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시가 연말 분위기로 들뜨는 겨울, 케이팝 팬들에게는 한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리는 이벤트가 또 있다. 바로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채널부터 각종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음반차트 어워드까지 ‘연말 무대’로 통칭되는 각종 무대들, 초청된 아티스트들은 각 시상식마다 다른 컨셉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바쁘게 준비한다.

사실 ‘연말 무대’라고 하자면 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세대 아이돌들이 가요계 신드롬을 일으키며 등장하고 지상파 3사 또한 ‘대상’을 선정해 수여하던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을 지나 2세대 아이돌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연말 시상식 무대는 조금씩 화려한 구성을 보이게 된다. 연말 시즌에 맞춰 의상이나 무대 컨셉을 꾸민다거나 당해의 핫한 아티스트들의 콜라보 무대를 기획하는 식. 2000년대를 거치며 댄스브레이크가 추가된 간단한 리믹스 버전으로 선보이는 것이 연말 무대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소위 ‘레전드 연말 무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2~3세대를 거쳐 케이팝 안무와 퍼포먼스가 더욱 주목받는 추세 속에 연말 무대 역시 각 연말 시상식만을 위한 퍼포먼스를 공들여 기획/제작하는 것으로 점차 판도가 바뀌어가는데, 2013년 BTS의 가요대전 무대는 연말 무대 흐름의 크나큰 터닝포인트가 된다.

당시 신인 그룹이었던 BTS에게 주어진 3분 가량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활동곡이었던 을 과감히 편집하고 순수하게 퍼포먼스만을 시간으로 1분을 할애한 것이다. 오직 이 무대를 위해 제작된 음원과 퍼포먼스 안무. 더불어 당시엔 파격적이었던, 30여명의 백업 댄서들을 활용한 파워풀한 떼군무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BTS는 매년 연말 시상식을 위한 아이코닉한 퍼포먼스들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되었으며, 이 성공적인 사례를 계기로 한동안 수십 명의 댄서들로 몸집을 불려 큰 규모의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것이 아이돌 연말 무대의 정석으로 여겨지는 트렌드를 낳기도 했다. (여전히 진행중!)

이렇듯 오늘날 안무가들은 매 무대마다 새로운 해석과 아티스트의 다양한 매력을 보일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케이팝 코레오그래피의 다각화/고도화 흐름과 맞물려 연말 무대 퍼포먼스 역시 그 퀄리티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 특히 가장 최근까지 이어진 2022년 연말 시상식은 2022년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핫한 신인 그룹들의 퍼포먼스로 빛났다.

발표한 모든 곡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뉴진스는 각 시상식 마다 힙합, 뉴잭스윙 등 다양한 장르를 적용한 리믹스 음원에 맞춰 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안무들을 선보임으로써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모두 배가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또 하나의 핫루키팀인 르세라핌은 매 퍼포먼스마다 확연히 다른 컨셉의 의상과 소품을 활용하는 것에 더해 앨범의 세계관을 녹여낸 대형 퍼포먼스를 기획함으로써 연말 무대까지도 긴 호흡으로 설계된 아티스트 세계관을 확장-해석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내는, 케이팝 퍼포먼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

좁게는 곡의 안무부터 크게는 퍼포먼스의 컨셉, 음악 리믹싱 방향, 규모, 효과, 장치까지… 케이팝 퍼포먼스의 꽃으로 불리는 연말 무대들에 녹아있는 안무가/퍼포먼스 디렉터들의 노력과 고뇌. 시상식의 수상 여부를 떠나, 수용자들로 하여금 연말의 케이팝 축제를 기다리게끔 하는 큰 동력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