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국춤비평가협회(회장 김채현)가 1월 25일 오후 3시 대학로센터 예술청(2층 아고라)에서 신년 교례와 2022년 한국춤비평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무가, 기획자, 무용수 등 춤계의 다수 관련인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2022 춤비평가상 시상식 및 2023 신년 교례 현장 ⓒ춤웹진 |
행사에 앞서 김채현 회장은 한국춤비평가협회 모임 사상 가장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먼 발걸음을 한 참석자들을 환영하며, “2010년 1월 11일 오전 11시에 결성된 한국비평가협회가 디지털 시대에 50주년, 100주년을 맞이할지 예측하기 어려워도, 앞으로 최소 20년은 갈 거로 본다”며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불철주야 춤 발전을 위해 성심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하였다.
송성아 회원의 사회로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 소개가 이어졌고, 이만주 회원은 “20세기에 인류에게 큰 영감을 준 마사 그레이엄은 75살까지 무대에서 춤을 췄고 김매자 선생도 고령에도 무대에 나섰다”며, 후배들이 김매자 선생처럼 끝까지 용맹전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한편, 김영희 회원은 “근래 전통을 소재로 작업하는 무용가들이 춤사위나 소품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으나, 춤의 구조나 관계를 들여다보면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고 조언을 남겼다. 비평가로서 작품/연기상을 선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혜라 회원은 “2023년에도 더욱더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더 높은 안목으로 좋은 작품을 구분하고 진단하고 지지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한편,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한국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춤웹진〉은 춤의 정론지로서 큰 역할을 해왔고, 춤의 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서울문화재단은 앞으로 예술인이 예술을 하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특히나 춤 등 어려운 장르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신년 교례에 이어 2022 한국춤비평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한국춤비평가상은 1990년대 중반 무용평론가상이 제정된 이래 이어져 온 역사 깊은 상으로, 한 해를 빛낸 무용인들을 선정해 매해 1월 시상하고 있다. 올해 한국춤비평가협회는 1월 11일, 14일 연속 회의를 열고 2022 춤비평가상을 선정하였다. 춤비평가상은 한 해 동안 공연된 무용작품과 무용수, 단체를 대상으로 선정하며, 춤비평가상에서 연례적으로 춤작품상이 선정된 것과는 달리 2022 춤비평가상에서는 춤작품상이 선정되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담담하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베스트 6_〈샤이닝 라이트〉 김매자, 〈Work〉 춤판야무(금배섭, 신재윤) ⓒ춤웹진 |
2022년 춤비평가상 베스트 6에 선정된 〈샤이닝 라이트〉를 안무한 김매자 원로 무용가는 “71살 때 일본 헤이조 천도 1300년 축전 행사에 초청, 백제시대의 미마지에 대한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광〉(Light)을 초연했고, 그후 독일 연출가로부터 ‘샤이닝(Shining)’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어 〈샤이닝 라이트(Shining Light〉)라는 제목이 탄생했다”며, “음악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작품이 거듭 발전한 끝에 작년 한국무용제전 개막식에서 〈샤이닝 라이트〉를 공연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작품을 함께 한 박우재 음악가 덕분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하는가 하면, “올해는 무용가들이 합심해서 무용의 앞날을 밝혀주길 바란다”라고 원로 무용가로서 바람도 내비쳤다.
2021년 올해의 작품상 수상에 이어 2022년 베스트 6에 선정된 금배섭 안무가는 “평생 나의 존재의 가치를 찾는 일을 하는 우리는 자신을 찾기 위해 나를 닮은 허상, 가짜를 만들어내는데, 나를 완벽히 닮은 가짜를 찾을수록 내 모습과 정확하게 포개지기에 더욱더 완벽한 가짜가 된다”며 “〈Work〉는 안타깝지만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그런 종이라는 걸 발견한 작품이다”고 말했고, “앞으로 우리 삶에 있어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정직하게 아는 만큼 풀어가는 단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스트 6_〈무무〉 허경미무용단 무무(허경미), 〈꼭두각시〉 고물☓고블린파티(임진호, 김수안) ⓒ춤웹진 |
〈진화〉의 허경미 안무가는 “무대춤만 추다가 거리에 나가서 활동했더니 주변에서 왜 춤을 추지 않고 다른 짓을 하냐는 말을 듣곤 했으나, 거리춤으로서 이 상을 받아서 감사하다”며 “부산 지역의 춤이 위축돼가는 부분이 있는데, 이 상을 받음으로써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꼭두각시〉를 안무한 임진호 안무가와 함께 음악 음악동인고물의 이태원 연출가를 대신해 김수안 피디가 대리 수상자로 나섰다. 임진호 안무가는 “〈꼭두각시〉의 첫 작업 때 음악가를 무용수로, 반대로 무용수를 음악가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던 이유는 음악 하는 선생님들이 무용을 겁먹지 말고 좋아하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서 사람들이 무용을 좋아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베스트 6_〈조동〉 김성훈댄스프로젝트(김성훈), 〈구조의 구조〉 시나브로가슴에(이재영) ⓒ춤웹진 |
김성훈 안무가는 “어릴 때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상 받으실 때 꽃다발 들고 서 있었는데, 이 상을 받게 되니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며 “꾸준히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주어지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재영 안무가는 “굉장히 어정쩡한 나이로 해를 거듭할수록 칭찬을 못 듣게 되는데, 칭찬해주려고 상을 주신 것 같다”며 함께 작업한 피디, 단원, 스태프 등에 감사를 표했다.
연기상_장혜림, 유승현, 신승원 ⓒ춤웹진 |
〈공허와의 만남〉과 〈바다는 내게〉의 장혜림은 “〈바다는 내게〉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춤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이었다면, 〈공허와의 만남〉은 춤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배움이 컸던 작품이었다”며 “이 상은 무용계에서 헌신적으로 작품을 이어가는 많은 분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가〉의 유승현은 “대체로 외디푸스는 저주, 불행,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기의 운명을 용기있게 대면하고 받아들이는 인물이라고 해석했기에 외디푸스처럼 작품을 대면하고자 노력했다”며 작품을 안무한 윤성주 예술감독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신승원은 “진심으로 춤을 추라고 주신 상으로 다가온다”며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들과 진실하게 소통하고 춤을 추는 무용인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여 년 한국 춤 평단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춤평론가회를 승계, 회원을 재구성하여 2010년 1월 11일 창립되었다. 창립 초기의 공동대표제에 이어 이순열 춤비평가와 채희완 춤비평가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김채현 춤비평가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운영위원(이순열 채희완 김태원 이종호 장광열) 및 회원(이만주 김영희 이지현 서정록 권옥희 김혜라 방희망 송성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도 한국춤비평가협회는 무용계 발전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상반기에 정기 포럼을 개최하고 2013년 제정된 춤비평신인상 공모사업을 올해도 계속 추진한다. 연말에는 2022 한국춤비평가상&베스트 작품 선정하을 지속한다. 매달 1일과 16일에는 무용전문지 〈춤웹진〉을 발행하고 있으며, 2023년 2월 〈춤웹진〉 162호가 발간될 예정이다.
이슬기
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춤현장을 취재하는 〈춤웹진〉 인턴기자. 현대무용과 무용이론을 전공, 현재 관객참여 춤의 특질과 관객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