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더 이상 무용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커뮤니티 댄스는 2010년부터 국내 무용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극장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누구나 출 수 있는 일상적인 춤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과 흐름에 주목하여 무용역사기록학회는 지난 11월 15일 오전 10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공동체의 춤에서 생태예술의 춤으로: 한국 커뮤니티 댄스의 역사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관련 전문가, 무용가 및 무용역사학회원 등 약 70여명이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운미 무용역사기록학회 공동회장의 개회사 및 송기정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원장의 축사로 시작된 심포지엄(사회: 한경자 강원대 교수)은 조경만 목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생태예술, 개념화와 실천의 모색들’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로 이어졌다.
주제발표로는 강미희 美野아트댄스컴퍼니 대표의 ‘접촉 동작 춤을 통한 푸르미 청소년의 커뮤니티 연구 사례’, 홍혜전 영남대 교책교수의 ‘서울의 커뮤니티 댄스 유형’,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의 ‘한국 커뮤니티 댄스의 근원, 흐름, 확장’이 있었다. 토론에는 오혜순 수원대 교수, 이혜경 명지대 겸임교수, 유상진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 과장, 이미영 국민대 교수, 박선욱 광주여대 교수, 원용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조경만 교수는 학술적, 사회적으로 아직 합의된 개념이 없는 ‘생태(ecology) 예술’을 몇 가지 예술 담론과 실천 사례들을 통해 개념화하고 생태예술의 필요성과 향후 생각해 볼 문제를 제기하였다.
강미희 美野아트댄스컴퍼니 대표는 문화예술 사각지대에 있는 부산지역 성매매 피해여성 청소년들(푸르미)을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푸르미들에게 날개를-새로운 나를 찾는 접촉 동작 춤’과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동으로 심화 발전시킨 ‘두드림의 몸짓 메아리-푸르미들의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사례를 발제했다.
특히 접촉동작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과정이 상세히 소개됐는데, 참여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 존중과 감각을 이해하고 자신을 드러냄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푸르미 프로그램은 성과의 기록화, 전문가 연계 작업, 무용치유로서의 효과 분석표 개발, 보충적 프로그램 개발 등을 향후 과제로 남겼다.
홍혜전 영남대 교책교수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는 커뮤니티 댄스를 공연ㆍ워크숍ㆍ페스티벌로 분류하여 설명했다. 특히 동영상으로 소개된 홍은예술창작센터의 프로그램(<야, 홍은에서 놀자!>, <춤, 바람 Dance, Wishes>)은 청중의 흥미를 자아냈다.
현재 서울에서 시행되고 있는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가나 지역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조직하기보다 공공기관이나 극장, 기획자에 의해 주도된 형태가 많고 대부분 일회성 또는 단기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면서 “제도의 선시행으로 예술가가 맞추어 작품을 생산해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커뮤니티 댄스에 대한 정부지원의 확대에 따라 무용가들이 깊은 고민없이 일반인과 함께하는 공연 정도로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참여 예술가 스스로 커뮤니티 댄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는 커뮤니티 댄스라는 용어를 사회적 통념과 무용학적 개념으로 정리한 후 영국의 사례와 한국의 공동체 춤, 국내 전개 양상을 살피고 최종적으로 한국의 커뮤니티 댄스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커뮤니티 댄스가 무용의 대중화, 일반인들의 춤체험 확장, 무용인들의 기회 창출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올바른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형 커뮤니티 댄스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영국의 커뮤니티댄스재단과 같이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협의체를 국내에 설립하자는 제언은 눈여겨볼 지점이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조기숙 무용역사기록학회 공동회장의 사회로 종합토론 및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현재 정부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들이 과연 참여자를 위한, 참여자에 의한, 참여자의 것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이때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이며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어떤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등 논의 주제가 다각화되었다.
박선욱 광주여대 교수는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언급하며 “정책적으로 내려온 커뮤니티 아트 프로그램이 지역과의 관계성, 지역의 내재성을 끄집어내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영 국민대 교수는 “지금의 커뮤니티 댄스가 지속성, 자발성과 공동체성과 관련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 또한 소외 계층에게 문화예술 감상 및 교육을 분배하고 예술교육을 사회복지로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지역사회, 컨텐츠 개발 및 창의적 파트너십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커뮤니티 아트와 시민의 생활예술을 지원하고 있는 유상진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 과장은 “커뮤니티 댄스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현장에서 실현시키기 위한 공공의 역할”에 대해 제기했으며 논의 내용을 향후 공론화할 것을 표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커뮤니티 댄스의 용어와 개념에 대한 논의부터 현황, 전망과 제언에 이르기까지 한국 커뮤니티 댄스를 다양한 관점으로 다룬 시간이었다. 현장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된 프로그램 사례들은 국내 커뮤니티 댄스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실증적으로 드러내어 의미를 더한다.
무용역사기록학회는 한국무용기록학회와 한국무용사학회가 통합하여 올해 새롭게 창립된 학회이다. 한국 무용학의 정립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학술지 「무용역사기록학」(연 4회) 및 연구서적 「무용역사기록학 총서」를 발간하고 심포지엄 및 공연,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 장학 및 학술 장려 사업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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