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이원국발레단 〈동물의 사육제〉
유명 음악과 결합된 가족 창작발레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수년 전부터 한국 춤계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 중 하나로 타켓형 춤 상품을 표방한 작품 제작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특정한 계층을 겨냥한 이 같은 작업은 발레 장르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으며, 기획단계에서부터 1회성 공연이 아닌 여러 극장에서의 유통을 전제로 한 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원국발레단이 새로 선보인 <동물의 사육제>(10월 25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역시 이 같은 타켓형 공연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물의 사육제’는 프랑스의 까미유 생상스가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으로 곡마다 동물들의 이름이나 다른 재미있는 이름들이 붙여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어느 시골에서 온갖 동물들의 가면 분장을 하고 행진하는 축제를 본 생상스가 여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작곡하게 된 작품. 기지와 해학이 넘친 14곡의 소품 〈서주(序奏)와 사자왕의 행진〉 〈수탉과 암탉〉 〈당나귀〉 〈거북〉 〈코끼리〉 〈캥거루〉 〈수족관〉 〈귀가 긴 등장인물〉 〈숲속의 뻐꾸기〉 〈커다란 새장〉 〈피아니스트〉 〈화석〉 〈백조〉 〈종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상스는 이 작품을 ‘동물원의 환상곡’이라고 했는데, 그는 열네 개의 짧은 악장으로 온갖 동물들을 묘사했다.

 



 이원국발레단은 같은 제목으로 30분 길이의 어린이들을 위한 발레로 만들었다. 오래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대학로에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확충하기 위해 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을 초청, <동물의 사육제>를 문예회관 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했던 적이 있으나 이후 이 작품은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 레퍼토리에서 사라졌다.
 2부 순서에 선보인 이 작품은 안무가 이원국이 철저하게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겨냥해 제작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휘자인 피터와 소녀가 함께 떠나는 숲속 여행을 기본 컨셉트로 주인공 소녀(김유진)가 피터로 분한 이원국과 함께 실제 이야기를 하면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구조나 생상스가 동물들을 묘사한 14곡 중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동물들을 선별해 묘사한 것이나, 작품 속에 어린이들의 군무를 집어넣고 공연 도중 즉석에서 퀴즈를 내어 정답을 맞힌 어린이들에게 실제로 선물을 선사하는 시도 등이 그런 예이다.

 



 <동물의 사육제>는 피터와 소녀가 숲속 여행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관객들과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효과로 나타난 데다 무용수들의 춤과 익살스러운 연기, 그리고 무대미술과 다양한 소품 등 시각적인 효과가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원국은 생상스가 의도한 데로 사자, 수탉과 암탉,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노새, 뻐꾸기, 백조 등 동물들을 등장시키고 감각적인 안무를 더해 음악과의 매칭을 통한 재미를 한껏 살려냈다.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대사 처리, 그리고 개개 동물들의 춤에서 보다 더 차별성을 살려내는 안무가 뒷받침 된다면 가족 발레로서의 상품 가치가 더욱 배가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1부에서는 주요 클래식 발레의 한 부분을 엮어 갈라 공연 형식으로 선보였다. 무용수의 고난이도의 테크닉이 돋보이는 <해적> 2인무와 조르주 비제의 강렬한 음악이 빛나는 <카르멘>, 색소폰 연주자의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솔로 춤 <사랑보다 깊은 상처>,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아픔에 대해 노래하는 대표적인 로맨틱 발레 <지젤> 등이 해설을 곁들여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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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안무가 이원국

“상주단체 지원제도 큰 도움 된다”

 


장광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같은 제목의 작품으로 이주 오래 전에 지금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어린이날을 전후해 <동물의 사육제>를 공연했던 기억이 난다. <동물의 사육제>를 발레로 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원국 발레단 창단 때부터 늘상 생각해 온 것 중 하나가 새로운 안무의 창작발레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지난 몇 년간 <춘향>을 비롯하여 반세기의 역동적인 한국사를 다룬 <여명의 눈동자>,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드>, <카르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안무해 무대에 올려왔다.
 이번 작품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안무를 바탕으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발레의 저변을 넓히는데 적격이라고 생각했고, 예전부터 아이들을 위한 발레 콘텐츠 개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창작 작품은 작년에 만들어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신데렐라> 이후 이 작품이 두 번째이며, 앞으로도 <피터팬><한여름밤의 꿈>을 비롯해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토대로 한 작품 제작을 구상하고 있다.

30분 정도 길이로 안무하면서 전체적으로 흥겨운 분위기로 전개시켜 나갔고 커튼콜 연출도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생상스의 원곡 그대로를 순서대로 발레로 만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음악 편집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음악은 모두 생상스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고, 작품 구성상 두 번 반복해 연주된 곡들도 있다.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공작새(원제는 귀가 긴동물), 큰새, 그리고 코다 부분이며, 커튼콜 음악은 좀 더 대중적인 Bob Goldstein 작곡의 워싱턴 스퀘어라는 곡으로 선택했다.

새로운 작품은 그것이 재안무이든 새로 만든 것이든 적지 않은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안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안무자로서 힘들었던 점은 크게 없었다.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했으며 항상 그래왔듯이 공연의 모든 진행과정과 상황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해왔다. 발레를 공연하고 제작할 때 가장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이번 작품의 초연 후 안무가로서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적지 않은 부분에서 보완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의 자문을 구해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이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정기적으로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서 공연하고 싶은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상주단체로 노원문예회관에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주단체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우리발레단이 노원문화예술회관의 상주단체로 이제 6년째를 맞이했다. 상주단체 제도는 영세한 예술단체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아주 좋은 제도이고 우리 발레단이 그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좋은 취지의 제도에서 단체가 더욱 성장하고 좀 더 외연을 넓힐 수 있는 튼튼한 발레단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주관 기관에서도 우수한 상주단체가 더욱 발전되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폭넓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여명의 단원과 행정 스탭들에게 4대 보험을 포함한 고정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춤계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급여 등 발레단 운영을 위해 매달 얼마 정도의 경비가 필요한가?
이원국발레단은 2012년 말에 개인사업자에서 법인형식을 띤 면세사업단체로 사업체를 변경했다. 현재는 7명의 무용수를 포함한 총 9명에게 4대 보험을 비롯한 고정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월별로 들어가는 급여는 통상 기본급이 1,600여만원 정도이고 공연수당은 따로 지급이 된다. 올해는 공연계의 상황이 좋지 않아 발레단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남은 주요한 공연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11월에는 <동물의 사육제>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카르멘>과 <신데렐라>를 울산북구문예회관에서, 그리고 <맥베드>를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카르멘>과 <신데렐라>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공연이고, <맥베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재공연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다. 12월에는 <호두까기인형>을 서대문문화회관, 노원문화예술회관, 화성아트홀에서 각각 공연할 예정이다.

이번에 책을 출간했다고 들었다. 아직 현역에서 한참 활동하고 있는데 자전 에세이 성격의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자서전을 내게 된 동기는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앞으로의 삶에 거울로 삼고자하는 의미였다. 월요발레의 활성화와 더불어 발레의 대중화에 좀 더 근접하려는 의도이며, 세계적인 한국발레의 위상을 위해 작지만 힘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출간했다.

2014. 11.
사진제공_이원국발레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