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춤의 도시 뉴욕, 무용 프로듀서로 10년 살기 7
뉴욕 극장에 춤이 다시 일어서다
박신애_코리아댄스어브로드 대표

18달 동안 이어진 긴 침묵을 깨뜨리고 뉴욕의 주요 극장들이 무용공연을 재개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뉴욕시의 전면적인 공연 중단이 선포된 이후 400여일 넘어 드디어 대면 공연이 재개된 것이다. 물론 지난 4월부터 뉴욕 공연계의 재시작을 알리는 링컨센터 리스타트 스테이지(Restart Stages)를 비롯 여러 극장의 프로그램이 순차적으로 재가동되기 시작했지만, 최근 무용을 다루는 주요 극장들 역시 빠른 속도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듯하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엄청난 수익손실을 낳았던 크고 작은 무용단, 오랫동안 뉴욕을 무대로 활동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결국 뉴욕을 떠나야 했던 국제적 무용가들, 무용 관련 업종에서 해고된 수많은 직원을 생각하면 다시 찾아온 극장가의 활기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춤 예술이 뉴욕 연간 경제에 기여하는 액수는 3억 2백만 달러에 달한다(코로나 이전 기준/Dance/NYC : State of NYC Dance and Corporate Giving , Cultural Data Project). 뉴욕은 매년 수천 회의 공연 그리고 수백만 명의 유료 관객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춤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렇게 규모가 큰 ‘공연예술시장’ 덕분에 뉴욕에서 매년 초에 개최되는 아트 마켓인 APAP(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ofessionals)는 전 세계에서 모인 델리게이터들로 해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오늘은 그런 뉴욕의 주요 극장, 그중에서도 무용을 다루는 주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며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를 위해 새로이 준비하고 있는 뉴욕 극장가의 모습을 전해 볼까 한다.




Brooklyn Academy of Music ⓒnyc-arts.org




11월 30일부터 BIG DANCE THEATER의 〈The Mood Room〉을 준비하고 있는 BAM(Brooklyn Academy of Music)은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멀티 아트센터로 전세계 무용가들이 가장 서고 싶어 하는 무대 중 하나로 꼽는다. BAM은 150년 이상 동안 예술가, 청중 및 아이디어의 본거지였으며 글로벌 커뮤니티와 지역 커뮤니티 모두에 참여해 왔다.

1983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연 BAM의 대표 기획프로그램인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Next Wave Festival)’은 뉴욕시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대담한 축제로 아방가르드 음악, 연극, 영화, 오페라, 무용 등을 다룬다. 지난 몇 년간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던 무용 단체로는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안누(Dimitris Papaioannou), 트리샤 브라운 댄스 컴퍼니(Trisha Brown Dance Company), 사샤 발츠(Sasha Waltz), 마크 모리스 댄스 그룹(Mark Morris Dance Group), 탄자테어터 부퍼탈 피나 바우시(Tanztheater Wuppertal Pina Bausch), 호페시 셰터 컴퍼니(Hofesh Shechter Company), 로사스 안나 테레사 데 키르스맥(Anne Teresa De Keersmaeker, Rosas) 등 세계적인 무용단들이 있다.




ⓒThe Joyce Theater




뉴욕의 극장들을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극장이 바로 The Joyce이다. 무용가들이 무용을 위해 지은 유일한 극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이스 극장은 광범위한 미적 관심사를 대표하는 신진 댄스 아티스트들을 양성하고 기리는 것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982년에 문을 연 이래 The Joyce는 400개 이상의 국내외 무용단을 소개, 매년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보유하고 45~48주 시즌을 제공함으로써 댄스 커뮤니티를 지원해 왔다.

조이스 극장은 1941년에 만들어진 영화사 엘긴 극장을 조이스의 설립자인 코라 캐한과 엘리엇 펠드가 인수하여 472석 규모의 극장을 만들기 위해 건물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현재 조이스에서는 11월 16-28일 COMPLEXIONS Contemporary Ballet, 11월 30일~ 12월 12일 Parsons Dance, 12월 14일~1월 2일 Les Ballets Trockadero de Monte Carlo 등 지속적인 무용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대면 공연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작년 뉴욕의 극장들이 문을 닫고 대면 공연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던 시기 조이스가 올려놓은 We will Dance again이라는 대문 사진을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한동안 저장해 두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재개한 공연 소식들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New York City Center




뉴욕시티센터는 1943년 피오렐로 라 과르디아(Fiorello La Guardia) 시장이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공연예술, 최고의 극장을 만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설립했다고 한다. 뉴욕의 문화생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던 뉴욕시티센터는 조지 발란신, 레너드 번스타인, 바바라 쿡과 같은 전설들이 두각을 나타냈던 무대로, 매년 30만 명의 방문객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들을 경험하기 위해 찾는 장소이다.

뉴욕 시티 센터의 대표 무용 프로그램인 폴 포 댄스(Fall for Dance)는 2004년에 시작되었으며 모두가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션 아래 모든 티켓을 15불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월드클래스의 무용단을 단돈 15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뉴욕 물가 대비 굉장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가 오기 전 최근 몇년의 Fall for Dance 시즌들에서는 카일 아브라함, 미셸 도런스, 마크 모리스 그리고 크리스토퍼 윌던을 포함한 지금은 유명한 안무가들의 세계 초연을 올렸다. 작년 팬데믹 때문에 최초 디지털 버전의 온라인 축제를 진행했던 Fall for Dance는 올해 10월 다행히도 무사히 대면 공연을 성료하였다.

링컨 센터(Lincoln Center)는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 광장에 위치한 16.3에이커(6.6헥타르) 규모의 건물이다.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의 주요 어트랙션 중 하나이기도 한 링컨센터는 30개의 실내 및 실외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500만명의 방문객이 방문한다. 뉴욕 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 시티 발레단을 포함한 유명 공연예술 단체들이 입주해 있으며 줄리아드 음대도 링컨 센터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지만 링컨 센터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의 예술의전당과 사뭇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금 링컨센터에서는 12월 1일부터 뉴욕 시티 발레(New York City Ballet)의 호두까기인형(George Balanchine'S the Nutcracker)을 준비하는 중이다. 호두까기인형은 여느 발레단과 마찬가지로 뉴욕 시티 발레단의 대표 겨울 시즌 프로그램이자 무용단의 존속을 책임질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호두까기인형이 취소되자 뉴욕시티발레는 엄청난 수익손실을 냈고, 많은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고 한다.

뉴욕에는 대규모의 극장들 외에 춤을 다루는 중, 소규모의 극장들도 많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New York Live Arts, The Ailey Citigroup Theater, Baryshnikov Arts Center 등과 같은 대표적인 무용 중극장들은 올겨울 시즌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2022년에는 새로운 프로그램들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만 2년 만에 뉴욕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기분이다. 이번 공연은 Japan Society에서 1월 14-15일에 열리는 Contemporary Dance Festival: Japan + East Asia 프로그램에 한인 ‘최강프로젝트’와 함께 참여한다. Japan Society의 Contemporary Dance Showcase는 1997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및 동아시아 안무가를 미국에 소개하고 아시아 무용가들의 국제적인 데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댄스 쇼케이스로 불리던 이 프로그램은 2019년에 Contemporary Dance Festival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APAP기간에 진행되어 아시아 안무가들의 유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Japan Society는 일본 예술, 문화, 비즈니스, 사회를 뉴욕과 전 세계의 관객과 연결하고자 하는 미션을 두고 설립된 미국계 기관이며, 지금까지 컨템포러리 댄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한인 안무가로는 제이제이브로-표상만, 전흥렬(2017), 고블린파티(2019) 등이 있다.

긴 공백 끝에 다시 국제교류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설레는 기분은 잠시, 다시 급증하는 확진자 수와 또 다른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상황이다. 한치 앞을 바로 알기 어려운 하루하루, 그래도 모두가 준비하는 이 공연들이 무사히, 그리고 안전하게 막을 내리기를...

박신애

민간무용단체의 해외진출을 돕는 비영리기관인 코리아댄스어브로드의 박신애 대표는 무용 국제교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국제프로듀서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뉴욕92Y 하크니스 댄스센터에서 아시아/코리아 릴레이티드 프로그램의 게스트 큐레이터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국제 솔로 페스티벌 모노탄츠서울의 예술감독, 프랑스 파리 SOUM 페스티벌의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2021. 12.
사진제공_nyc-arts.org, The Joyce Theater, New York City Center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