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과 5월에 걸쳐 열리는 제3회 강동 댄스페스티벌의 가장 큰 관심은 올해 처음 시도되는 프로그램들에 쏠렸고 공교롭게도 2개 모두 4월 하순에 첫 선을 보였다. 6천년 전의 선사시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강동구의 특성을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 제작을 표방한, 개막 공연작 <Arts of Evolution>(4월 26-27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은 기대 이상이었다. 1막과 2막으로 나누어진 60분 동안 무용수들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안무가 안성수가 조율한 18명 댄서들의 움직임은 전체적으로 보면 유사한 유형의 반복으로 인해 단조로운 듯 보였으나 사이 사이에 솔로와 2인무, 남성 무용수와 여성 무용수들의 군무를 적절히 혼합하고, 움직임의 템포 변화를 통한 완급 조절, 그리고 전면의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과 조명의 변화를 통한 시각적 연출(미술 무대디자인 정구호)에 힘입어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의 특성을 한껏 살려냈다.
1막에서 안무가는 타악기 리듬을 기저로 제의적인 분위기, 상체 위주의 움직임, 동물적인 감각의 분위기 표출로, 2부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기저로 한 솔로, 2인무, 8인무를 길게 끌고 가지 않는 대신 빠른 대형 변화와 대무(對舞) 등 구도적인 변화와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군무 앙상블을 통해 차별화 시켰다. 관객들은 다양한 음악과 무대 위 시각적인 변화에 힘입은 댄서들의 거침없는 움직임 그 자체를 즐겼다. 제작진들은 몸 하나 만으로도, 관객들을 춤의 매력에 깊숙이 몰입시킬 수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었고, 오디션을 통해 뽑은 13명의 댄서들은 안성수 픽업그룹의 탄탄한 앙상블을 자랑하는 5명 댄서들과 어우러짐에서도 별반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선전했다.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 제작으로 무용 대중화에 기여하고 '강동구'를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주최측의 기획 의도는 작품의 탄탄한 완성도에 힘입어 일단은 성공했다. 향후 재공연을 통해 몇 가지 문제점이 보완된다면 고정 레퍼토리로도 국내 춤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2014년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의 실제 개막은 올해 처음 신설된 대학무용제 자유참가부문 공연이었다. 각 대학에서 응모한 5개의 작품이 경연 형태로 선보인 대학무용제 자유참가부문 선정작 공연(4월 24일, 소극장 드림)은 재기 발랄한 소재와 다양한 춤의 조합으로 주목을 끌었다. 경희대학교 송우람이 안무한 <제1악장-오케스트라>는 남녀 무용수들의 앙상블과 움직임 조합이, 국민대학교 박형진이 안무한 <Welcome(W.C.)>는 분명한 컨셉트와 함께 6명 남성 무용수들의 세밀한 신체 각 부위의 터치까지도 춤으로 연결시킨 구성력이 특히 돋보였다.
10분 정도 길이의 작품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다루기 힘든 소재를 선택한 것이나 무용수들의 기량을 선보이는 콩쿨에 더 적합한 구성의 작품들은 무용수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세월호 침몰로 인한 수백명 인명피해란 국가적인 재난으로 인해 준비한 공연의 대부분이 공연하지 못하게 된 채 개막된 올해 강동국제무용축제는 김선희발레단의 <인어공주>(5월 4-5일), 발레 아름다운 나눔(5월 15일),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의 <이방인>(5월 17-18일) 공연만이 이어진다. 춤 심포지움(5월 12일)과 박귀섭의 무용사진전(4월 26일-5월 18일)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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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of Evolution> 안무가 안성수 인터뷰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기존의 것들을 구상하여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새로운 것이다”
공연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공연은 강동아트센터 측과 아이디어 회의 끝에 강동구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들자는 의견으로 모아졌고, 강동구가 보유한 선사시대를 모티브로 삼게 되었다. 작품 구상을 위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의식을 하고, 어떤 움직임을 하였을까라는 고민을 통해 몇 가지 동작들을 뽑아내었다. 예전에는 신과의 대화를 위해 시작된 의식과 같은 동작들로 춤이 기원되었고, 반복적인 동작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하게 모양이 정해지진 않았겠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스텝들은 그 시대부터 존재했고, 그것이 발달해왔을 것이다. 그래서 기본 의식을 위한 움직임을 만들었다. 그 기본 움직임이 점점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면서 어떤 움직임으로 향해 가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며, 음악도 그에 맞춰 타악기 위주의 리듬에서 바로크를 지나 모차르트까지 사용하였다.
이번 작품은 선사시대를 모티브로 예술의 진화를 보여준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단서들 중 의식에 초점을 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선사시대에는 주로 의식을 올리며 춤을 추었다. 신과의 교감을 위해서 추기도 하였지만 결혼식, 장례식 등에서도 춤이 추어졌을 것이다. 동작을 만들면서 아직 진화하지 않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무게이동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또 요즘 시대 춤이라 여겨지는 힙합 무용수들의 움직임에도 예전부터 그러한 동작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고민 끝에 간단하고 반복될 수 있는 움직임들을 선택하여 주로 사용했다.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때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는지요? 이번 작품의 경우 강동아트센터 이창기 관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고, 어떤 때는 무용수들, 또 다른 경우는 같이 연출하는 정구호 선생님의 아이디어를 움직임으로 풀어보기도 한다. 음악 등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주로 가까운 곳에서 얻는 것 같다.
강동아트센터가 무용 특화 공연장인데 좀 더 많은 관객들이 무용을 즐길 수 있도록 무용에 대한 매력을 꼽아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안무가나 예술감독에 따라 무용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 나의 경우는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듣는 음악을 보게 하는 부분(청각의 시각화)과 극장에서 라이브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질감 등이 무용에 대한 매력인 것 같다. 또 다른 한가지를 꼽아본다면, 무용은 마니아들이 필요한 장르이다. 마니아들을 확보하려면 많은 무용공연들이 관객들에게 보여져야 한다. 좋은 무용작품을 접한 관객이라면 무용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다. 한번 보면 다시 보고 싶은 것이 무용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많이 하신다고 하셨는데요, 편견일 수도 있지만 선생님 작품에서 클래식 음악(봄의 제전, 볼레로 등)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선호하시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의 경우, 작품을 구상 할 때 음악의 구성을 본다. 음악의 구성에 따라 안무의 구성도 같이 가게 되는데 클래식 음악은 구성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안무가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진다. 다시 풀어 이야기 하자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언제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이다. 대중음악이나 팝의 경우는 되풀이 되는 구성으로 인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선택의 폭이 매우 좁지만 클래식은 단단한 구성으로 인해 언제라는 범위가 무척 커진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작품에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꼭 고전만을 고집하지는 않고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게 사용한다.
안성수 픽업그룹은 단원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들을 선발하였는데, 그러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보통은 픽업그룹 단원들과 작업을 한다. 그 이유는 많은 시간을 통해 쌓은 교감으로 이해도가 빠르고, 단원들 모두 무용적 능력 이상으로 작품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성실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작업을 통해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연습 때 무용수들과 대화하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시는지요? 나는 작품의 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성을 다양화 하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데 무용수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순서와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공연뿐만 아니라 연습 과정에서도 무용수들에게 지속적인 집중을 요구한다. 소통을 통해 먼저 유대감을 형성하고, 동작들로 넘어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감을 쌓기 위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이번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보이는 대로 즐기십시오!” 관객들을 내 의지대로 이끌어갈 생각은 없다. 관객들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 ‘무용수들이 정말 잘한다’, ‘의상, 조명이 너무 멋있다’, ‘작품이 재밌다’ 등 있는 그대로 즐기셨으면 좋겠다. (공연 팜플렛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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