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렉처(lecture)가 춤계를 사로잡고 있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해설이 있는 공연 시리즈에서부터 지난 연말 국립현대무용단의 렉처 퍼포먼스까지 춤 공연은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 춤과 렉처의 결합은 눈으로 감상하는 공연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강좌 프로그램으로 도약했다. 지난 1월 14일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홀에서 있었던 신영컬처클래스 ‘누구나 춤출 수 있다’는 춤과 렉처, 대중 사이의 접점을 그 여느 때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남정호 교수가 진행한 ‘누구나 춤출 수 있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현대무용 강좌다. 많은 춤 강좌 프로그램 가운데 이번 렉처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일반인이 객석에서,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누구든지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마치 이야기를 나누듯 춤을 말하는 남정호 교수의 강의로 객석은 이내 화기애애해졌다. ‘천사’로 불렸던 일곱 명의 한예종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동작 시연을 보여주면 객석의 관객들이 따라 움직였다.
처음에는 제스처 같은 상체 위주의 동작으로 시작해 걷기, 악수하기, 돌기와 같이 전신을 이용한 움직임으로 나아갔다. 모든 동작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일상적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무대 위로 올라간 여러 명의 관객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곧잘 움직일 수 있었다. 일정한 리듬의 음악에 맞춰 함께 걷고, 서로 눈을 마주치고, 한바퀴 돌아보는 것들. 이런 단순한 동작들의 조합이 일상과 구별되는 무대라는 특별공간에서 하나의 춤으로 일어났다.
마지막의 열린 즉흥 춤판(open improvisation jam)에서는 참가자 전원이 참여해 값진 춤 무대를 만들었다. 일반인이 출현하는 춤 공연은 이제 그다지 생소한 것이 아니겠지만 비전문가인 그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춤 무대는 좀더 특별해 보인다.
한 참여자는 “단순히 춤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객석에서 공연을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흥을 느꼈고 힐링되는 느낌마저 들었다”면서 “나도 춤을 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뜻 무용전문 공연기획사의 프로그램 같아 보이는 이번 강좌는 신영증권이라는 금융투자기업에서 주최한 문화행사였다. 회사와 고객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하고자 한 것이 신영컬처클래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지만 현재는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영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의 첫 강좌로 문을 연 이래 올해로 4년째.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돼왔으며 무용뿐만 아니라 미술, 국악, 건축, 클래식, 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예술분야를 연결해 진행하고 있다. 신영클래스가 2년째를 맞이하는 2011년부터 신영증권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며 장기적 관점의 문화 후원을 시작했고 이후 한예종과 산학협동으로 일반인 대상의 문화예술 강좌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발레가 처음부터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던 것이 아니듯 현대무용도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기회가 있다면 관객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또 그 안에서 현대무용 장르의 매력을 발견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 춤 클래스를 기획했다”며 “참여자가 직접 춤을 체험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현대무용을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