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세월호 추모 문화제
춤으로 전하는 무용가들의 애잔한 추모사
장승헌_공연기획자

 5월 23일 늦은 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 마로니에 쌈지무대. 서울연극협회(회장/ 박장렬)가 주관한 <세월호 참사 추모 문화제>에 11명의 무용가들이 자발적인 프로젝트 춤 모임을 결성, 25분 가량의 추모작품 <친구야, 안녕>을 공연했다. 이 추모공연은 4월 17일 자정 무렵 이미 한 차례 더 공연되었었다.

 



 현재 전문무용단연합회 이구동성을 이끌고 있는 박호빈을 선두로 출연 무용수들이 저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무대를 한 바퀴 휘감아 돌고 나면 젊은 소리꾼 류가량(국립창극단원)이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와 심청이 만나는 애절한 대목을 목청껏 부른다.
 서서히 한켠에선 한국 창착춤꾼 임지애와 백주희의 처연한 울음까지 머금은 살풀이춤이 정적을 휘감는다. 못난 애비와 효녀 딸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심청가>의 절절함은 장단을 타고 무겁게 혹은 강하게 우리의 가슴을 치며 살풀이 명주수건은 밤하늘의 허공을 가로 지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현대 무용가들이 그 숙연한 분위기를 이어 받아 무대 곳곳에 자리한다. 한편 뜨거운 몸의 체온을 온 마음에 담아 애잔한 즉흥춤으로 화답하자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 자리한 많은 관객들의 입을 통해 ‘아…’ 하는 긴 탄식음들이 여기저기서 메아리로 흩어 졌다.
 이윽고 나지막하게 기타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아이들의 노래소리와 싱어 송 라이터 가수 김창완이 조용하게 부르는 <안녕>이라는 노랫말은 일순간 참고 있었던 모든 이들에게 응어리진 한숨과 눈물이 함께 뒤섞이는 먹먹한 풍경을 연출한다. 절묘한 선곡이 아닐 수 없다.

 



 무용수 제 각각의 춤들이 어우러지고 흩어지고 교차하며 따로 또 같이 저 마다의 가슴 속 무게감만큼이나 처절한 움직임으로 녹여 내는데 집중한다. 특히 장은정, 최경실, 박호빈, 노화연 등 현대 무용가들의 진중하고 정감 넘치는 연기력과 무용원 창작과 재학생들의 패기만만한 춤사위의 앙상블은 촛불을 들고 시종 진지하게 앉아 있던 추모객들의 마음을 흠씬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11개의 노란 풍선이 출연진 각자에게 나누어지자 그 풍선은 마치 사고 희생자들의 얼굴로 치환되어 가슴에 끌어안거나 혹은 그들의 얼굴처럼 손으로 어루만지며 채 피지 못한 어린 영혼들의 서러운 기억들과 만남, 그리고 다시 재회를 기원하는 배려의 마음까지를 추스린다.

 



 안타까운 기운에 실어 하늘로 떠나보내는 노란 풍선들… 밤바람의 공간을 가르며 저 멀리 날아가는 풍선들을 시나브로 쳐다보는 가운데 객석 곳곳에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모두를 더욱 슬프게 만들고야 만다. 스스로 억울해서 미처 떠오르지 못한 채 나뭇가지에 걸려 버린 두 세 개의 노란 풍선들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는 멍울처럼 살아남은 자들의 허망함과 응어리를 대변하듯 짙은 숲가지에 쌓여 펄럭이며 한동안 그렇게 별처럼 그리움으로 박혀 있었다.

2014. 06.
사진제공_춤추는 거미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