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2014 K Ballet World
전문가와 대중 아우르는 ‘발레’를 통한 소통의 장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8월 30일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 2014 K Ballet World 개막식에서 상영된 동영상에서 김민희 전 한국발레협회 회장은 “2006년 회장 재임시 아시아 퍼시픽 발레 페스티벌을 시작한 것이 Ballet EXPO, 지금의 K Ballet World 축제로 발전했다며 이 축제가 세계적인 발레 축제로 성장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개막식에 이어 곧바로 시작된 개막 공연에는 볼쇼이발레단, 비엔나국립발레단, 포르투칼국립발레단을 포함한 3개 외국 발레단 초청 무용수의 2인무와 유니버설발레단의 군무, 그리고 K-Arts발레단의 2인무 공연으로 꾸며졌다.

 



 가장 관심을 모은 작품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황금시대> 중 ‘탱고’였다(무용수 Anna Tikhomirpva & Artem Ovcharenko). 볼쇼이발레단의 두명 무용수가 춤춘 이 작품은 경쾌한 재즈 음악과 완급이 적절히 조절된 움직임 조합으로 컨템포러리 발레와 네오 클래식 발레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고 있는 면모를 보여 주었다.
 포르투칼국립발레단의 페르난도 듀아르트가 안무한 <프렐류드>(Prelude)도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요한세바스찬 바흐의 첼로 음악과 백색과 흑색 의상으로 조화를 이룬 두 무용수(미우라 유리나 & 서덕인)의 간결한 움직임이 교묘하게 변주된 춤은 컨템포러리 발레가 갖는 음악과 춤의 절묘한 앙상블을 한껏 살려냈다.

 



 지난해 축제의 명칭을 Ballet EXPO에서 새롭게 바꾼 K-Ballet World의 올해 프로그램은 크게 공연과 교육, 그리고 학술행사로 짜여져 있다.
 개막공연에 이어 중견 안무가들의 창작작품이 선보이는 Ballet Project 4050(4월 2일), 신진 무용인들의 작품 발표의 장인 창작발레 신인안무가전(4월 3-4일), 국립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동하던 스타급 무용수 김용걸 김주원이 출연하는 창작발레 이브닝(4월 4일)과 폐막공연(4월 5일)이 이어진다. 참여 작가들의 연령층에서부터, 성격을 달리하는 차별화 된 공연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사)한국발레협회의 아시아퍼시픽발레페스티벌, Ballet EXPO, K Ballet World는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발레 부문의 국제교류,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견, 중진 발레 예술인들의 공연 참여기회 및 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일반인들을 향한 이벤트성 프로그램 기획으로, 대중과의 소통 채널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해 오고 있다.
 지난해 “K-Ballet World”의 가장 큰 성과는 국내 발레 무용수들이 함께 참여해 새 작품을 을 만들어내는 프로덕션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재독 무용가 허용순이 안무한 〈the moment〉는 2013년 한국춤비평가협회의 베스트 작품 선정, 무용예술상 작품상을 수상, 우수한 창작 발레 작품을 만들어내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의 창작발레 작업이 대부분 같은 단체에 소속된 무용수와 안무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초청 안무가와 소속이 다른 무용수들과의 협력 작업을 통한 새로운 레퍼토리의 확보는 곧 발레계의 소통과 유통을 확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발레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14 K Ballet World는 개막전 부대행사로 8월 22일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 황혜민 부부를, 8월 23일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김주원과 국립발레단 간판스타인 김지영을 각각 강사로 초청해 ‘스타와 함께 하는 발레강좌’를 갖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 발레 발전을 위한 지역발레 육성 및 지원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9월1일 예술가의집)는 중앙(서울)에 편중하는 축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주최측인 (사)한국발레협회가 전국 발레인들의 조직체란 점을 생각하면 한국 발레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운 적절한 기획으로 보인다.
 여러 춤 장르 중에서 가장 대중들과 가까운 발레는 축제를 통한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K-Ballet World”가 발레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아우르는 축제로, 서울 중심이 아닌 전국의 발레인들과 국제적인 교류까지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연 작품의 질적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래밍의 보완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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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_ 스타와 함께하는 발레 강좌

'모든 이들을 위한 발레‘를 위한 만남의 장

홍애령_<춤웹진> 수습기자


 누구나 춤을 즐기고, 누구든 춤을 출 수 있는 모두의 발레축제. (사)한국발레협회 주최 '2014 K-Ballet World'는 ‘모든 이를 위한 발레’라는 주제에 걸맞게 발레애호가는 물론 일반인들의 무용과의 교감, 발레와의 소통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노력은 8월 22일과 23일 양일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마련된 ‘스타와 함께하는 발레 강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행사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 황혜민 부부,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등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발레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발레 인생, 예술과 춤에 관한 생각들을 솔직담백하게 나누었다.
 사전에 한국발레협회 홈페이지로 많은 접수자가 몰려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현장을 찾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발레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소녀들과 그의 부모님, 공연장을 취미로 찾아왔던 발레애호가들, 대학에서 수학 중인 전공생 등 다양했다.
 강사 자격으로 참석한 발레스타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거나 편안한 토크쇼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으며, 현장의 청중들에게 질문을 받아 평소 궁금했던 소소한 이야기들에 대해 답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애장품으로 친필 토슈즈를 청중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특히 어린 발레 소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2014 K-Ballet World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인숙 한국발레협회 회장은 “기존에 발레협회를 통해 일반인을 위한 발레강좌가 개설되어왔으나 비용과 시간 문제로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아 K-Ballet World 기간 동안 무료 강좌를 개설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연에는 객석이 꽉 차있는 것이 좋다. 그만큼 관객의 호응이 있을 때 발레예술이 더욱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발레작품의 질적인 향상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신예안무가의 작품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중견 안무가의 제작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이 발레예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해에는 이러한 노력이 각 지역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지회를 설립했고, 본 행사에서도 지역 발레 육성 세미나를 통해 지역별 국공립 발레단의 창설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8월 23일 <마그리트와 아르망> 연습을 마치고 바로 강연장에 도착한 강사 김주원은 “현역 프로 무용가로서의 삶, 무용가 이후의 삶, 그리고 이 시대에 순수 클래식을 하는 예술가로서 비슷한 또래의 무용수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기존의 클래식 강의도 많고 이미 이를 수강하신 분들도 많을텐데 저는 조금 더 편안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다. 또한 순수예술, 공연예술은 관객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발레가 가진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김주원 강사는 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 슬럼프, 연습방식 등 무용수로서의 삶과 더불어 평소의 취미와 식습관, 무용수 이외의 삶으로 성신여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최근에 맡게 된 EBS '오후N음악‘ 라디오 프로그램 녹화에 얽힌 이야기 등 자신의 삶에 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특히 강연장을 찾은 어린 발레 소녀들, 학부모와 대화에는 진지한 태도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일대일 토크쇼 진행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의 사회를 맡은 김순정 한국발레협회부회장은 “김주원 강사와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하여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인데 이렇게 강좌의 사회를 맡게 되어 매우 의미 있다. K-Ballet World의 공연, 교육, 세미나 등 모든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마쳐서 좀 더 많은 분들이 발레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현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발레를 너무 좋아해 저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무대 위의 모습만 보다가 인간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를 전공한다는 한 학생은 “제가 지금 발목을 다친 상태에서 어느 곳에서는 연습을 하라 하고, 어느 곳에서는 연습을 쉬라 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치료나 회복에 관해 오랜 경험을 지니신 강사님의 답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며 밝은 표정으로 강연장을 나섰다.
 강연장을 찾은 다수의 청중들은 일찍이 자리를 메우고 발레 스타들을 기다렸다. 마치 무대막이 올라가고 오케스트라의 서곡이 연주될 때의 심정처럼 설레고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무대 위의 선망의 대상에서 마이크를 잡은 편안한 무용수로, 소통을 위한 문턱의 낮춤을 선보인 스타와 함께하는 발레 강좌가 지속적으로 열리길 기대해본다.

2014. 09.
사진제공_hanfilm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