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서울댄스플레이
작지만 큰 성과, SDP 국제춤페스티벌
이만주_춤비평가

SDP국제페스티벌은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국제축제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 철학과 내용, 성과는 만만치 않다. 2025년 올해로 어느덧 7회째를 맞았다. 지난 11월 1~3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들이 이루어지고 4일 대학로에 있는 서울연극센터에서 국제세미나를 연 SDP는 알찬 축제로 괄목할 결실을 맺었다. 무엇보다 공연된 7편의 국내 작품 중에서 4편이 해외 축제에 초청받았다.

SDP(Seoul Dance Play)페스티벌은 무용가 홍선미 개인의 지향과 집념에서 시작된 축제다. 그녀는 Dance Play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주장한다. 그녀는 삼육대 대학원 통합예술학과 무용전공 교수로 있다. 그 자신이 춤추는 무용가이자 수많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든 안무가이기에 춤을 기조로 하면서 연극과의 융복합을 꾀한다. 그녀는 춤 예술이 몸동작만이나 추상을 추구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춤에 서사나 연극적인 요소가 들어 있으면 모든 이들에게 더욱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태양의 서커스’의 성공에서 보듯이 서커스조차 연극적 요소가 있어야 관객으로부터 사랑받는다. 올해 지구촌 전체를 뜨겁게 달군 케이팝 데몬 헌터즈(K-POP Demon Hunters)도 노래가 주를 이루는 K-Pop이라고 하나 결국은 퇴마, 귀신을 쫓는다는 드라마적 요소가 춤과 가미되었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 무용극이 아니라 중요한 상황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막연한 장식으로서의 소품 활용이 아닌 메타포로서의 오브제 활용을 권장한다. 또 연극배우의 경우도 춤으로 연기를 해, 춤과 연극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이루기를 바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녀와 SDP는 공연예술가들의 모든 자유를 환영한다.



SDP국제페스티벌 심사위원단 ⓒ이만주



11월 1~3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있은 공연에는 스페인의 유수한 안무가이자 여러 축제의 예술감독을 지낸 Sonia Murcia Molina, 루마니아 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Lucian Blaga University of Sibiu’의 교수인 Luminita Birsan, 태국의 Thai Dance Organization의 창설자이자 집행이사인 Rinrada Aunyaratroungroj, 중국 Hyesang Dance Academy의 창설자이자 ‘Anhui Vocational College of Art’의 무용전공 교수인 Zhao Peng Cheng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SDP는 매해 ‘현대문명, 도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주제를 내걸어 공모를 받는 형식을 취한다. 올해는 세계적인 문제이면서 한국의 가장 심각한 국가 이슈인 저출산 문제를 집약하는 DINK(Dual Income No Kids)가 주제어였다. 저출산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지만 춤 작품으로 표현하기에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된 작품들은 기대 이상으로 수준이 높아 현재 한국 젊은 무용가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 주었다.

이번 공모에 선정되어 공연된 작품은 1편의 중국 작품과 7편의 한국 작품이었다. 7편의 작품 중에서 정유담이 안무하고 춤춘 〈태어나지 않은 내일〉이 2026년 스페인의 Murcia 지방 축제에, 김남훈의 〈Code Body Vers〉가 루마니아 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에 초청받았다. 또 조우현의 〈Dog Trick Working〉과 김하현의 〈Peak Time〉은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태국 방콕의 최대규모 무용대회인 TDO International Dance Competition의 개ㆍ폐막식 공연 작품으로 초청받았다.

홍선미 예술감독은 “SDP 국제페스티벌을 창설한 목적은 자신이 선배 무용가이자 교육자로서 창의적 잠재력을 지닌 우리나라 젊은 무용가들을 발굴해, 그들에게 국제적인 네트워킹(networking) 기회를 제공하고, 국제적인 활발한 교류를 통해 국제적인 춤예술가로서 성장을 돕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녀 뜻대로 이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한국의 젊은 무용가들 여럿이 이미 해외의 유수한 페스티벌에 초청받았으며 특히 올해 이번에는 7작품 중 4작품이 초청받은 것이다. 거의 60%의 확률,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한 것은 홍선미 자신이 일본, 태국, 중국, 이집트. 러시아 무용 또는 연극 축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그럴 때마다 대부분 현지 예술가들이나 무용, 연극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하는 데도 기인한다. 러시아의 경우는 모스크바문화예술대학, 탐보프 한러 페스티벌, 마하치칼시 연극페스티벌 세 군데에서 심사도 하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중국 허베이 해상무용아카데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주로 현대무용, 현대무용과 극, 무용과 연극의 융합, 현대무용과 즉흥으로 워크숍을 한다.

그녀는 2023년 삼육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래, 불과 3년 동안에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지도하여 석사 10명, 박사 10명을 배출시켰다. 그중 박사학위를 획득한 2명이 중국에서 무용전공 교수가 되었으며 5명은 예술학교 교사나 전문대학 교수에서 대학교수로의 진출을 엿보고 있다.



George Holanda 〈CANUDO/CANUDO in Love〉 ⓒ이만주



작은 축제였지만 국제축제답게 해외초청작들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미국 Fall University of Cincinnati의 발레 전공 유희라(Hee Ra Yoo) 교수의 창작발레 작품인 〈거의 다 왔는데/Almost There〉가 ‘거의 닿을 듯한 욕망’을 향한 현대인의 집단적 꿈을, 같은 대학 그녀의 제자인 3명의 발레리나의 풋풋한 연희로 표현했다. 태국에서 온 Rassawan Adisaiparadee가 정통 태국 고전춤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번에 특별 초청된 브라질을 대표하는 어릿광대(clown)라 할 수 있는 George Holanda는 〈사랑에 빠진 CANUDO/CANUDO in Love〉를 공연했는데 그가 왜 브라질은 물론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클라운인가를 증명했다. 그는 무대와 관객석을 종횡무진으로 활용하면서 관객들과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하는가를 보여주었다.



브라질 어릿광대(clown) George Holanda와 필자 ⓒ이만주



태국에서 온 Rassawan Adisaiparadee와 기념촬영 ⓒ이만주



11월 1일 첫날, 공모 작품의 공연이 끝난 다음, 성신여대 대학원 하혜석 외래교수의 주도 아래 김기인의 ‘스스로춤 모임’ 대표인 박성율이 센터 피스(center piece)가 되어 이끈 서클댄스, 〈우리 모두의 여정-춤추는 별〉은 일반인들과 어울려 춤을 춰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다. 자기네 김기인춤문화재단 서클댄스 회원 외에 객석의 남녀노소를 무대로 나오게 해, 함께 어울려 춘 서클댄스는 일반 시민도 춤에 참여해 즐기면서 일종의 치유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축제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SDP국제페스티벌 국제세미나 ⓒ이만주



11월 4일 오후 1시부터 대학로에 있는 서울연극센터에서 ‘융합예술을 위한 교육 및 창작의 방향성 제안’이란 제목으로 세미나가 있었다. 작지만 국제세미나답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Sonia Molina, Luminita Birsan, Zhao Peng Cheng과 해외초청작을 공연했던 미국에서 온 유희라 교수, 브라질의 George Holanda, 그리고 한국의 정미영 교수가 각각 발제를 해, 6개국이 참여한 국제세미나였다. 각자 자기의 전문분야와 경험을 위주로 발표하여 참석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SDP국제페스티벌을 마치고 ⓒ이만주



국제페스티벌이지만 올해 처음 약간의 지원을 받았을 뿐, 6회까지는 홍선미 예술감독의 자비와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왔다. 주목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은 그녀가 예술가와 교육자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발전이 더 기다려진다.

이만주

춤비평가. 시인. 사진작가. 무역업, 건설업 등 여러 직업에 종사했고 ‘터키국영항공 한국 CEO’를 지냈다. 여행작가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글을 썼고, 사진을 찍었다. 사회성 짙고 문명비평적인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과 「삼겹살 애가」, 「괴물의 초상」을 출간했다.​​​​​​​​​​​

2025. 12.
사진제공_이만주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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