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4월 21일 제1회 GDF대학무용제를 시작으로 28일간 진행된 제2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춤, 대중화 그 실천적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5월 7일에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해식 강동구청장,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무용 평론가와 기획자, 안무가 등 다양한 분야의 무용 전문가들이 모여 춤의 대중화와 관객 저변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춤 대중화의 실천적 과제 및 전망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마련된 이날 학술행사는 장승헌(공연기획자,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이 심포지엄 코디네이터 및 사회를 맡았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강동아트센터가 공연장의 특화전략으로서 공연예술 가운데 무용을 선택해 축제 및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강동구는 신석기 유적지인 선사 주거지가 자리한 곳으로, 당시 몸짓은 사람이 신·동물·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강동아트센터에서 춤을 매개로 공연장을 특화시키고 있는 것은 강동의 정체성과 크게 부합된다”며 심포지엄 개최에 축사를 전했다.
이날 학술행사는 김태원(한국춤비평가협회 공동대표, <공연과 리뷰>편집인)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장광열(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 한국춤정책연구소장), 이동우(무용평론가), 장지영(공연칼럼니스트, 국민일보 기자), 권병웅(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등 4인의 발제가 차례로 있었다. 발제에 이은 질의 및 주제토론에서는 이종호(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 김인희(서울발레시어터 단장), 박해준(댄싱박프로젝트 예술감독), 김서령(문화서울역 284 공연·다원·교육 담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 참여해 춤 대중화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었다.
김태원은 「무용의 대중화,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춤역사 속에 나타난 춤의 대중화 양상과 그 이유를 설명하며 춤예술의 가치적 특성을 피력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춤예술의 변화 모습은 크게 네 가지로 ①발레가 대중적 관심을 끌어들이고 ②전통무용이 새로운 춤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으며 ③민간 중심의 여러 춤기획전·페스티벌 및 ④지역단위 생활무용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인위적 지원 제도의 큰 도움없이 독립적으로 일어난 것에 대해 김태원은 춤예술이 가진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자각, 공동체적 규율감, 창의성, 심미감 등’과 오늘날 우리의 삶이 추구하는 이상적 가치관이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덧붙여 현시대가 지향하는 창의성 진작, 지역단위의 삶, 문화적 삶이 무용을 매개로 발전되기를 제언했다.
장광열은 「변동하는 한국의 춤 문화와 예술적 비전 -국내외 춤현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의 첫 문을 열었다. 변화하고 있는 최근 한국의 춤 환경을 언급하며 그 양상으로 ①국제교류 채널의 증가 ②춤 작품 제작·유통·지원의 활성화 ③사회와의 소통 확대를 꼽았다. 특히 국내 춤의 국제교류 부문은 △전략적 기획 프로젝트 생성 △아트마켓 및 댄스 플랫폼의 진화 △무용 축제의 다양화 △협업 및 레지던스의 확대 △해외 무용수 및 안무가들의 리턴 교류 작업 확대로 국제교류의 전문성을 확보해나가는 중이며 동시에 그것의 양적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앞으로의 한국 춤계는 여러 부문에 걸쳐 양적 증가 외에도 질적인 발전을 병행하는 것이 필히 요구된다”는 강조와 더불어 동아시아권에서 비교적 주변부에 속했던 우리춤이 세계 춤 문화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보고 한국 춤계의 예술적 비전에 긍정적인 진단을 내렸다.
이동우는 「마케팅 유형으로 본 춤 대중화를 위한 관객개발 모색」이라는 주제 아래, 춤 전문 공연장인 강동아트센터의 관객개발을 위한 마케팅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이를 위해 춤의 사전적 의미와 한국인들의 춤에 대한 인식변천 과정을 살펴보았으며 예술과 극장의 개념 등을 마케팅과 연계지어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59개의 경제마케팅 종류, 11개의 마케팅 개념을 정리하여 춤 관객개발을 위한 마케팅 활용 방안으로 제시했다.
장지영은 「춤 페스티벌을 통한 무용관객 저변 확대의 방법적 모색」에서 무용에 생소한 관객들의 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춤 페스티벌과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내 주요 춤 페스티벌을 소개한 후 관객 확대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국내 20여개 춤 페스티벌 가운데 예술춤 중심의 장기 춤 축제로 펼쳐지는 서울세계무용제(SIDance),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페스티벌 봄, 창무국제무용제,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대한민국발레축제 등 총 7개 주요 페스티벌을 선택해 그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았다. 관객 확대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춤 페스티벌 고유의 정체성 확보’를 들었다.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의 경우 △통일된 컨셉의 축제기획을 위해 전담 예술감독 또는 프로그래머 채용 △국내 우수 레퍼토리 발굴에 주력, 국내지향적인 페스티벌로서 차별화 구축 △지역 주민 참가 이벤트 마련과 같은 정체성 확보 방안을 제안했으며 춤의 짧은 공연일정을 헤아려 공격적·선제적인 홍보마케팅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권병웅은 「무용페스티벌의 재화적 가치창출을 위한 관람객·출연진 만족도와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강동아트페스티벌을 중심으로」에서 제1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2012)을 평가한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무용 컨텐츠의 ①공연 만족도(대중의 시선) 및 ②경제적 파급효과(경제적 재화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①공연 만족도 조사 결과 관람객이나 출연진이나 대체적으로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에 대해 큰 만족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향후 행사가 다시 개최된다면 재참가하고 싶은 경향이 크게 나타났다. ②경제적 파급효과 조사는 직접적 파급효과/간접적 파급효과로 나뉘며 그 중 간접적 파급효과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2010년 산업연관표의 파급효과 유발승수를 반영해 경제파급 및 고용창출효과를 계량 분석했다. 경제적 파급효과 산출 결과, 직접효과로는 집행액 대비 순수익 9천여 만원, 간접효과로는 전체 34~48억원의 규모를 창출해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은 무용분야 저예산 행사로서 재화적 가치가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지닌 행사로 분석됐다. 공연만족도와 경제적 파급효과의 두 측면에서 종합해볼 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은 춤 페스티벌의 문화상품화 가능성을 갖춘 행사로 평가받을 수 있다.
권병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점에서 행사의 가치를 계량화·지표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단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사의 성과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계량화된 측정 결과물은 행사의 연속성, 지원의 당위성을 피력할 수 있는 근거 자료라는 점을 덧붙였다. 하나의 성공적인 춤 페스티벌이 콘텐츠상품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점들을 남겨진 과제로 설명하며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의 계량적 분석에 대한 발제가 마무리됐다.
이어진 질의 및 토론시간에서 이종호는 장지영의 발제에 덧붙여 ‘축제의 정체성 모색 방안’을 언급했다. 최근 국내 주요 춤 페스티벌의 현황을 정리하여 설명했고,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프로그램의 고급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해외 작품 초청을 제안했다. 김인희는 사업의 가치를 수치화시키는 분석이 중요하다는 권병웅의 발제에 동의했다.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이 성공사례로 남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상주·협력 예술단체가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 기획 △기량과 작품성을 갖춘 레퍼토리 발굴을 제안했다. 한편 민간 발레단체인 서울발레시어터가 겪었던 행정적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무용지원정책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해준은 장광열 발제에 덧붙여 “무용가들의 노력과 더불어 국내 춤 환경의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만 질 좋은 무용작품이 창작될 것”이라 말했다. 김서령은 이동우 발제에 대한 생각으로 무용계의 홍보마케팅에 관한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를 요구했고,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과제들이 실천되기 위해서 강동아트센터과 같은 안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공연장이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춤 대중화’란 화두는 춤계에서 거듭 논의되고 있는 난제 중 하나로 결코 쉽지 않은 현안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책, 컨텐츠, 마케팅 부문 등 국내의 춤 환경과 대중화를 연결지어 그 실천적 과제를 모색하고자 한 점에 의의가 있지만 세 시간 남짓의 행사 시간 안에 이 난제를 풀어내기에는 다소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발제자와 참여자 간의 질의·응답이 시간에 쫓겨 충분히 이뤄질 수 없었고, 전반적으로 춤 대중화의 여러 제반 문제들이 다각도에서 심도있게 논의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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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병웅(2012),「무용페스티벌의 재화적 가치창출을 위한 관람객·출연진 만족도와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강동아트페스티벌을 중심으로」발제 논문에서 발췌.
** 한국은행(2012),「2010 산업연관표 작성결과」, 보도자료, pp.13~22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