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우리
방송가에서는 최근 ‘부캐’가 유행이다. ‘국민 MC로 통하는 유재석과 그가 출연하고 있는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으로 트렌드가 된 이 단어는 ‘부캐릭터’를 의미하는 말로 평소 자신의 모습 외에 다른 캐릭터로 활동할 때 쓰는 말이 되었다. 예를 들어 유재석의 경우 카놀라유, 지미유, 유드래곤 등 다른 ‘부캐’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효리는 린다G, 천옥, 개그우먼 김신영은 트로트 가수인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부캐로 원래의 자기 모습 못지않게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방송심의위원회는 ‘부캐’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방송용어나 자막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정제재인 ‘주의’를 조치를 내렸다. 예능프로그램 PD들이나 관계자들은 젊은 세대의 신조어를 적극 수용하는 것을 제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나섰지만 방심위는 자막은 시청자와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인데 기성세대를 배제하고 젊은 층에만 맞춘 자막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오직 흥미를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표현을 하는 것은 방송의 품위나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행동이라는 게 이번 제재의 이유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어 사용은 한글 파괴라는 문제점과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점, 두 측면이 대립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부캐’라는 단어가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 프로그램에서만 해당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안에서도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 부캐 열풍이 현실을 넘어 디지털 공간으로 확산하고 있고, 연예인이 아니라 누구라도 부캐를 가질 수 있는 세상에 진입했다.
3차원 네트워크 메타버스 시대, 뜨는 ‘부캐’
‘부캐’ 열풍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제페토(ZEPETO)’ 애플리케이션의 인기이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글로벌 증강현실(AR) 기반 3D 아바타 앱으로 이용자가 실제 자신의 얼굴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만들어서 가상 소셜 공간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본래 제페토 앱은 10대 사이에 유행이 시작됐지만 최근 메타버스를 통해 부캐 만들기 열풍이 일어나면서 성인들도 자신의 아바타와 가상얼굴을 통해 SNS 활동을 하는 일이 활발해졌다. 즉, 실제의 내 얼굴이 아닌 가상의 내 얼굴로 가상의 활동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대면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인기를 덧입게 됐고 지난 2018년 오픈 이후 현재 최고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제페토의 현재 사용자는 전 세계 2억 명을 돌파한 상태다.
제페토의 3D 아바타로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모습 @ZEPETO |
제페토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3차원 가상공간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는 제페토 외에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있다. 세컨드 라이프는 2003년 미 샌프란시스코의 인터넷기업 린든 랩(Linden Labs)이 출범한 서비스로 사이버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3차원 가상공간에서 친구를 사귀거나 생활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메타버스의 문을 연 서비스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3차원 네트워크 시장은 점점 커질 전망이고 메타버스는 IT업계에서도 주목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메타버스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 @HyacintheLuynes |
공연도 메타버스 시대
메타버스의 인기를 그냥 관망만 할 수 없는 건 공연에서도 이제 메타버스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연계, 춤계의 가장 큰 변화는 기록용이 아니라 관람용으로서 공연이 영상화되고 랜선공연이 활발하게 이뤄진 점이었다. 대중가수들의 공연에서도 실제 공연장 객석이 아니라 랜선을 통해 관객들을 함께 하는 풍경을 보는 게 흔해졌고, 춤 공연에서도 공연중계와 랜선공연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상황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공연계에는 다른 변화의 물살을 맞고 있는데, 그게 메타버스이다.
먼저 대중문화에서 그 사례가 발견된다. 방탄소년단(BTS)도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를 메타버스 서비스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의 에픽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 있는 3D 소셜공간 ‘파티로얄’을 통해서였다. 대중가수의 신곡 발표가 TV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얼떨떨한 광경이다. 블랙핑크와 제페토가 콜라보레이션해서 블랙핑크의 3D 아바타로 꾸며진 'Ice Cream' 댄스 퍼포먼스 영상은 1억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의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도 포트나이트 게임 안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무려 1,230만 명이 접속했고, 당시 굿즈 수익금만 2000만 달러(약 221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공연에서만 활용되는 게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 밀레니얼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들어가 선거유세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선거유세가 어려워 나온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선거캠프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배치할 수 있는 총 4가지 디자인의 캠페인 사인을 만들어 QR코드를 배포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게임에서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당시 조 바이든 측에서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다양성을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3D 가상공간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 콘서트 @FORTNITE |
게임의 가상공간을 선거 유세에 활용한 조 바이든 선거캠프 @Nintendo |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가상공간을 활용한 경우들이 있었다. 코딩 교육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는 교육생들을 모아 세미나를 진행할 때 가상 콘퍼런스장을 활용했다. 자신의 사이버상 캐릭터로 참석하고 발표자의 강연 후에는 캐릭터들이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순천향대는 올해 입학식을 가상공간에서 진행했다. SK텔레콤과 협업해 ‘점프VR’ 앱 내에 입학식이 열리는 순천향대 대운동장을 구현했고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참석한 21학번 신입생들은 앱을 통해 인사를 나누고 입학식을 치르기도 했다.
가상공간 안에서 펼쳐진 2021년 순천향대학교 입학식 풍경 @SKT |
메타버스의 열풍은 단순히 10대들의 놀이터, 혹은 비대면 문화로 심심한 어른들의 놀이터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IT 기술과 사회적 현상이 이어지고, 이걸 통해서 다른 창작물도 등장할 것이다. 선거유세 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구찌의 경우 제페토와 손잡고 의류, 핸드백, 액세서리 등 아이템 60여 종을 출시해 구찌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구찌와 손잡은 제페토, 기업 마케팅과 유통시장에도 영향 @ZEPETO |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는 메타버스 시장이 2025년 매출이 2800억 달러(약 3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메타버스 대표 기업 로블록스는 지난 3월 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을 뿐 아니라 상장 첫날부터 첫날 기준가격인 주당 45달러보다 54.44% 상승한 주가로 마감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로블록스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3억 3400만 명, 월별 누적 이용 시간은 30억 시간에 달한다 한다.
대표적인 미국의 메타버스 기업, 로블록스 @Roblox |
코로나와 메타버스가 견인한 새로운 무대를 향한 도전
메타버스는 춤 공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기술과 예술의 접점, 그리고 오프라인 공연장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무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코로나19의 발발로 공연의 영상화나 기술과 춤 공연의 만남은 급속도로 앞당겨졌고, 이제 메타버스도 고려해야 할 공간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선, 코로나19가 가져온 춤과 공연계의 변화부터 짚어보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문화예술계는 더 이상 오프라인 무대와 전시를 진행할 수 없자 다른 방법들을 강구했다. 아티스트들 중에서 빠르게 이 시대와 상황에 적응하고 우리가 알고 있고 익숙한 그 무대가 아닌 다른 무대를 만들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관객을 만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춤 공연에서도 그렇다.
지난 3월 23~24일 있은 2021 ARKO 온라인국제심포지엄에서 옵신페스티벌 김성희 예술감독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예술의 다른 미래를 제안했다. 그 중 한 작품이 스웨덴 출신의 안무가 마르텐 스팽크베르그(Marten Spangberg)의 신작 〈그들은, 배경에 있는, 야생의 자연을 생각했다〉(They were Thinking, In the Background, Wild Nature)는 자연과 풍경 속으로 관객을 데려가는 춤을 선보이며, 춤이 모두에게 평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무대, 새로운 예술을 제안했다고 생각한다. 베를린, 런던, 서울의 자연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된 춤은 각각의 나라가 갖는 풍경과 공기를 관객에게 전달해주는데 특히 시차로 인한 차이점이 재밌게 다가온다. 여기서는 아침이지만 저기서는 밤, 하지만 동시에 일어나는 춤. 4명의 무용수가 전혀 다른 배경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 세 장소에서 일어나는 춤은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코로나 시대에 무대가 사라져도 춤과 무대는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는 춤 공연에서 무대의 확장, 기획과 시각의 확장, 새로운 시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시기일 수도 있다.
가상공간도 그중 하나이다. 가상공간을 이용한 공연과 전시도 등장하고 있고, 춤 공연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메타버스에 대한 수효나 관심이 높아지면 이 시장도 커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지난 3월에 진행된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 정거장〉(Virtual Station)이 좋은 예시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미술과 미디어아트 분야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김지선 작가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에 가상의 극장을 짓고 그 속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슬픔의 집〉을 선보였다. 가상의 극장에 관객을 초대하는 작품인데 이 온라인 프로젝트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연장에서도 진행했었다. 즉, 게임, 건축, 미디어아트, 공연, 그것을 구현하는 가상공간 기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된 작품인데 우선 가상공간 안에 극장을 짓는 게 관건이었다. 그래서 마인크래프트 건축 전문가들로 구성된 GBF Studio와 함께 가상공간에 극장을 건설했다. 세월이 흘러 조금은 무너진 고대 그리스식 원형극장, 그리고 극장 주변에 관객들이 쉴 수 있는 정원과 바(Bar), 극장 주변의 섬과 바다, 길을 만들었다. 공연 내용은 게임과 연극이 만난 형식이었고, 인류의 역사에서 사유할만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요즘 온라인 게임이 스토리라인이나 드라마 구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이런 시도가 가능했고, 동시에 공연을 공연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제안이 되기도 했다.
가상 극장에서 진행된 공연, 김민석 작품 〈슬픔의 집〉 속 소극장 @GBF Studio 김민석 |
이런 시도는 춤 공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극장이라는 외형은 같은 방식으로 해결이 되겠지만 그 안에 담는 내용, 즉 가상공간 안에서 어떻게 춤을 출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우선, 실제의 무용수가 그대로 가상공간에 담길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현재 메타버스는 3D 아바타가 활동하는 영역이다. 실제 인물이 아니라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부캐, 가상의 휴먼이다. 즉, 가상공간 안에서 메타휴먼의 춤은 인간의 춤이 아니라 아바타의 춤이 되기 때문에 이걸 얼마나 인간 본연의 모습을 끌어내고, 무용수와 안무가의 의도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되는 지점이다.
본캐와 부캐가 함께 사는 세상, 춤은 어디로 향하는가
이제 아바타를 통해 부캐의 탄생, 즉 실제의 내가 아닌 디지털휴먼, 메타휴먼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제 2의 자아는 몇 가지 고민을 만들어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얼마나 견고한가. 그 두 자아는 다른 정체성을 갖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아무 문제없이 각자의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을까. 사회적인 부분에서 이런 문제가 있다면 춤 공연에서도 여러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다음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첫째, 춤과 공연현장은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직접적인 현장이었다. 그런 현장이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이라는 다른 필터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 필터는 현장성을 고스란히 전해줄 수 없고 또다른 창작의 영역이 된다는 걸 지난 1년간 체감했다. 그래서 한 해 동안 이런 논의들이 이어졌었다. 현장의 공연과 랜선의 공연은 같은 공연, 같은 작품, 같은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똑같은 안무로 현장공연, 랜선공연, 그리고 메타버스를 통해 공연한다면 그 세 작품은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둘째, 춤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남아야 하는 영역일까. 지금 춤 공연은 영상, 디지털 세상, VR 등 가상현실, 새로운 기술과 만나고 있다. 그 접점과 타협은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
셋째, ‘본캐’와 ‘부캐’가 함께 사는 세상, 메타휴먼의 탄생이 가장 중요하게 던지는 질문은 아이덴티티에 대한 점이다. 춤 공연은 이런 사회적 현상을 어떤 식으로 흡수해야 할까. 춤과 예술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세상에 나서야 할까. 예술은 기술을 어떻게 흡수해야 하는 것일까.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을 때 춤과 예술은 그 속에서 어떤 역할과 구심점이 되어야 할까.
예상되는 그림 중 하나는 춤은 더 이상 예술가 중심이 아니라 대중과 커뮤니티 중심으로 가게 될 거라는 점이다. 메타휴먼의 탄생은 이제 사람이 가족, 친구, 사회적 페르소나 외에 다른 공간에 다른 페르소나를 하나 더 쓰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제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남을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어쩌면 춤은 인간이 가장 자기다운 표현의 영역으로 남을지도 모르고, 그래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예술가가 만들어낸 무대를 보는 것에서 자기를 찾고자 하는 방법으로 춤과 예술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란 생각이다. 오히려 메타버스의 인기가 춤의 주체를 일반 대중에게로 옮겨놓을 수 있다.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 주체가 바뀌는 춤
소셜미디어나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는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확장시켜 준다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가 끝나도 또 언제 바이러스나 다른 변수가 들이닥치고, 또 어떻게 일상이 무너질지 모르는 세상. 가상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문이 닫혀도 다른 하나의 문을 열고 우리의 일상이 주저앉아버리는 선택 대신 적극적으로 다른 일상을 일궈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기도 한다.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잃을지 모르고, 현실과 가상을 구분 짓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부담은 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기꺼이 감수할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의 10대, 20대 젊은 세대에게는 두려움보다 호기심, 피해갈 것이 아니라 적극 수용해야 하는 영역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상의 평온함을 빼앗기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춤과 예술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미래와 함께해야 할까. 적어도 아날로그와 현장성을 강조하는 데서 조금은 벗어나 새로운 공간과 방식으로 확장하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예술의 창조행위가 더 이상 예술가들에게만 허락되지 않는 세상에 ‘예술가’라 명명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창조행위와 어떤 접점을 만들어나가야 할지, 공연장만 무대가 아니라 현실에 없는 공간도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이단비
KBS, SBS를 시작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MBC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발레를 비롯한 공연예술 다큐멘터리 제작과 집필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레와 무용 칼럼을 쓰면서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