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춤웹진, 그 내력 2
PDF를 지나 Home Page로
김채현_춤비평가

우연이 史實로

춤웹진은 우연히 탄생하였다. 한국춤비평가협회가 갑자기 결성된 터에 PDF라는 소프트웨어가 춤웹진의 탄생을 아주 손쉽게 앞당겼다. 이것은 말 그대로 우연(偶然)이었다. 춤웹진은 곧 잡지 매체로 정착하였다. 이것은 사실(事實)이다. 2026년, 이제는 그 내력을 텍스트로 소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은 기록되는 사실(史實)이다.

偶然 · 事實 · 史實의 연쇄 고리는 많은 史實이 실은 우연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시사한다. 반면에 史實은 偶然이 더는 단순한 偶然이 아니도록 만든다. 비유컨대, 스티브 잡스가 자기 집 차고에서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우연에서 출발했을 테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 시작을 우연으로만 치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즉, 史實이 됨으로써 偶然은 偶然이길 멈추는 법이다.


볼품없음 vs. 편의성

2010년 춤웹진은 창간 때부터 하나의 페이지(사실상 매거진의 전체 페이지)를 모니터 화면 아래에서 위로 올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스크롤 방식으로 편집되었다. 어느 한 페이지를 클릭해서 하나씩 넘기거나 책장으로 넘기는 ‘세련된’ 방식 등은 신경 쓸 형편도 아니었고 그럴 겨를도 없었다. 더욱이 PDF 관련 도서에 의존해서 제작 기법을 익혀가며 만드는 왕초보 처지였으니까. 그래서 하나의 매체가 그 소프트웨어가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편집 방식을 택함으로써 제작의 효율성과 구독의 편의성을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다소 볼품없을지 몰라도 발간의 지속성이 초미의 과제였던 만큼 택해야 했던 차선책이었다. 그냥 춤웹진에다 마우스를 스윽 대고선 마우스휠을 아래위로 밀면 페이지를 왕래하는 편리함이라니.

클릭에 길들여진 방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편리함이 있었다.http://www.koreadance.kr/board/board_list.php?board_name=before_webzine 일단 여기를 클릭해서 마우스휠을 아래위로 밀어보자. 춤웹진 창간호~제17호의 섬네일들이 바둑판처럼 배열되어 있다. 그 가운데 춤웹진 2011년 2월호(춤웹진 제17호)를 한번 클릭하면 전체 12페이지가 단번에 보일 것이다. 그 화면들의 페이지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표제 - 광고 – 춤비협 기관지 발간 – 춤웹진 기관지 콘텐츠 목차 – 춤비협 소식 – 회원 기고 시평.



춤웹진 제2호 표지, 2010. 5.



16호로 가면 대담, 리뷰 2편, 시평이 보인다. 5월에 발간된 2호에는 한국춤비평가협회(춤비협)이 주최한 신춘 포럼이 지상 중계 형식으로 게재되었다. ‘21세기 한국 춤예술, 어떻게 비평하고 연구하고 지원할 것인가’ 제목으로 열렸고, 포럼의 발제문 1이 전체 게재되었다. 2호에는 광고 2편과 포럼 내용만 보인다. 3호에는 포럼의 발제문 2, ‘신무용 단상’ 제목의 연재물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4호에는 포럼의 발제문 3, 연재물, ‘2010년 상반기 춤계 동향’ 제목의 좌담, 그리고 칼럼이 게재되었다. 제5호에는 포럼의 발제문 4, 비평 1편, 시평 1편, 그리고 칼럼이 게재되었다. 제9호(9월)에는 ‘최근 국립극장 공연 중단 사태에 대한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입장’ 제하의 성명서만 게재되었다. 제11호(10월)에는 인터뷰, 시평, 칼럼 2편, 8페이지 분량의 광고가 게재되었다. 제15호(12월)에는 2010 한국춤비평가상 선정 내역, 시평이 게재되었다.


리뷰 가뭄

PDF 버전의 춤웹진 지면을 다시 정리해 보면, 춤공연 비평 또는 리뷰가 매달 정기적으로 게재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로 시평, 칼럼이 게재되고 춤비협 내부 회원 동정과 광고로 지면이 채워지는 방식으로 춤웹진이 1년 동안 편집 운영되었음을 알게 된다. 광고는 제2호부터 게재되기 시작했고, 제11호는 전체 28페이지 가운데 광고 지면이 8페이지였다. 춤공연 비평 또는 리뷰, 그에 준하는 좌담, 시평이나 칼럼이 적은 결과가 말해주듯 PDF 버전의 춤웹진은 예술춤 분야 매거진이라 나서기에는 아직 미흡했다. 이것이 당시 춤웹진의 춤계 내의 위상이었다. 이 동안 춤비협은 한국춤평론가회 시절 발간해온 춤저널을 춤비평으로 이름을 바꾸어 2010년 중반기부터 한 해 1, 2회 계속 발간하였다. 춤웹진이 일테면 내공을 쌓아가는 동안 춤웹진의 기사 원고들이 춤비평에 전재된 것은 물론이어서 종이 무크지 춤비평의 역할은 컸었다.

오늘의 춤웹진과 비교해서 상전벽해의 격세지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매거진으로서 운영되려면 최소 재원이라도 확보되어야 했기에, 2010년 5월 하순에 ‘한국춤비평가협회 웹사이트 광고 게재 안내’가 춤비협 메일로 내부에서 공유되었고 광고 유치가 늘었다. 동시에 웹사이트의 홈페이지를 갖추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시작하였다. 이들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전문 업체를 소개받았고, 경기 안산에 소재한 업체를 수차 방문한 바 있다. 업체와 나눈 상담 내용을 메일에서 예시해보면 이렇다. “웹사이트 점검 결과에 다음과 같이 수정 제시하며... 연혁 부분에서 연도 표기는 훨씬 크게 시원스럽게 처리하고, 숫자 글자체도... 색깔은... 연혁 아래 부분 저널 사진들은 해당 사진을 하나씩 누르면 큰 사진이 펍업되도록 처리한다. 회원 광장, 연구 광장, 칼럼에서 목록은... 회원 광장, 연구 광장, 칼럼에서 내용 편집은... 웹진 섹션은 춤웹진으로 섹션 이름과 개념을 바꾸고, 이 부분을 클릭하면 춤웹진의 목록이 1호, 2호 식으로 게재되고...” 그때가 6월이었다. PDF 버전으로 개개인들에게 메일로만 전송 배포되던 것이 홈페이지의 춤웹진 메뉴로도 곧장 볼 수 있게 되었다.


LIG의 쾌거

춤웹진 제6호(2010년 8월 1일)가 발간되자 춤비협 회원의 답신이 곧 답지하였다. 그 내용인즉, “그동안 아쉬움으로 지적되던, PDF 파일로만 읽을 수 있었던 웹진을 받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편했고, 여기에 한국춤비평가협회의 홈페이지로 바로 연동되도록 업그레이드해서, 이제 누구나 손쉽게 협회의 웹진을 볼 수 있고, 손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되었다”는 소감이었다. 이 같은 발빠른 반응이 춤웹진 성장을 촉진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로써 실질적인 웹진, 즉 홈페이지에 전체 기사를 바로 업로드하는 편집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춤비협 내에서는 공감하는 정도가 높아갔다. 그러나 내부 재정 형편상 실질적인 웹진을 자력으로 실현하기는 여의치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PDF 버전을 발간할 동안 필자들에게 고료는 전혀 지불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며, 힘모아 만들었고, 편집장에게도 보수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춤웹진 편집장은 무보수 직이며, 이른바 판공비라는 것도 별도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 춤웹진 또는 춤비협만의 관행은 아니겠지만, 권장할 만한 전통이 아닌가 한다.

춤웹진이 PDF 버전으로 지속하면서 고료 무료의 벽은 넘어야 할 과제였다. 그 시기에 리뷰 원고가 적은 데는 이런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고료 유료화의 꿈을 키우던 중 LIG 보험에서 춤웹진을 후원할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게 된다. 그때가 2011년 연초였다. 그 무렵에 춤웹진 제16호 발간 소식을 알리는 1월 17일 메일에서 “춤웹진은 발간 주기를 1~2주 단위로 해서 지속적으로 발간됩니다”고 하였다가 마지막 PDF 버전인 제17호가 2월 1일 발간되었다. LIG 보험의 후원 의사를 흔쾌히 수용해서 PDF 버전을 접고 웹사이트 홈페이지에 바로 매거진을 수시로 장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춤웹진 홈페이지 버전 확정 제18호 메인 페이지, 2011. 4.



춤웹진 홈페이지 버전 확정 제18호 뉴스레터, 2011. 4.



춤웹진의 이름에 걸맞은 웹진 체제. 지금껏 이어지는 이 시스템의 원동력이 된 LIG 보험의 후원은 이모저모 한 획을 그은 쾌거였다. 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를 계기로 고료와 급료의 상당액을 후원금으로 해결하는 것, 즉 고료 유료화의 꿈이 실현되고 편집기자를 채용하는 등 매거진의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리뷰의 고정 게재라는 관행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춤웹진 홈페이지 버전 준비 메인 페이지 시안





춤웹진 홈페이지 버전 준비 인터뷰 페이지 시안


춤웹진 홈페이지 버전 준비 춤웹진 버튼 시안​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2026. 10.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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