 경성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1995년 프랑스로 가서 20여 년간 전문무용수로 활동하였다. 허리 디스크라는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업을 전환하게 됐고, 스위스 무용수직업전환센터의 지원을 받아 중의학 침술 및 스웨디쉬 마사지 트레이너 HP Formation a Geneva 디플롬을 이수한 후 현재는 스위스 Cabinet 한의원에서 침술사 및 스웨디시 마사지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무용이라는 산을 올랐으면 내려와야 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제가 도움을 받았던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한국에도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다음은 리안 벤자민(Leanne Benjamin)의 사례가 이어졌다. 이 순서는 제니퍼 커리 영국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센터장과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리안 벤자민은 영국 로열발레 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2013년까지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였다. 그 뒤 영국 무용수직업전환센터의 지원을 받아 첼시 디자인 스쿨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어떻게 관심이 생겼나?”라는 제니퍼 커리의 질문에 리안 벤자민은 “제가 디자인 쪽으로 직업을 바꾼다고 했을 때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라고 이야기 하며 무용수로 활동 할 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또한 은퇴를 앞둔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이미 직업전환을 준비하고 있었고 당시 영국 무용수직업전환센터와의 상담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발제자는 네덜란드의 폴 워츠(Paul Waarts)로 그는 현재 네덜란드 중앙법원 판사이다. Arnhem Dance Academy를 졸업하고 10년 이상 네덜란드 유수의 여러 현대 무용단에서 활동하다가 네덜란드 무용수직업전환센터의 지원을 받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rije University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 뒤 또 한 번의 직업전환을 통해 판사가 된 것이다.
그는 “규율, 팀워크, 참을성, 공연, 인내, 스트레스나 고통, 피로 관리, 완벽주의 등은 무용수에겐 일상이고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이러한 능력들이 직업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무용수로서의 삶은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현재 직업에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업전환에 성공한 4명의 발제자에게는 4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첫째는 해낼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직업전환을 이루었다. 둘째는 인간관계를 넓혀가며 도움을 받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무용을 하면서 얻게 된 재능이 직업전환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직업을 전환한 현재도 무용은 그들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넷째는 프랑스의 피에르는 조금 달랐지만 대부분이 지원센터의 상담과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문무용수 직업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심포지엄 후에는 총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을 환영하고 국내 문화예술 관계자들과의 네크워킹을 위한 환영 만찬이 서울사이버대학교 영빈관에서 개최되었다.
그 다음날인 5월 31일에는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15 무용인 한마음축제>가 열렸다. <무용인 한마음축제>는 전석이 등급 구분 없이 1만원이며, 입장수익은 전액 무용예술인의 복지를 위해 사용된다. 또한 출연 무용수들은 모두 재능기부를 통해 무료로 출연한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로비는 관객들로 꽉 차기 시작했고, 전 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았던 폴워츠, 리안 벤자민, 허선혜 등도 눈에 띄었다.
공연은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이면서 현재 아리랑 국제방송 The Inner View에서 메인 MC를 맡고 있는 강예나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무대에 오른 첫 작품은 국립국악원무용단의 <동래학춤>. 7명의 남자 무용수가 하얀색 도포를 입고 나와 학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춤사위를 선보였다. 서울발레시어터 〈RAGE〉의 한 장면과 국립무용단 <제의 CEREMONY 64> 중 ‘초제’ 장면이 이어졌다. ‘초제’는 액과 살을 푸는 민속무용의 일종인 도살풀이를 재창작한 작품으로 수건 대신 길게 늘어뜨린 옷자락이 허공에 날리며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냈다.
다음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숨 속의 미녀> 1막 중 생일축하연 장면으로 강예나 사회자는 발레리나의 입장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장면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오로라 공주 역의 발레리나는 분홍색 튀튀를 입고 나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LDP무용단은 〈MAUM(마음)〉 중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보였으며 형형색색의 와이셔츠를 입은 무용수들의 절도 있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그 뒤로는 국립발레단의 <홀베르그의 모음곡>이 이어졌다. <홀베르그의 모음곡>은 1967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하였고, 존 크랑코가 안무한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김지영과, 김현웅이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무대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불쌍> 중 하이라이트 장면이 장식했다. <불쌍>은 ‘불상’을 모티브로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전통무용을 차용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나온 무용수들이 개성 있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렇게 공연은 끝이 났고 커튼콜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날 막을 내린 <무용인 한마음축제>에 이어 IPTPD의 연차 총회는 6월 2일까지 명동 신일빌딩 등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국제 심포지엄에서 만난 춤비평가 장광열은 “IPTPD 연차 총회의 한국 개최는 전 세계 무용인들의 관심 사안을 세계 여러 나라의 무용가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논의했다는 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제회의를 통한 국제교류의 영역을 넓힌 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는 우리나라 외에 일본과 중국의 무용가들이 옵서버로 참석, 아시아 무용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세계 무용예술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효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촌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