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해외춤기행_ 스페인 마스단자(MASDANZA) 심사위원 참가기
공연과 경연 통한 무용축제의 공공성 실현
장광열_춤비평가

우리나라의 젊은 안무가들이 오래 전부터 심심찮게 입상 소식을 전하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MASDANZA의 정식 명칭은 영어로는 International Contemporary Dance Festival of The Canary Islands(스페인어로는 Festival Internacional de Danza Contemporanea de Canarias)이다.
 전세계에 많은 무용 축제들이 있고, 대한민국에도 몇 년 사이에 ‘국제(international)’를 붙인 무용축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성과나 효율성, 그리고 차별성 면에서 거품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태동한 지 오래된, 중앙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지원을 받는 무용 축제들도 해외 유명 축제들처럼 탄력적인 운영을 위한 변신과 비교해 보면 개선할 점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심사위원 자격으로 마스단자를 지켜본 나는 이 축제가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가는 이유를 예술감독의 개방성과 네트워킹, 그리고 무엇보다 축제를 통한 공공성의 실현에 충실함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스단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필자


지역 예술관계자들과 해외 옵서버들의 네트워킹 미팅 광경



 

스페인의 그랑 카나리아(Gran Canaria) 섬에서 개최되는 마스단자(MASDANZA)는 독일의 하노버와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댄스 콜렉션과 함께 우리에게는 안무 콩쿠르로 잘 알려져 있었다. 평자 역시 안무 콩쿠르 성격의 작품 경연대회 심사위원을 제안 받고 참여했던 터라 경연대회가 전부인 것으로 알고 갔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켜 본 마스단자는 경연 참가 작품과 무용가들이 축제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과 전문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춤 작품과 티칭 유통을 통한 무용 나눔을 실천하는 아주 효율적인 국제 무용축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품 경연대회는 10월 18일(솔로 부문)과 10월 19일(안무 부문) 이틀 동안 열렸지만 경연 대회 전후로 공연, 워크숍, 영화 상영 등 적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실제 축제 기간은 10월 13일부터 11월 2일까지 거의 20일 동안의 일정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1996년에 시작 이제 23회 째를 맞은 마스단자의 올해 안무 경연대회는 그랑 카나리아 마스팔로마스 섬의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진 소극장에서 치러졌지만, 프로그램은 크게 마스팔로마스 섬을 비롯한 3개의 섬과 그 중심부 곳곳의 극장과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축제 프로그램은 전문 무용수 뿐 아니라 청소년과 실버 세대 등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을 향해 열려 있었고, 한 곳이 아닌 여러 지역의 다양한 공간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가령 제주도 시내 외곽의 조천읍에서 경연대회가 치러진다면 또 다른 공연과 워크숍 등은 제주도 중심부인 연동과 서귀포 시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MASDANZA DUNES’ ‘MASDANZA CINEMA’ ‘MASDANZA CULTURAL BREAKS’ ‘MASDANZA DANCE IN OPEN SPACES’, 힙합과 컨템퍼러리댄스 워크숍, 그리고 장년층 들을 위한 컨템퍼러리댄스 클래스도 있었다.
 그리고 공연과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은 안무 경연대회에 참가한 해외 무용단과 안무가들 중에서 선정하고, 스페인 본토에서 참가한 무용단들은 ‘MASDANZA Xtra’ 별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곧 축제 기간 동안 다른 지역에서 다른 관객들을 위한 별도의 무용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경연대회 참가한 안무가들 중에는 경연 전후에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적지 않은 지원을 해 준 외국 단체들이 축제가 열리는 지역 한 곳에서만 공연을 마치면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우리나라의 국제 무용축제 운영과 비교해 보면 효율성 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경연 전날 프로그램인 DANCE IN OPEN SPACES에서 공연


수상자 발표 후 예술감독 나탈리아의 즉석 공연 모습


수상자 갈라 공연 후 새벽까지 이어진 댄스파티 광경



 축제의 예술감독인 Natalia Medina는 매사에 쾌활하고 개방적이었다. 축제 스태프들은 축제 자체를 즐기는 듯 늘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간단한 참가 절차(신청서 한 장과 작품 비디오 영상 제출이 전부이다), 한 장의 포스터와 접이식 한 장의 리플렛이 전부였지만, 운영과 프로그램의 구성 내용은 그 속이 꽉 차 있었다. 

 

 나탈리아는 “MASDANZA가 추구하는 것은 컨템퍼러리댄스의 랜드마크이다. 23년 전에 시작한 이래 마스단자는 국제적인 수준, 질적으로 성장시켜 왔다. 지난 23년 동안 마스단자에 참가했던 안무가들과 댄서들은 전 세계 컨템퍼러리 댄스의 경향을 선도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3년 동안의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참가국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Argentina, Germany, Austria, Armenia, Belgium, Bulgaria, Brazil, Burkina Faso, Canada, Colombia, South Korea, Costa Rica, Cuba, Chile, China, DR of Congo, Czech Republic, Denmark, Slovenia, United States, France, Greece, Hungary, Italy, Israel, Japan, Latvia, Lebanon, Lithuania, Macedonia, Madagascar, Mexico, Norway, The Netherlands, Portugal, United Kingdom, Sweden, Singapore, Taiwan, Thailand, Tunisia, Uganda, Venezuela, 그리고 Spain”
 유럽은 물론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국가 등 지구촌 곳곳의 안무가들이 이 축제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밝넝쿨, 이선아, 지경민, 임샛별, 박신정과 황다솜 등이 경연에 입상했다.
 나탈리아는 경연대회 본선 참가 작품을 서류와 영상에만 의존하지 많고 직접 공연을 보고 결정한다. 몇몇 경연대회와 축제에 마스단자 본선 참가를 위한 경연대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자신이 직접 실연을 본 팀과 안무가를 중심으로 축제 기간 중 다른 지역에서의 공연과 워크숍을 연계하고 입상자들 중에서 골라 축제 후의 레지던시 작업을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등 장기적으로 축제의 공공성을 살리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다.
 축제 기간 중 심사위원들을 비롯해 옵서버로 초청된 국제 무용계 주요 인사들과 그랑 카나리아 섬의 주요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만남을 갖는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네트워킹을 확장해 주는 시도 역시 효율적인 축제 운영을 위한 모범이 되는 모습들이었다.

 

안무 부문 경연에서 1등상인 심사위원상을 받은 MARIO BERMÚDEZ GIL 〈ALANDA〉


관객이 뽑은 작품상 등 가장 많은 상을 받은 ZHIREN XIAO & RAN SUN 〈RELATIONSHIPS〉


솔로상을 받은 JOAQUÍN COLLADO PARREÑO 〈NEREO AHOGÁNDOSE〉


관객이 뽑은 베스트 솔로상 YOSHITO SAKURABA 〈COMING HOME〉



 올해 마스단자 경연대회에는 솔로 부문 8개, 안무 부문 8개 모두 16개 작품이 참여했다. 5명의 심사위원 중 비평가는 평자 한명 이었고 2명은 무용축제 예술감독, 한 명은 무용 컴퍼니의 안무가, 다른 한 명은 공연장의 프로그래머였다. 나탈리아는 심사위원은 매년 저널리스트와 축제감독, 그리고 안무가들 중에서 초빙한다고 귀띔했다. 

 

 심사는 전반부 공연 후 작품에 대한 토론, 후반부 공연 후 작품에 대한 토론을 거쳐 선정했고 심사 결과는 두 개 부문 경연이 끝난 다음날에 이루어지는 갈라 공연에서 발표되었다. 시상식 후에는 수상 작품들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갈라 공연이, 갈라 공연이 끝나면 참여한 무용가들과 관객들의 댄스파티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올해 수상자들은 다음과 같다. 관객이 뽑은 상은 각 부문별로 공연이 모두 끝난 후 관객들이 투표하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집계되었다.

 

· JURY PRIZE IN THE CHOREOGRAPHY CONTEST  MARIO BERMÚDEZ GIL 〈ALANDA〉

· JURY PRIZE IN THE SOLO CONTEST JOAQUÍN COLLADO PARREÑO 〈NEREO AHOGÁNDOSE〉

· BEST PERFORMER AWARD SEO YOUN KIM 〈SELFISH ANSWER〉

· AUDIENCE AWARD BEST CHOREOGRAPHY / SPECIAL MENTION OF THE JURY IN THE CHOREOGRAPHY CONTEST
 ZHIREN XIAO & RAN SUN 〈RELATIONSHIPS〉

· AUDIENCE AWARD BEST SOLO YOSHITO SAKURABA 〈COMING HOME〉

· THE ACORAN AWARD OF THE CANARIAN ARTISTIC COMMUNITY DANIELE SALVITTO & FEDERICA FRANCESE 〈D’MES〉

· SPECIAL MENTION OF THE JURY IN THE SOLO CONTEST YOTAM PELED 〈BOYS DON’T CRY〉


 솔로 부문에서는 전체적으로 빼어난 아이디어나 콘셉트에서 두드러진 작품이 없어 독창적인 움직임 구성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의 질이 선정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 두 명의 댄서들이 참여한 안무 부문(3명, 여러 명의 댄서들이 참가한 작품도 있었다)에서는 분명한 콘셉트를 보여준 작품은 없었지만, 출연 무용수들의 앙상블과 파트너십을 엮어낸 구성력과 작품의 메시지 등이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논의되었다.
 3명이 참여한 대한민국 안무가들 작품의 경우 평균점 이상을 상회하긴 했으나 수상한 다른 작품에 비해 월등하게 빼어나지 못했고 그동안 한국 안무가들의 매년 수상 흐름 때문인지 선정과정에서 강력한 추천은 없었다.  

 솔로 부문에 참여한 김서윤의 〈Selfish Answer〉와 정록이의 〈Time Killer〉의 경우는 움직임의 질은 뛰어났으나 디테일한 면들이 에너지의 상승작용으로 조합되도록 하는 구성력이 더 필요해 보였다. 안무 경연 부문에 출품한 차종현 안무의 2인무(임우빈·차종현 출연)의 〈Unanswered Question〉의 경우 완급 조절과 두 무용수의 앙상블의 밀도를 더욱 높일 필요성이 있었다.

 

김서윤 〈Selfish Answer〉


정록이 〈Time Killer〉


차종현 〈Unanswered Question〉



 MASDANZA는 스페인의 무용축제들을 지원하는 별도의 펀딩인 IACIELOABIERTO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마스단자의 안정된 축제 예산 확보 방법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국제 공연예술 축제와 일회성 교류 사업 등 국제교류 부문을 한 카테고리에 모아 놓고 수십 년째 심의 지원을 반복하고 있는, 탄력성 떨어지는 대한민국 국제교류 지원정책과도 비교되었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8. 12.
사진제공_MASDANZA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