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비평가협회(회장 김채현)가 매년 갖는 신년 교례와 한국춤비평가상 시상식이 1월 23일 오후 2시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있었다. 이날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과 춤비평가상 수상자를 비롯 국립현대무용단 하정애 전 이사장,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남영호 재불무용가, 김용철 천안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복합문화공간 에무 최예진 감독 등 춤계 관련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신년 교례를 겸한 시상식에 앞서 교례 인사말에서 김채현 회장은 영하 15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수상자들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춤비평가상이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 기준에 준해 정해지는 만큼 언제나 정진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날 김채현 회장은 〈춤웹진〉 발간 등 한국춤비평가협회가 해온 연례 사업을 소개하면서 2024년부터 추진할 새 사업 계획을 밝혔다. 새 사업은 국내 원로·중견 춤작가의 비평시각 심층 공개 인터뷰(연간 4~6회), 국내 및 글로벌 춤동향의 비평시각 진단 공개 포럼(연간 2~4회)을 정기적으로 진행하여 〈춤웹진〉 지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소개되었다.

춤계 신년 교례에 최근 매년 참석한 바 있는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올 10월 ‘서울예술교육센터 은평’이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작년 마련한 ‘서울예술인종합지원센터’와 공연 물품 공유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Re:Stage Seoul) 등을 소개하고 관심을 부탁하였다. 특별상을 수상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가치확산팀 윤가경 꿈의댄스팀 주임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작년부터 전국 20개 지역에서 아동 청소년을 위한 무용 교육 사업 ‘꿈의댄스팀’을 운영 중이다”며 해당 사업을 5년간 장기 연속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2월 7일까지 신규 공모가 진행될 예정임을 알렸다.

DTS 행복들고나 이사장이자 댄스시어터 샤하르 지우영 대표는 “현재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 서울시 경계선 지능 전문센터, 쌍문동 청소년 랜드, 노원발달장애평생지원센터 등 5개의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며, 동참 예술인들이 늘어나고 또한 경계선 진입을 위한 예술마을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상에 앞서 김채현 회장은 수상을 축하하면서 수상작들의 부분들로 재구성 편집한 축하 동영상을 공개했고 시상식은 김혜라 회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올해의 작품상은 99아트컴퍼니 장혜림의 〈제 ver.3 타오르는 삶〉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 ver.3 타오르는 삶〉는 “현대의 일상 노동 모습을 개개인의 참다운 자기 기원으로 풀이해내는 시각에서 목탄을 활용하는 치밀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가야금·거문고의 현장 연주 및 광원들의 이미지를 동반하는 정교한 춤구성을 통해 해외 출연자와 함께 익명의 노동과 삶을 소환하고 그 내적 가치들을 폭넓게 환기하였다”고 평가받았다. 장혜림 안무가는 “2019년 초연한 〈타오르는 삶〉을 조금씩 발전시키면서 만들었는데, 지난 5년간 무용수들이 땀을 흘리면서 보냈던 시간을 보듬어주는 것 같아서 더욱 값지고 기쁘다”며, 소중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준 무용수들과 도와준 모든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베스트 작품에는 ▲기후 위기가 심각한 와중에 예리한 감성으로 매만진 신체 역학과 질감, 풍성한 몸 움직임을 동반한 역동적인 공간 구성을 통하여 인간 노동의 자취들을 들추어내면서 인간이 주인 아닌 손님이라는 진실을 환기하는 동시에 삶의 흔적을 음미하도록 하며 자연 훼손에 경종을 울린 정기정의 〈객〉, ▲의식과 구조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실험적 해체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사회 시스템에 대해 답문하고 억압된 의식의 해방을 지향하는 장치들을 통하여 균열과 분해, 해체로 이끄는 경로를 적절히 구현하고 개성적 연출이 돋보인 강요찬의 〈구조와 의식〉, ▲유기체에 대한 원자적 관점으로 두 사람의 미세한 떨림과 압축된 관계성만으로 인간과 자연 그 너머 우주로의 핍진성을 드러내어 포스트 규모를 전망하도록 한 온앤오프무용단의 〈우리의 기원〉, ▲디지털 문명 세상으로 치환된 무대 공간을 배경으로 디지털의 물결 속에서 창조주가 되려는 인간의 과욕과 그와 대조적인 인간의 해체 소멸 현상을 춤과 함께 디지털 오브제들을 다수 작동시켜 구현함으로써 생태환경 및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경고성의 물음을 참신하게 펼친 댑댄스프로젝트의 〈〉“hello world”;〉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객〉을 안무한 정기정 안무가는 “예술감독 겸 대표를 맡고 있는, 부산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하야로비무용단이 내년에 40주년을 맞이하는데, 무용수들이 긴 시간 로컬무용단에서 견뎌주고 이겨낸 것과 함께 4개월 넘게 〈객〉을 만들어낸 보람이 이 상에 담겨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 당일 유럽에 체류중이던 〈구조와 의식〉의 강요찬 안무가를 대신해 무용가 서연수가 대리 수상자로 나섰다. 서연수는 “예술을 하면서 예술에게 준 것은 하나 없고 받기만 했다”며 “예술의 매력을 많은 사람과 무대 안팎에서 공유하고 소통하며 살겠다”고 전한 안무가의 수상 소감 메모를 대신 낭독하였다.

〈우리의 기원〉을 안무한 온앤오프무용단의 도유 안무가는 “23년간 꾸준히 걸어온 우리에게 앞으로도 정진하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더 좋은 작품으로 올해 작품상을 받는 시간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한창호 안무가는 “갑진년에 값진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hello world”;〉을 안무한 댑댄스프로젝트의 임정하 안무가는 작품에 출연한 곽유하, 이영례 무용수를 비롯해 함께 참여한 감독님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김호연 안무가는 “‘포기하지 않고 가늘고 길게 가자’는 이야기를 늘 하는데, 그 가늘어진 선이 끊어질 때쯤 큰 상을 주셔서 힘이 된다”며 “큰 힘을 받아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춤 연기상에는 ▲다양한 성격의 전통춤 공연에서 전통춤 무용수로서 빼어난 춤 기량을 보여준 서울교방 〈결〉 〈골목춤 보광동〉 등의 서정숙, ▲근대 시기 창작된 명작무로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이후 예술적 완성도를 한층 굳건히 한 한영숙류 완판 승무를 동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하여 온전하고 탁월하게 해석 재현한 전통춤판 〈승무〉의 주연희, 한국 창작춤과 컨템퍼러리 댄스를 넘나들며 특유의 아우라로 공연작 〈야수들〉을 돋보이게 한 동시에 국립무용단 공연장에서 세련되며 현대적 감각의 개성을 발휘한 〈야수들〉의 최호정이 수상했다.

〈결〉 〈골목춤 보광동〉 등의 서정숙는 “지난 봄 최예진 감독과 잊혀가고 없어지는 것들을 몸으로 기억하고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보광동 골목을 구석구석 다니며 춤췄는데,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이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춤이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고 도망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뒤돌아보니 힘듦보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많았다”며 “춤이 있어야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서 즐겁고 건강하게 춤을 추고 싶다”고 말했다.

〈승무〉의 주연희는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에 감격해서, 좋은 춤을 스승님께서 맥을 끊지 않고 제자들에게 남겨주고 가신 것에 감동해서 40여 분의 〈승무〉 완판을 끝까지 추는 것이 어려웠다”며 “40여 분 동안 〈승무〉를 추면서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될 만큼, 〈승무〉가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전통춤 부문에서 상을 받았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열심히 해서 창작, 재창조의 길을 갈 수 있는 꿈을 꾸게 된다”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야수들〉의 최호정은 “첫 안무 데뷔작으로 좋은 상을 받게 돼서 영광이다”며, 〈야수들〉은 가족주의를 통해 소공동체의 잠재된 폭력성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하나의 시뮬레이션처럼 풀어낸 작품으로 “스스로에게 가족 놀이를 전제로 한 하나의 연극 치료가 된 작품이어서 의미 있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또한 출연 요청에 흔쾌히 응해준 선배 댄서들과 함께 좋은 제작 환경을 만들어준 국립무용단, 국립극장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별상은 ▲ 국내 최초 경계선 대안 예술학교들의 책임 운영자로서 지난 10년간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을 위하여 춤을 비롯 미술, 연극, 음악, 과학, 인문학의 융복합을 바탕으로 맞춤형 통섭예술교과와 교재를 적극 개발 교육함으로써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수 아동·청소년과 가족들에게 소중한 빛을 비추고 해당 부문의 교육 및 공공 활동을 촉진한 지우영 (사) DTS 행복들고나 이사장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아동‧청소년 예술단체(댄스팀) 운영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다면적 성장, 나아가 가족과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는 등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특화된 공공 무용예술지원프로젝트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이루고, 예술교육으로서 춤예술의 필요성을 확대하고 그 가치를 입증해 보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댄스팀’이 차치했다.

지우영 (사) DTS 행복들고나 이사장은 “처음 학교를 운영할 때 ‘예술인이어서 모르고 저렇게 하는 거다’라는 편견의 말을 들었는데, 이후 지난 10년간 수혜 아이들이 늘어나고 운영 기관이 우리 사회에서 확대되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댄스팀’의 윤가경 주임은 “이 사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숙제처럼 생각하고 사업을 더 열심히 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