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2014 광진국제여름춤축제
젊은 축제, 아시아 컨템포러리 댄스와 손잡다
김인아_<춤웹진> 기자

 

 2014 광진국제여름춤축제(GSDF)가 ‘젊은 축제! 춤에 빠져들다’라는 주제로 8월 19-23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렸다. 올해 3회를 맞은 축제는 광진구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 발을 내딛었고, 해외 춤축제와의 네트워킹도 확대시켰다.
 일본의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에 이어 올해는 도쿄 세션하우스 극장, 싱가폴의 M1 컨텍트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 미국의 디트로이트 댄스 시티 페스티벌과 협력관계를 맺고 보다 확장된 무용교류 플랫폼을 마련한 것. 축제에 참여한 안무가들이 해외의 페스티벌, 극장 기획공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더불어 늘어났다.
 올해 광진국제여름춤축제는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폴, 헝가리, 스페인 등 총 6개국 14팀의 작품을 선보였다. 헝가리와 스페인의 두 팀 이외에 나머지 12팀이 모두 아시아의 안무가들이었으니 아시아 컨템포러리 댄스에 집중한 프로그래밍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19 일의 개막공연 ‘인터네셔널 예술가 플랫폼‘은 네 가지의 다른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로 꾸며졌다. 〈Cabeza〉를 선보인 다니엘 아브레우는 무겁게 짓누르는 진중한 분위기에서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발산하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구성된 작품의 전후반을 특유의 탄력과 일정한 호흡으로 안정감 있게 구현했다.
 테이프를 이용해 플로어에 자취를 새겨 넣는 슈 슈리앙의 〈Tracking〉에서는 격렬한 비트와 정적이 묘하게 어우러진 가운데 안무가의 즉흥 움직임을 중심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페레츠 파히르의 〈Upwelling〉은 주기적으로 반복된 강약의 리듬감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드러내는 무용수 유미 오사나이의 표현력과 기묘하고 그로테스크한 감각이 돋보인 작품이었으며, 남녀의 사랑과 갈등, 욕망의 감정을 애절한 아쟁소리와 함께 여과 없이 표현한 온앤오프무용단의 한창호&도유의 <몽환>에서는 두 사람의 완숙한 교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일 댄스 유망주 프로그램’(21일)에는 일본의 쇼타로 카토와 한국의 박상준이 무대에 올랐다. 그 가운데 박상준의 〈Man to Man〉은 들숨과 날숨을 주도면밀하게 이용해 긴장 관계에 놓여있던 두 남자의 감각을 하나로 합치해가는 전개가 돋보인 작품이다. 빠르고 패기 넘치는 움직임과 둘의 안정된 교감, 거기에 호흡이라는 영리한 장치를 들여왔지만 전하는 메시지나 전체적인 짜임새가 어딘지 모르게 전혁진 안무의 <동행>을 떠올리게 했다.
 같은 날 이제성, 최명현, 이동원, 천성우가 참여한 ‘한국 안무가 플랫폼'에서는 국내 젊은 안무가들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무대로 진행됐다. 이동원의 〈Self-Quiz〉는 정해진 8개의 질문에 대해 그 해답을 움직임으로 탐구하는 개념 중시 작품이다. “그림자는 벽의 것인가, 나의 것인가”, “장르는 희극인가, 비극인가” 등의 무감각적인 물음에 이동원과 김준희가 매우 성실히(!) 감각적인 춤 언어로 응답했다. 마지막 질문 “당신은 거기에 있는가”는 수행해 온 모든 탐구와 실험적인 과정을 한순간에 전복시켜버리는 재치 있는 장면이었다.
 천성우의 <보통 싸람>에서는 강자에게 침식당하는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연기, 소리, 인형, 코스프레 분장 등을 불편함 없이 이용한다. 전체를 연극적으로 재기발랄하게 풀어가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유쾌한 듯 진중한 그의 표현법, 탄탄하게 전개되는 작품 구성력이 돋보인 수작으로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수확이라 보여진다.




 23일 폐막공연 ‘아시아 컴퍼니 시리즈’에서는 저스트댄스컴퍼니의 이지선과 르씨댄스컴퍼니의 김동규 등 한국 작품 이외에도 싱가폴과 일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T.H.E 댄스컴퍼니의 퀵시분이 안무한 〈Un-Form〉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무용가의 녹록치 않은 삶을 반추하며, 예술가의 존재가치와 스스로의 정체성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구하는 작품이다. 3인의 무용수가 자신만의 움직임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상과 함께 흥미롭게 전개됐다.
 마드모아젤 시네마의 이토 나오코가 안무한 <빨간 꽃․하얀 꽃>은 무용수들의 몸과 마음에 축적된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을 이야기한 작품. 일본 안무가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극적 표현력과 구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편, 축제 종료 후 주최측은 협력축제에 초청된 국내팀 안무가 명단을 발표했다.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은 최명현의 <마음소리>, 미국 디드로이트 댄스 시티 페스티벌은 김동규의 〈Perfect Idea〉, 싱가폴 M1 컨텍트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은 천성우의 <보통 싸람>, 도쿄 댄스 브릿지 인터내셔널은 한창호&도유의 <몽환>, 홋카이도 댄스 프로젝트는 이동원의 〈Self-Quiz〉을 초청했다. 2015 GSDF 안무가로는 〈Man to Man〉을 안무한 박상준이 선정되었다.
 이번 광진국제여름춤축제의 키워드는 ‘젊음’과 ‘아시아 컨템포러리 댄스’였다. 올해로 3회째, 페스티벌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에 이 두 가지 요소는 차별화 전략으로 기능하여 성장의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다만 해외초청작의 양적 확대와 전작품의 질적 편차를 개선한 향상된 프로그래밍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축제의 주제를 대변할만한 대표작을 제시할 필요도 있겠다. 젊은 무용가들의 실험적이고 패기 넘치는 시도 및 형식이 녹아든 작품과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축제, 아시아 컨템포러리 댄스의 흐름을 읽을 수 읽는 여름 춤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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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미니 토크_ 해외 기획자 & 안무가


스웨인 요시코 Yoshiko Swain_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 예술감독

올해로 3회를 맞은 GSDF가 프로그램, 작품 내용, 국제화의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에 놀랐습니다. ‘한국 안무가 플랫폼'은 전 작품 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마지막 날의 김동규 작품은 특히 좋았습니다. Fukuoka Dance Fringe Festival(FDFF)에 초대된 일본의 두 작품과 중국의 작품을 이번 축제에서 볼 수 있었던 점,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의 축제 디렉터를 만나 뵙게 된 점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시아 컨템포러리 댄스를 FDFF와 연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의 프로젝트를 구상, 무용교류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노리코시 타카오 Norikoshi Takao_무용평론가

광진국제여름춤축제는 아시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각국의 무용가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은 개념적인 작품부터 연극적인 것까지 다양한 변화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최명현의 작품은 분필로 쓰는 것이 창작 아이디어로서 좋지 않았지만, 후반에 보여준 다양한 감정과 에너지를 응축한 신체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동원의 퍼포먼스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렉쳐형식이었지만 그의 움직임 부분이 매력적이었고, 마지막 질문이 작품의 구조 전체를 파괴하는 장치로 기능하여 지성과 춤 모두를 즐길 수 있었어요. 천성우의 도입부는 마치 코미디 쇼 같았으나 차츰 정치적 색채를 띠며 전개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씬은 어느 정도 예상가능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연기는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또 싱가폴 퀵쉬분의 T.H.E 댄스컴퍼니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용수가 마이크를 들고 말하면서 퍼포먼스를 이어가는" 연출은 그동안에도 자주 있었지만, 언급되는 텍스트는 지성과 유머가 넘쳤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모두 단련되고 매력적인 무용수들인 만큼 좀더 강하고 폭발력 있는 춤을 보고 싶었습니다.
일본 작품으로는 카토 쇼타로와 마드모아젤 시네마를 보았는데요. 카토는 몸 자체에 독특한 매력이 있고,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내긴 했지만 움직임 어휘를 늘릴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마드모아젤 시네마는 막이 오른 직후부터 관객의 마음을 잡은 듯했어요. 연극적이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의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티스트가 만나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해 다각적으로 공유하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퀭 웨이랩 Kwong Wai Lap_상하이 문화링크 경영컨설팅주식회사 이사

불과 몇 년만에, GSDF는 한국의 컨템포러리 댄스 안무가들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안무가들과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GSDF는 젊은 아시아 안무가들이 세계에 그들이 지닌 재능과 자신들의 예술세계가 지닌 방향성을 보여주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축제에서 젊은 감각을 지닌, 그리고 기존의 관념을 타파하고 좌중을 압도하는 작품을 보았습니다. 이동원의 〈Self-Quiz〉는 대체불가능한 창작 DNA를 겸비한 작품으로, 김준희와의 숨막히는 파트너십이 두드러졌습니다. 그의 탐구적 안무 성향은 작품에 훌륭히, 영리하게 드러났어요. 슈 슈리앙의 〈Tracking〉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불이 꺼지거나 음악이 시작되는 시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모든 움직임을 즉흥으로 보여주었지요. 제가 최근 몇 년간 본 작품 가운데 최고의 구성을 보여준 즉흥 중 하나였습니다.
컨템포러리 창작 작업에서 우리는 항상 개성과 유머, 휴머니티를 찾으려 하지요. 이번 축제에서 나는 그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퀵 쉬 분 Kuik Swee Boon_T.H.E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M1 컨텍트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 예술감독

GSDF는 한국 및 전 세계의 예술가들을 만나고 각자의 창작 작업과 생각의 방식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번 축제는 흥미롭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두 번째 날 ‘한국 안무가 플랫폼’에서 그런 점들이 돋보였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춤계는 안무가와 기획자를 비롯해 매우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어요. 전국의 대략 50개 대학에서 각각 20명 이상의 무용전공자를 매년 배출하지요. 자생적이고 창조적인 아티스트로 양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니엘 아브레우 Daniel Abreu_안무가

축제 참여는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번 축제를 위해 〈Cabeza〉를 솔로로 재안무하게 되었는데, 원작과 재안무작을 비교하는 작업은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갖게 했어요. GSDF는 아름다운 에너지로 가득찬 젊은 축제입니다. 다른 안무가와 무용수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각각의 개성이 담겨있는 모든 작품 속에서 삶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보였습니다.
대표작 : 〈Equilibrio〉 〈Animal〉 〈Perro〉 〈Cabeza〉


이토 나오코 Ito Naoko_마드모아젤 시네마 안무가, 도쿄 세션하우스 디렉터

GSDF에서 국제교류의 열린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사흘 동안 3개의 프로그램이 각각 특징을 갖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공연되었는데요. 첫날은 4개국의 정교한 작품, 2일째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힘을 느낀 작품들이 펼쳐졌습니다. 3일째는 작품의 가진 힘과 댄서의 신체 능력을 만날 수 있었어요.
GSDF에서 만난 안무가나 무용수들과 무용교류를 확대하고, 한국을 비롯해 각지의 소극장과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 나가고 싶습니다.

 


2014. 09.
사진제공_광진국제여름춤축제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