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무용 하나로 이런 멋진 프로그램이 가능하네요. 두 나라 어린이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겁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예술 교류 프로그램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7월 27일 제주 비인극장에서 한일 어린이 35명이 출연한 합동 공연이 끝나자 일본 Namstrops의 무용수인 Akifumi Toyofuku(Sousaku-Dance 워크숍 강사)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일본 미야자키(Miyazaki)에 거주하는 어린이 청소년 12명과 제주도내 어린이 청소년 12명이 함께 참여해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열린, 한일어린이청소년 국제무용캠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깊었다.
한일어린이청소년 국제무용캠프 포스터 ⓒ장재수 |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일본 참가팀 ⓒ장재수 |
워크숍과 합동공연이 열린 제주 비인극장 로비에 설치된 포토월 ⓒ장재수 |
한일 어린이 합동공연을 마치고 ⓒ장재수 |
이번 국제 무용캠프는 바다를 끼고 있는 지정학적인 여건과 유명 관광 휴양도시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제주도와 미야자키시가 무용예술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국제교류를 통해 한일 두 나라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문화도시’로서 제주도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기획된 그 배경부터가 주목할 만했다.
다음으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일본 미야자키 시에 소재한 어린이 무용극장인 The Miyazaki Children's Dance Theater와 제주시티발레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캠프가 1회성이 아닌, 교류 프로젝트로 향후 2년에 걸쳐 시행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은 단체가 미야자키 체육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컨템포러리댄스 그룹인 Namstrops이고 이 단체는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주도에서의 무용 작업에 참여해 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Namstrops는 실질적으로는 제주국제댄스포럼과 제주국제무용제를 지원하는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와 15년 가까이 꾸준히 협업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번에는 공연과 워크숍이 아닌 다른 형태로 그 교류의 형태를 확장했다.
5일 동안에 걸쳐 제주도와 미야자키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두 나라의 유명 무용가들이 지도하는 워크숍(Sosaku-Dance, 강사 Namstrops/한국전통무용, 강사 고연세/발레 강사 김자영/ K POP 댄스, 강사 박수영)에 참여해 직접 무용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제주자연사박물과 제주국제무용제 폐막 갈라 공연을 감상하는 등 제주도의 독창적인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 더해 워크숍을 통해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전문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퍼포머로 실제 공연을 하는 기회도 가졌다.
이번 국제교류 프로젝트는 거의가 성인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한일 두 나라의 문화예술 국제교류 양상에서 탈피해 미래의 예술가들인 어린이 청소년들이 예술교류를 통해 장기적으로 두 나라의 우호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있었다.
한국의 전통춤(소고춤) 강습회 모습 ⓒ장재수 |
한일 어린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만남의 시간 진행 모습 ⓒ장재수 |
Sosaku Dance 및 K-POP 댄스 워크숍 광경 ⓒ장재수 |
미야자키 어린이들의 공연 ⓒ장재수 |
미야자키 어린이 무용센터 역할을 하는 국제 아동·청소년 극장(CandY Theater)은 평일 오후에는 어린이집 체육관으로 운영되다가 주말과 저녁에는 극장으로 변신하여 어린이와 예술을 연결하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운영 방식이 인정받아 이 극장은 2019년 ‘키즈 디자인 어워드 – 경제산업대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극장은 세 가지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 창작 / 감상 / 공동 창작
국내외 아티스트와 창작자가 협력하여 무용 작품을 공동 제작,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 기획,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 제공, 미야자키 국제 댄스 페스티벌 개최
● 교육 / 아웃리치
농촌 및 산간 지역 어린이들의 예술 경험 부족 문제 해결 및 도심 지역과의 격차 해소유아기부터 예술 감상이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는 환경 조성
● 양성 / 지원
극장 전속 어린이 및 청소년 컨템포러리 댄스 컴퍼니 육성, 젊은 안무가 및 무용수 양성 및 지원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곧 어린이 극장이라고 해서 어린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센터와 극장을 운영하고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성인 무용가와 단체들을 위한 지원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운용 모델은 어린이들을 위해 단순히 공연과 워크숍만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전용극장 운용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미야자키 어린이들의 공연 및 제주 서귀포 다온무용단의 〈탐라의 향기〉 공연 모습 ⓒ장재수 |
합동 공연을 마치고 출연자 모두가 참가한 커튼콜 광경 ⓒ장재수 |
7월 27일 오후 5시에 열린 마지막 공연은 일본 어린이들의 두 개 작품 공연에 이어 서귀포 어린이들의 답례 공연인 〈탐라의 향기〉, Namstrops의 〈THE INCH-HIGH SAMURAI〉, 한국의 전통춤 공연 〈부채흥춤〉(고연세), 일본&한국 어린이 K-POP 댄스 공연과 다큐멘타리 영상 상영, 그리고 일본과 한국 어린이들이 미아자키와 제주도의 민요에 맞추어 창작한 커튼콜을 춤으로 장식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이번 한일 캠프는 제주도와 제주메세나협회가 재정적인 지원을, 제주국제무용제와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가 협력 단체로 여러 가지 지원을 했다. 학부형과 무용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어린이들의 간식 준비에서부터 식사, 안전한 이동, 그리고 무엇보다 두 나라 어린이 청소년들이 짧은 시간에도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의 운영 등 세밀한 곳까지도 체크하고 준비했다.
Souhei Nobe(Miyazaki C-Dance Theater 감독)은 “미야자키에서 참가한 아이들은 제주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며 한국과 제주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제주가 정말 좋아졌어요!”라며 환하게 웃으며 말하더군요. 2026년에는 제주 어린이들을 미야자키로 초대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한일 간의 풀뿌리 국제 교류는 아이들에게 전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과 만남과 배움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가 분열과 갈등의 시기를 겪고 있는 지금, 아이들의 창의성과 우정이야말로 우리 어른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해주는 희망의 씨앗이라고 믿습니다“라며 이번 캠프가 거둔 성과에 만족 해 했다.
장광열
1984년 이래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를 설립 〈Kore-A-Moves〉 〈서울 제주국제즉흥춤축제〉 〈한국을빛내는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위원, 호암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춤비평가, 한국춤정책연구소장으로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