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제주도에 아름다운, 다양한 토속음악이 이렇게 많은 줄 정말 몰랐습니다.”
7월 23일 밤 탑동해변공연장.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 전야제 공연의 사회를 맡은 전행진 아리랑 TV 방송국 PD는 제주의 토속음악과 만나고 있는 춤 공연을 보면서 중간 중간에 느낀 소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렇게 언급했다.
이날 전야제 공연의 전체 제목은 ‘제주의 토속음악과 만난 춤’. 구전으로 전하는 해녀들의 노래와 무속음악 등 제주도 토속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무용이 만난 공연으로 서울과 부산 서귀포 제주 등 4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9춤단체 70명의 출연자들이 참여했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즉흥 장르가 포함되어 있었고, 어린이, 청소년, 일반 성인, 전문 무용인들이 두루 참여해 제주도가 보유한 다양한 토속 음악 〈이어도사나〉 & 〈오돌또기〉(제주극장), 〈신아외기소리〉(제주연무용단), 〈너영나영〉(강남발레단), 〈서우젯소리〉(김미자무용단),〈멜후리는소리〉(아우라즉흥댄스) 등을 춤과 접목시켜 새롭게 해석해냈다. 이밖에 댄스인제주무용단과 한정수무용단, 무용다방은 제주의 무속음악과 자장가 등을 사용해 다양한 춤들을 선보였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해녀문화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이다. 또한 서귀포시는 현재 중앙 정부에 의해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있다.
‘Dancing Island Jeju, 춤추는 섬 제주’. 제주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무수한 신화를 춤예술과 접목시킨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좁게는 제주도민과 휴양객들에게, 넓게는 전세계 무용인들의 춤을 통한 만남을 표방한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 JIDANCE 2023’이 성황리에 끝났다.
사단법인 제주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이사장 박인자)가 주최한 제주국제무용제는 7월 23일 ‘제주 토속음악과 만난 춤‘(전야제)을 시작으로 7월 30일 스페인 MASDANZA 축제와 제주국제무용제의 협력 프로그램인 ’JIDANCE X MASDANZA’(폐막공연)까지 모두 14개 프로그램이 제주탑동해변공연장, 서귀포예술의전당, 제주문화예술회관, Be IN;(비인) 극장, 예술공간 콜라주 플라츠(남원읍), 예술공간 이아(제주시), 상가리 마을(애월읍), 위미리 마을(남원읍), 제주목 관아 등지에서 열렸다.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 전야제 및 개막공연 |
7월 24일 밤 제주 탑동해변공연장에서 열린 개막식 & 개막공연에는 블루댄스씨어터의 사전공연을 시작으로 개막식에 이어 제주도립무용단의 〈제주천고〉, 일본 Namstrops의 〈Lizard Lake, 도마뱀 호수〉, Rising Tide Dance Theater의 〈Bolero〉, 툇마루무용단의 〈해변의 남자〉 등이 펼쳐졌다. 공연 후에는 관객들과 출연자들이 함께 무대 위와 아래에서 어우러지며 여름밤을 춤으로 한껏 즐겼다.
이날 제주국제무용제의 개막을 알리는 개막선포는 제주무용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던 원로무용가 이창훈 옹이 했고,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와 Natalia Medina 스페인 MASDANZA 축제 예술감독,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의 축하 메시지 등이 영상으로 방영되었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무용단체를 중심으로 꾸며진 〈흥과 멋, 탐라의 춤〉(7월 25일 제주문예회관대극장)은 제주도립무용단이 첫 순서를 장식했다. 8인이 추는 진주검무를 서울 교방의 김경한이 홀춤으로 구성한 〈구음검무〉는 궁중정재의 형식미와 한삼 자락의 우아함, 현란한 검기, 매혹적인 맨손 사위의 조화가, 남기홍 트레이가 안무한 〈부서지는 파랑(波浪)〉은 우리의 삶 속 수많은 감정이 요동치며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쌓아 올라 최고의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춤으로 그려냈다.
제주도의 자연과 문화, 신화를 주제로 해 한국 전통무용을 재해석하고 창작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팀오르다의 〈청음(請音; 소리를 청하다. 靑飮; 푸름을 호흡하다)〉(안무 김한결)은 해녀가 가장 깊은 곳에 닿았을 때, 비로소 바다가 된 자신의 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서로의 곁에서 푸르게 호흡하며 꿈꾸는 모습을 춤으로 그려냈다.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한 작품제작을 표방한 제주극장 사회적협동조합은 박병천의 〈진도북춤〉을 박수현의 지도와 안무 구성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유일하게 육지에서 초청된 안덕기(한예종 무용원 교수)의 안무 작품 〈I’m blue〉는 바다와 특별한 만남을 가진 사람들의 사연을, 길ArtDanceCompany의 작품 〈애기업개의 業〉(안무 최길복)은 금단의 섬 마라도에 물질을 가면서 돌아오지 못한 소녀, 신의 제물이 된 애기업개의 넋을 위로하는 내용을 춤으로 담아냈다.
Contemporary Dance Best Collection |
3일간 제주시에서 연속된 공연은 서귀포로 옮겨 계속되었다. 우수한 컨템퍼러리댄스 작품으로 구성된 Contemporary Dance Best Collection이 그것으로 7월 26일에는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27일에는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출연팀을 달리해 열렸다.
26일에는 툇마루무용단, 블루댄스씨어터, KARTS Dance Company, 김형남의 안무 작품이, 27일에는 모던테이블, KARTS Dance Company,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두아코 댄스컴퍼니, 그리고 독일의 Sonia Rodriguez가 각각 출연했다.
툇마루무용단이 선보인 무대는 안무가 최청자의 작품으로 1996년 초연 이후 무용단의 레퍼토리 중 최다 공연의 기록을 갖고 있는, 해프닝과 유머를 통해 현대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 〈해변의 남자〉였다. 정유진이 안무한 블루댄스씨어터의 〈8음〉은 몸으로부터 시작하는 진동을 소재로 했고, 김형남의 〈Four Seasons〉는 비발디의 사계에 붙어 있는 짧은 시(소네트)에 기초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들과 감정들을 무용수의 몸짓을 통해 표현해냈다.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Shahar Binyamini는 KARTS Dance Company와 협업하여 춤추는 몸의 극단적인 육체성으로 인해 점차 고조되는 인간의 감정을, 〈Bolero 2022〉를 통해 표현했다.
27일 공연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과 맥베스를 합친 합성어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맞닥뜨리는 수많은 욕망과 선택의 기로, 갈등을 담은 모던테이블의 〈Ham:beth〉(안무 김재덕)와 30명이 넘는 댄서들이 출연한 Shahar Binyamini의 〈Bolero 2022〉, 공간 안에서 창조되는 움직임과 움직임에 의한 공간의 형성에 초점을 맞춘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의 〈Edge of Angle-In The End〉이 선보였다. 두아코댄스컴퍼니는 우리의 몸속 깊은 곳의 울림과 떨림들이 중첩되어 체화된 숨들이 몸 밖으로 품어져 나오는 소리를 제목으로 한 〈HOO〉(안무 강경모)를 공연했다.
독일의 베를린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댄서이자 안무가, 무용 교육자인 Sonia Rodriguez의 〈Caos〉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제8회 슈투트가르트 국제솔로춤콘테스트 3위에 입상했고, 2005년 스페인 Danza Calvia Festival에서 베스트 안무 수상작으로 인생은 시작도 끝도 정의할 수 없는 연속적인 나선형 운동이라는 안무가의 설명답게 집요한 신체탐구가 인상적이었다.
상가리 villiage 즉흥공연 |
제주국제무용제는 다양한 장르의 춤을 포괄하는 축제의 일환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커뮤니티댄스의 중요한 예술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즉흥’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도 편성했다.
해외 유명 즉흥 아티스트인 독일의 Sonia Rodriguez를 초청한 즉흥 워크숍(7월 26일, 예술공간 이아)을 가진 데 이어 7월 27일에는 제주도 도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공간인 마을의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생활 속에서 직접 즉흥춤을 추어보는 ‘상가리 villiage 즉흥공연’을 편성했다.
4년 전 문화공간 마루 개관을 계기로 결성된 ‘즉흥댄스-아우라’의 주민 20명은 이날 애월읍 상가리 마을을 지키는 천년팽나무와 400년 된 고택, 제주 올레 마을길에서 3편의 즉흥공연을 펼쳤다.
3년 전 상가리 마을을 방문한 적 있는 일본의 Namstrops의 세 명 댄서들은 비료공장을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 마루의 스튜디오에서 자신들의 대표작인 〈도마뱀 호수〉를 공연한 데 이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무리 즉흥 공연을 펼쳤다.
국제 댄스 Exchange 프로그램 〈춤추는 제주 청소년〉
국제 댄스 Exchange 프로그램 〈춤추는 제주 청소년〉 |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에는 2편의 International Dance Exchange 프로그램이 편성되었다. 〈춤추는 제주 청소년〉이 그 첫 번째 프로그램이고 두 번째 프로그램은 한국과 스페인 협업 작업인 〈JIDANCE X MASDANZA〉 이다. 첫번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은 외국의 전문무용단과의 교류이고, 두 번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은 해외 국제축제와의 교류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7월 26일 위미리에 있는 예술공간 콜라주 플라츠에서 펼쳐진 〈춤추는 제주 청소년〉은 일본 미야자키시에 소재한 전문무용단 Namstrops의 세 명 댄서들과 제주 서귀포 청소년들 20명이 함께 만들고 배우는, 공연과 워크숍이 함께 어우러진 프로그램으로 작품 제목은 〈스파이 놀이〉였다. 제주국제무용제를 통해 서귀포의 청소년들은 무용예술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문화적인 관심을 높힐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놀이와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이해를 인지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협업 프로그램이었다.
Special Ballet Gala in 제주 |
7월 28일(서귀포예술의전당)과 29일(제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발레단, 이루다 블랙토, K Arts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전 우루과이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들이 갈라 공연을 통해 무대를 수놓은 〈Special Ballet Gala in 제주〉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21년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초연된 작품 〈DISTOPIA〉중 한 부분을 새롭게 재구성한 이루다 블랙토의 〈Black Bolero〉는 라벨의 음악 Bolero의 반복적인 리듬과 증폭되는 선율에 맞춰 작고 섬세한 움직임부터 전신으로 확장되는 테크니컬한 동작과 극적인 흐름의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 출전 경력을 가진 전민철과 이예은(K Arts발레단)은 님프가 바람의 신을 유혹하는 장면을 담은 〈탈리스만 中 그랑 파드되〉를 유니버설발레단의 권세현과 Patrick Bruppacher은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주인공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작품 〈웨스트사이드랩소디 中 투나잇〉을, 윤별(전 우루과이 국립발레단)과 오연(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은 〈해적 中 그랑 파드되〉를 각각 선보였다.
안무가 유병헌(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은 발레와 한국무용을 자연스럽게 융화시켜 한국적이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은 작품 〈코리아이모션 中 찬비가〉를 선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 강민우, 이동탁, 간토지 오콤비얀바, 이승민 4명의 발레리노의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형상화한 남성 군무로 국악과 발레의 만남을 시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담동을 선사했다.
광주시립발레단의 이택영과 조희원이 춤춘 〈돈키호테 中 그랑 파드되〉는 매력적인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결혼식 장면으로 발레리노의 연속 점프와 회전, 발레리나의 32회전 푸에테 등 화려한 기교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공연의 피날레는 오스트리아 빈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강효정과 Saye Brendan이 선보인 존 크랑코의 명작 드라마 발레 〈오네긴〉의 3막 中 ‘회한의 파드되’였다.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오네긴과 그의 고백을 어렵게 뿌리치는 타티아나가 잔인한 운명에 절규하는 장면으로, 격정적인 감정연기를 고난도의 테크닉에 담아내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장소특정 공연 〈길 위의 춤〉과 제주목 관아 춤
장소특정 공연 〈길 위의 춤〉 |
제주목 관아 춤 |
제주국제무용제는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장소특정 무용공연을 편성, 제주국제무용제만의 차별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7월 28일 늦은 오후에 있었던 〈길 위의 춤〉(Dance of on the Road)으로 서귀포 남원읍 위미리 일대의 올레길 코스가 포함된 장소에서 공연되었다.
아티스트들은 당일 오후 4시 제주올레길 6코스인 ‘마을빛그리미갤러리’ 앞에서 출발, 위미 해변의 등대, 위미 포구 어선 집하장, 위미 초등학교 옆 동네를 거치면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자신들의 공연을 펼쳤다.
마지막 공연장소는 예술공간 콜라주 플라주의 스튜디오로 관객들과 함께 하는 나눔 춤 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날 공연에는 Sonia Ridriguez(독일) Miguel Cameraro(스페인), Namstrops(일본), 무용다방(한국) 등 4개국 다섯 단체가 참여했다.
7월 29일 밤 제주목 관아에서 펼쳐지는 장소 특정 공연에는 일본의 전문 무용단체인 Namstrops의 2개 작품과 독일의 안무가 Sonia Ridriguez의 솔로 작품이 선보였다.
국제포럼과 폐막공연 〈JIDANCE X MASDANZA〉
국제포럼 |
6월 19일 오전 호텔메종글래드 제이드홀에서는 국제포럼이 열렸다.
‘글로벌 댄스 페스티벌을 통한 전문 무용수 직업창출과 해외 진출 플랫폼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춤비평가 장광열의 사회로 1부에 유럽 우수공연예술축제로 선정된 스페인 MASDANZA의 28년 프로그램 운용에 관한, 2부에서는 공연예술축제를 통한 전문 무용수의 직업 창출에 관한 내용이 다루어졌다.
1부 발제는 Natalia Medina 마스단사 축제 예술감독이, 2부 발제는 이해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이 맡았고 독일의 안무가로 MASDANZA 축제 안무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Sonia Rodriguez와 세계유산축전제주 예술감독인 강경모가 지정 토론자로 참여했다.
축제 폐막공연은 제주국제무용제가 시도하는 유명 국제 축제와의 국제교류를 위한 Dance Exchange 프로그램 〈JIDANCE×MASDANZA〉가 장식했다.
〈JIDANCE×MASDANZA〉는 제주도와 유사한 휴양지 스페인 그랑카나리아섬의 주도인 라스팔마스에서 개최되는 유명 국제 무용축제이자 유럽우수공연예술축제에 선정된 28년 전통의 MASDANZA와 새롭게 시작하는 제주국제무용제와의 협력 프로그램이다.
MASDANZA의 예술감독 Natalia Medina는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안무경연대회에 입상한 대한민국의 3개 단체(고블린파티, 나니댄스프로젝트, TOB GROUP)를 직접 선정했다.
고블린파티의 작품 〈불시착〉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금 이 곳에 불시착한 생명체들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우리를 관찰하고 흉내내는 무대를 통해 안무가 임진호, 지경민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제안했다.
나니댄스프로젝트 안무가 육하윤의 작품 〈Talk about death〉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은 때로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상황이 되기도 하며,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냈다.
TOB GROUP은 〈Are You Guilty?〉를 통해 안무가 김민가 이마드리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무해한 의도는 누군가의 고의와 꽤나 닮은 세상에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무해한 존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Natalia Medina 예술감독은 이번 제주국제무용제에 직접 참가, 포럼에서 MASDANZA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발표했고, 제주국제무용제를 MASDANZA의 협력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향후 제주국제무용제와의 지속적인 국제교류 방안을 협의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 호평 속에 막 내린 제주국제무용제
‘문화예술의 섬, 춤추는 제주’를 슬로건으로 올해 처음 출범한 제주국제무용제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연계한 휴양지 페스티벌을 표방,
1)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이 더불어 함께 즐기는 축제
2)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통한 질 높은 축제
3)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축제
4) 제주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축제
5) 여타 국제무용축제와의 차별성을 통한 제주의 지역 이미지 고양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제주국제무용제는 전문 예술인, 지역 주민, 어린이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점, 제주시뿐만 아니라 상가리(애월읍), 위미리(남원읍), 서귀포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열린 점,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즉흥 등 다양한 영역의 춤 장르가 포함된 점, 공연과 교육, 포럼, 세계 유명 무용축제(올해의 경우 스페인 MASDANZA)와의 직접적인 교류 등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여타 축제와의 차별성이 눈에 띄었다.
8일간 열린 14개의 프로그램에는 8개국 490여 명이 출연했으며, 제주도민 외에도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등 2,600여 명이 관람했다. 이들은 공연 관람뿐 아니라 공연에 출연한 예술가들과 함께 추는 춤과 즉흥 워크숍 등에 실제로 참여해 한껏 축제를 즐겼다.
실제로 서울 부산 등지에서 9개 무용단이 참여한 ‘커뮤니티댄스 & 제주 토속민요와 만난춤’(전야제), 작품의 소재에서부터 장소선정까지 20명의 마을 주민들이 직접 공연제작에 참여한 ‘춤추는 상가리 마을‘, 일본의 무용가 3명이 서귀포 지역 청소년 20명과 함께 만든 ’춤추는 서귀포 청소년’, 제주 올레길 6코스를 따라 1시간 동안 펼쳐진 ‘장소특정- 길 위의 춤’과 청소년 무용인들이 참여한 ‘차세대라이징스타‘ 등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7세 어린이부터 72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해 제주국제무용 축제의 차별성을 확연하게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공연과 서귀포시, 제주시의 전문 공연장에서 펼쳐진 ‘컨템퍼러리댄스 베스트컬렉션’과 ‘Special Ballet Gala in 제주’에는 국내외 우수 작품들이 대거 프로그래밍되어 관객들에게 질 높은 무용작품을 통해 예술적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티켓 매진) 속에 스페인 MASDANZA축제 예술감독의 인사말로 시작된 International Dance Exchage 프로그램인 ’JIDANCE X MASDANZA’는 제주국제무용제가 제주도를 비롯한 대한민국 무용가들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전략적 프로그램으로 마스단사 축제 안무경연대회에 입상한 우수작들이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에게 소개되어 큰 박수를 받았다.
부대행사로 열린 국제포럼에서는 세계적 무용축제인 스페인 MASDANZA 축제의 성공 운영사례와 공연예술 축제를 통한 전문 무용수들의 직업 창출 방안 등 글로벌 주제를 다루어 제주국제무용제가 단순히 지역 축제가 아님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제 기간 동안 출연자 외에도 제주국제무용제와 협력단체가 진행한 공연 및 여름무용학교 등에 참가하기 위해 육지에서 입도한 인원은 1천5백여 명으로 이들이 체류하는 동안 지출한 식비와 숙박료 등을 산정해 볼 때 제주국제무용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는 제주도내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으로부터 큰 관심과 성원을 받았다. 제주국제무용제를 축하하는 메시지들이 전국에서 답지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오영훈 도지사는 개막식 축하영상 외에도 7월 29일 직접 공연을 관람 출연 무용수들을 격려하고 관객들과 만났다.
Natalia Medina 스페인 MASDANZA 축제 예술감독은 ”상가리 빌리지 공연 등 5일 동안 제주국제무용제를 즐겼다. 공연작품의 질이 높았고 특히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좋았다. 첫해 임에도 향후 세계 무용인들의 국제교류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고 축제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좌남수 조직위원장은 축제 폐막 후 ”제주국제무용제 태동은 제주도에 국제 무용축제가 하나 생겼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요한 문화 인프라로서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인자 이사장은 ”제주국제무용제는 휴양지 페스티벌로 앞으로 문화예술의 섬으로 제주도가 정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이번 제1회 축제를 진행하면서 이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제주국제무용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성원해준 제주도민 여러분들과 관객 여러분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 의회에 감사드린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오페라 〈순이삼촌〉의 안무 감독을 맡기도 했던 이해준 예술감독은 ”이번 제주국제무용제는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즉흥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춤들을 모두 수용하면서 무엇보다 전문 무용인들뿐만 아니라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했다. 이런 시도가 다른 국제무용축제와의 차별성을 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첫 발을 디딘 제주국제무용제는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무용축제, 제주의 자연환경, 제주도 전통예술을 연계한 축제, 유명 페스티벌과의 일대일 교류, 양질의 공연을 통해 제주 무용 생태계 변화를 시도한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또한 제주국제무용제는 태동하기 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에 걸쳐 면밀한 추진과정이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주국제무용제가 단순히 급조되어 출범한 축제가 아니었기에 첫해부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2018년에 문화예술의 섬 제주와 무용예술의 접목을 통한 도시 이미지 고양과 예술의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해 '제주국제댄스포럼' 결성되었고 이후 2018년부터 2022년 동안 5년에 걸쳐 제주국제댄스포럼과 라운드테이블을 매해 개최, ‘무용예술을 활용한 문화도시로서의 제주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도출했다.
5회에 걸친 무용 갈라 공연 개최를 통해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예술성 높은 무용예술 향유 기회 제공 및 무용예술 대중화를 위한 초석을 다졌고, 5회에 걸쳐 제주국제즉흥춤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제주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차별화 된 공연 콘텐트를 제주도민들에게 제공해 왔다.
제주국제무용제는 이후 8일 동안에 걸쳐 14개의 국제 프로그램을 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예산(올해의 경우 1억원)이 보더 더 확충되고, 국제무용축제를 치루기 위한 전문 인력 운용이 보완된다면 국제 예술축제로서의 경쟁력도 배가될 것이다.
장광열
춤비평가.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5년 무용예술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를 위해 설립한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대표, 한국춤정책연구소장, 서울과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숙명여대 무용과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