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댄스랩 서울 2014’ 조나단 버로우, 린 힉슨&매튜 골리쉬
신나게 놀고 싶다면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어라
김인아_<춤웹진> 기자

 

 

 창작 리서치 워크숍 ‘댄스랩 서울‘이 3주간의 과정을 마쳤다. 2012년에 시작돼 올해로 3회째, 매년 여름시즌에 열리고 있는 ’댄스랩 서울‘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초청해 동시대 무용 창작의 이슈를 함께 공유․연구하여 새롭고 다양한 접근법을 모색하는 워크숍이다. 지난 7월 장소특정적 퍼포먼스 창작법을 제안하는 트리스탄 샵스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8월에는 두 가지의 워크숍이 차례로 열렸다.
 영국의 영향력 있는 안무가이자 벨기에 P.A.R.T.S의 초빙교수, 영국 새들러스 웰즈 극장의 프로그램 리더인 조나단 버로우는 ‘Writing Dance’를 주제로 차별화된 관점의 안무 과정과 방법론을 소개했다.
 그는 음악 구조를 토대로 한 스코어(score) 작업을 안무의 새로운 재료로 제시했다. 음악구조 분석하기, 구조․구성․패턴 만들기, 정해진 구조에 움직임 대입하기 등 스코어 작업의 다양한 과제들을 이해하고 실천해보는 시간이었다. 약속된 패턴에 맞춰 ‘움직임을 수행하는’ 안무방식은 개인적인 감정과 의미의 전달을 우선한 기존 방식과 상반된다. 이를 통해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관객은 퍼포머의 구조에 따라 움직이는 작품을 보고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버로우는 안무자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표현하기보다 잘 짜여진 구조와 변화 속에서 관객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길 원했다. 관객은 안무가가 소개하는 정보를 통해 스스로 감정을 느끼고, 해석을 창출해내는 여지를 가질 수 있다. 보는 이가 안무의 과정을 경험하고 작품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컨템포러리 댄스가 지향하는 현대예술의 흐름이다.
 그렇다면 스코어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잘 짜여진 구조는 관객의 주의를 끌어당기고 다음에 전개될 퍼포먼스의 단계까지 관객을 견인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이를 위해 예측가능한 반복적인 구조 속에 예측불가능한 변화(일탈 혹은 탈선, deviation)를 적재적소에 배치, 전략적으로 리듬을 만들어 관객의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의 교수이자 세계적인 다원예술 그룹 고트 아일랜드의 디렉터 린 힉슨과 매튜 골리쉬는 컨템포러리 댄스와 퍼포먼스 간의 상반된 경향들을 바탕으로 ‘안무와 퍼포먼스 인스톨레이션’에 대해 소개했다.
 린 힉슨과 매튜 골리쉬는 안무와 글쓰기의 관계성, 인스톨레이션과 오브제들이 퍼포먼스를 어떻게 자극하고 활성화시키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공연예술에서 중요한 시간예술에 집중하여 창작의 재료를 정해진 시간 안에서 압축 또는 확장하거나, 과정주의 예술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동작 동사(action verbs)를 바탕으로 움직임 재료를 발굴하는 등 여러 가지 과제를 실습해보았다.

 



 또한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 등의 작품을 통해 퍼포먼스의 형태나 모드를 변형 가능케 하는 ‘플로어’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고, 설치-오브제-텍스트를 매개로 한 퍼포먼스를 실연해 봄으로써 창작의 방법론을 다각화시켰다. 텍스트, 인스톨레이션, 콜라보레이션을 결집한 퍼포먼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이 주어졌는데, 이는 참여자들의 창작을 자극하는 유용한 촉매제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조나단 버로우, 린 힉슨&매튜 골리쉬는 새로운 창작의 접근법으로 구조와 규칙을 공통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짜여진 틀 안에서 오히려 더욱 자유롭게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만들고, 과정자체를 즐기며 의미 있는 창작물을 도출해 나아갔다. 현명한 구조와 틀 속에서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창조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구조와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워크숍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이번 워크숍을 주최한 디아츠앤코의 송남은 대표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직관에 의한 창작 방식으로 창조적인 역량을 고갈시키는데 반해, 서구에서는 구조 안에서 아이디어를 담고 풀어내는 방법론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것을 메소드로 자신의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형태나 재료에 머물지 않고 미술과 춤, 건축과 무용, 글쓰기과 움직임과 같이 복합적인 장르에서 개념을 추출해 크로스오버하는 예술창작 방식으로 다원적인 결과물을 창출해낸다… 올해 댄스랩 서울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소개한 창작의 접근법에서부터 예술과 안무에 대한 철학적인 이슈까지 다각도로 소개할 수 있었던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고 전한다.
 댄스랩 서울은 유명 무용가나 단체의 표현방식을 코칭받거나 신체훈련을 위해 한 두 차례 클래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무용 워크숍과 확연히 다르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제시하는 무용창작의 새로운 접근법을 토대로 자신만의 무용 언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극이 주어진다는 점은 국내 창작 현장에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무용인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의미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길 기대한다.

2014. 09.
사진제공_디아츠앤코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