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모닝 톡톡톡: 최태지, 발레를 톡하다 -로맨틱 발레 김주원
지역 공연장의 이야기가 있는 모닝 발레 공연
이보휘_<춤웹진> 기자

 

 주로 오전에 하는 ‘모닝 콘서트’는 이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악 공연이 되었다. 그러나 평일 오전에 하는 춤 공연은 아직은 낯설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그동안 진행해 온 모닝콘서트를 조금 변형시켜 “모닝 톡톡톡”이라는 새로운 기획 공연을 선보였다. <모닝 톡톡톡>은 ‘아침을 두드리다’, ‘아침을 말하다’라는 의미로 오전 11시 발레와 이야기, 문학과 음악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2월부터 11월 까지 총6회 공연이 마련되었으며, 전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과 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이 각각 3회씩 맡아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다.
 그 첫 번째 공연으로 지난 2월 10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최태지, 발레를 톡하다 - 로맨틱 발레 김주원>을 선보였다. 오전 공연이라 관객이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로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교적 넓은 로비에서는 관객들이 객석에 입장하기 전 삼삼오오 모여 편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티켓박스 한 쪽에 마련되어 있는 핸드폰 충전 서비스와 로비 한쪽에 마련된 포토존, 그리고 카페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빵과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은 모닝 공연프로그램이 갖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파란색 긴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최태지는 국립발레단 단장 시절 있었던 의정부예술의전당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 후 한 관객이 다가와 ‘정말 잘 봤다고, 좋은 공연 보여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갔다며 “감사의 마음을 담은 진솔한 반응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주원과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 인연을 이어오면서 있었던 일들을 편하게 이야기했다. 시종일관 웃는 표정과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는 그녀는 이미 알고지내는 사람과 수다를 떨고 있는 듯 편안했다.
 “편하게 보시고 여러분들께서 발레리나가 되어 환상 속에서 함께 춤추시길 바란다”는 멘트 후 김주원이 <빈사의 백조>를 선보였다. 연습복을 입고 추는 한 장면이었지만 가는 선과 우아한 팔 동작으로 아름다운 백조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춤이 끝나고 관객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고, 다시 보여준 김주원의 뒤태에 관객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단장님 때문에 더 떨렸다”는 김주원에게 “아라베스크를 할 때는 발을 좀 더 들어야 아름답지 않겠냐”고 응수하자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에는 김주원의 제자가 준비한 순서였다. 최태지는 제자의 제자가 선보이는 무대라고 이야기하면서 “제가 일찍 은퇴했기 때문에 발레가 더 발전할 수 있었다”는 농담을 던졌다. 김주원의 제자 고혜주와 러시아인 알렉스가 펼치는 유리 그리가로비치(Yury Nikolayevich Grigorovich) 안무의 <백조의 호수> 중 2막 백조 파드되와 제자 최희재와 한국무용수 전건우가 펼치는 안태석 안무의 <만남>이 이어졌다.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김주원이 보여준 다음 무대는 한국무용수 이정윤이 안무한 〈THE ONE〉이었다. 〈THE ONE〉은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김주원과 이정윤이 함께 출연했고, 8년 전 관객들에게 한국적 아름다움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이정윤에게 안무를 의뢰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올 블랙 의상을 입고 나온 두 무용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최태지는 “주원씨는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의 구분을 넘어서 그저 한국의 춤꾼으로써 성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작품은 김주원이 단장님께 드리는 선물로 준비한 공연이라고 하면서 정말 보석 같은 제자를 만났다며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다. 김주원은 “제가 무용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 제자를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 했고, 최태지는 “내가 너를 봤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고 응수했다.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는 뉘앙스였고, 이렇게 오고가는 소소한 농담들이 관객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제자 윤서후가 선보인 마지막 작품은 <해적> 2막 중 그랑 파드되였다. 파트너로 댄싱9에 출연해 유명해진 발레리노 윤전일이 함께했다. 아름다운 얼굴과 가늘고 곧은 팔과 다리, 유연한 몸에 의한 춤이 돋보였다. 화려한 동작이 펼쳐질 때 마다 관객들의 큰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한 이형은(47세)씨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발레를 해석을 곁들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또 보고싶다”고 이야기 했고, 이재희(61세)씨는 “오늘 너무 좋았다. 최태지선생님도 너무 좋으시고, 무용수들도 훈련이 잘되어있는지 춤을 잘 추었다”라며 관람 소감을 들려주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모닝 톡톡톡”시리즈는 앞으로 5번의 공연이 남아 있다. 그 중 <최태지, 발레를 톡하다>는 4월 14일 모던발레 김용걸 편과 6월 9일 클레식발레 이원국 편이 준비되어 있다.
 오전 시간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면 공연관람으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직은 평일 오전 춤 공연이 낯설지만 모닝콘서트가 그랬듯 인기 있는 공연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015. 02.
사진제공_의정부예술의전당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