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독일 탄츠플랫폼 참관기(3)
무용의 형식을 실험하는 독일 탄츠플랫폼
손인영_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엇갈린 몸과 소리의 경기장

3월 14일 8시 30분, 아담 린더(Adam Linder)·에단 브라운(Ethan Braun)의 〈솔리스텐앙상블 칼레이도스코프 토너먼트(Solistenensemble Kaleidoskop Tournament)〉는 무용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적 협업의 형식을 거부하고, 두 장르가 충돌하고 긴장하는 상태 자체를 전면화 하는 작품이다. 이 공연은 ‘토너먼트’라는 개념을 차용해 서로 다른 에너지와 수행이 교차하는 장을 구성하며, 무대를 하나의 완결된 공연이 아니라 움직임과 소리가 끊임없이 겨루고 협상하는 ‘경기장’으로 전환시킨다.

공연은 시작 이전부터 이미 작동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꽃을 다듬어 계단 위에 올리는 한 남자의 행위는 공연의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며, 스텝과 수행자, 주변과 중심 사이를 유동하는 존재로 배치된다. 연주자들은 피라미드형 설치 구조물 아래에 자리 잡고 연주를 시작하고, 네 명의 무용수는 무대를 등진 채 의자에 앉아 관객과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단절한다. 이 초기 배치는 관계의 형성 이전에 이미 어긋남과 비동시성을 전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Adam Linder, Ethan Braun 〈Solistenensemble Kaleidoskop Tournament〉





이후 무대는 인과적 연결 없이 장면들이 병치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모자를 쓴 연주자들이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어 흔드는 단순한 제스처는 연주와 신체의 경계를 흐리며, 이 작품이 설정한 관계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신디사이저로 녹음된 음악 위에 실연이 덧씌워지며 소리는 층위를 획득하고, 연주자들은 활을 바닥에 놓고 긁어내는 소리를 만들어내며 연주의 규범을 이탈한다. 무용수 한 명의 등장과 함께 의자를 옮기는 행위는 네 명 전체의 움직임으로 확장되며, 바닥과 의자를 오가는 신체는 발레적 어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구조적으로 분절한다.

갑작스러운 암전과 음악의 중단,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연주는 이 작품이 구축하는 단절과 전환의 리듬을 강조한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선율 위에 간헐적으로 삽입되는 육성의 외침은 음악을 확장된 신체로 전환시키고, 꽃을 다듬던 남자가 중앙으로 이동해 수행하는 솔로는 의식적 장면이자 일종의 중재자로 기능한다. 이어지는 무용수들의 활춤, 연주자들과의 대면 구도, 그리고 무용수들에 의해 음악가들이 밀려나고 무음의 환호가 발생하는 장면은 협업의 관계를 전복된 힘의 구조로 가시화한다. 하수에서 등장한 음악가들이 첼로를 장례 행렬처럼 메고 이동하는 장면과, 그와 교차하는 무용수들의 컨택 즉흥은 강렬한 이미지를 생성하지만 서로를 설명하거나 수렴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끝내 하나의 의미로 귀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의미의 생산을 지연시키고, 해석의 시도를 지속적으로 미끄러뜨린다.‘토너먼트’라는 개념이 암시하듯, 이 무대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가 아니라 충돌 그 자체다. 그러나 그 충돌은 새로운 인식으로의 확장이라기보다, 의미 형성의 과정을 유예시키는 장치로 작동하며 관객을 해석의 주체라기보다 혼란의 상태에 머물게 한다.

결국 이 작품은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기보다는, 수많은 장면과 요소들이 끝내 엮이지 않은 채 남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공연은 반드시 무언가를 전달해야 하는가, 혹은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가! 〈솔리스텐앙상블 칼레이도스코프 토너먼트〉는 이 질문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시도가 감각적 혹은 사유적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이 작품은 완결된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공연이라는 형식 자체에 대한 질문을 되돌려주는 지점에서 비로소 기억된다.


반복 속에서 흐려지는 감각의 밀도

3월 14일 6시, 카트 발라스투르(Kat Válastur)의 작품 〈Dive into You〉는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솔로 작업이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몸을 매개로 자연의 생명 시스템—특히 나무의 호흡과 생성의 리듬—을 연상시키며, 감각의 새로운 지형을 구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아호 산(Aho Ssan)의 음악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진동, 나선, 원의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낮고 깊은 음향이 바닥을 채우고 있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공간 전체를 압도하는 밀도로 깔렸다. 무대에는 몇 개의 거대한 스피커가 놓여 있었고, 후면에서 전면으로 비추는 조명 아래 둥근 단 위 의자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길게 흐트러진 머리와 빛에 가려진 얼굴과 달리, 신체의 윤곽과 미세한 움직임은 또렷하게 드러났다.



Kat Válastur 〈Dive into You〉





무용수는 미세한 떨림에서 출발해 점차 몸 전체로 진동을 확장시킨다. 양팔을 좌우로 휘두르고, 다리를 떨며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는 동작은 일종의 트랜스 상태를 연상시킨다. 스타카토적 리듬과 반복되는 진동, 점층적으로 변화하는 조명 속에서 신체는 끊임없이 다른 상태로 전이된다. 낮고 무거운 사운드와 결합된 움직임은 관객의 감각을 흔들며 환각에 가까운 몰입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일정한 패턴 안에서 반복된다. 초반에는 강렬한 몰입을 형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은 감각의 확장이라기보다 예측 가능한 구조로 굳어지며 긴장도가 서서히 이완된다. 트랜스적 상태를 향한 시도가 지속되지만, 그 밀도가 점층적으로 심화되기보다는 동일한 강도에 머무르는 순간들이 발생한다.

음악이 잦아들면 움직임 역시 가라앉고, 무용수는 팔과 다리를 들어 올린 채 천천히 내려놓는다. 완전한 정적 속에서 호흡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다시 사운드가 시작되면, 신체는 무중력 상태처럼 부유하다가 갑작스럽게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며 충격음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우주적 스케일의 사운드와 신체의 물리적 충돌은 관객을 낯선 감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장면들은 이후에도 변주되며 반복되다가, 마지막에는 따뜻한 조명으로 전환되고 무용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무대를 빠져나가며 공연이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음악을 통해 감각을 변형시키고, 신체를 통해 비가시적인 에너지의 흐름에 접근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신체가 그 자체로 완전한 트랜스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차원의 집중과 밀도가 요구된다. 접신에 가까운 신체성은 단순한 반복이나 강도의 유지로는 확보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발라스투르의 움직임이 완전히 그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적 맥락에서 트랜스적 신체 상태를 탐구하려는 시도, 그리고 관객을‘보는 행위’를 넘어 감각의 흐름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안무적 의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완전한 몰입의 성취 여부와는 별개로, 감각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이 작업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3월 15일 2시에 관람한 에스테르 살라몬의 솔로 작품 〈Dance for nothing〉은 아래 첨부된 〈춤웹진〉에 게재되었다. http://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199&board_name=from_abroad)


낭만과 진부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랑의 이미지

3월 15일 4시, 카타리나 젠첸베르거(Katharina Senzenberger)의 〈Love Dance〉는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온‘사랑의 이미지’를 춤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려는 시도였다. 왈츠와 파드되 같은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춤 형식을 차용해, 사랑이 신체를 통해 어떻게 반복되고 재현되어 왔는지를 탐색한다.

공연은 두 무용수가 중앙에 설치된 줄을 오르내리며 시작된다. 이들은 줄에 매달린 채 회전하거나 거꾸로 뒤집히며 공중에서 움직이고, 의상에 달린 천은 회전과 함께 시각적 잔상을 만들어낸다. 줄이 좌우로 흔들리며 상승할 때 벽면에 투사된 그림자는 듀엣의 몸이 아닌 복수의 존재처럼 확장되며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신디사이저 기반의 음악은 이러한 장면 위에 몽환적인 질감을 덧입힌다.





Katharina Senzenberger 〈Love Dance〉





공중에서의 움직임이 끝나고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장면은 전환된다. 음악은 보다 이국적인 정서를 띠며, 두 무용수는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원을 그리며 걷기 시작한다. 시계 방향으로 한 발씩 내딛다가 중앙에서 만나고, 다시 스쳐 지나가며 관계를 형성하고 해체하는 동작이 반복된다. 눈빛을 교환하며 함께 걷다가도 이내 멀어지고, 손을 잡았다 놓는 일련의 움직임은 관계의 미묘한 긴장을 축적해간다. 객석까지 확장된 조명과 화이트에서 옐로우로 변화하는 빛은 감정의 온도를 은근하게 조율한다.

이후 움직임은 점차 확장된다. 보폭이 넓어지고 팔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신체는 점점 왈츠의 형식을 띠기 시작한다. 다양한 패턴 속에서 다시 왈츠로 회귀하는 구조는 관계의 순환성과 반복성을 암시한다. 음악이 점차 수렴되어 무음으로 전환되는 순간은, 관계가 하나의 국면에 도달했음을 암시하는 장면처럼 읽힌다.

2부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서사가 전개된다. 면사포와 정장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객석 양옆에서 등장해 무대로 이동하고, 관객과 시선을 교환하며 긴장을 확장한다. 서로를 향해 다가가 껴안고, 바닥에서 뒤엉키듯 움직이며 갈등과 충돌을 드러낸다. 이후 다시 각자 줄에 매달려 상승과 회전을 반복하고, 웅장한 음악과 결합된 장면은 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두 신체가 공중에서 뒤집힌 채 멈추는 순간은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젠첸베르거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온 듀엣의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하다. 다만 이번에는 낭만과 진부함, 진정성과 과장 사이를 가로지르려는 의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그 균형이 끝까지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2부로 갈수록 서사적 장치와 감정 표현이 직접적으로 제시되면서 의미의 층위가 단순화되고, 감각적 긴장 또한 느슨해진다. 반면 1부에서의 걷기 변주와 반복 구조는 훨씬 설득력 있게 작동한다. 미세한 차이를 축적하며 관계의 결을 드러내는 방식은 과잉 없이도 충분한 밀도를 만들어낸다. 이에 비해 후반부의 과도한 상징과 감정의 표출은 작품이 지닌 키치적 낭만을 오히려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의 지속성을 떨어뜨린다.


느림의 실천, 머무름의 미학

드레스덴에서 열린 탄츠플랫폼의 마지막 작품은 안무가 에바 지아르노프스카(Ewa Dziarnowska)의 〈휴식, 인내(Rest, Patience)〉였다. 이 작품은‘아무것도 하지 않음’과 ‘버텨냄’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신체의 언어로 풀어낸다. 우리가 효율과 속도를 중심으로 조직해온 시간 감각을 느리게 해체하며, 움직임 이전의 상태 혹은 거의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무대 위에 드러낸다.

무대 위의 신체는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머무르고 지연하며, 스스로의 리듬을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휴식’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의 장으로 드러나고,‘인내’는 외부의 압박을 견디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시간과 관계 맺는 능동적 실천으로 재정의되었다.





Ewa Dziarnowska 〈Rest, Patience〉



조금 늦게 입장한 스튜디오 공연장에는, 아무렇게 놓인 의자들 사이에서 리드미컬한 음악에 흠뻑 젖은 두 무용수의 감각적인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참 춤을 추던 이들이 멈추자, 에바는 옷을 갈아입고 다른 무용수는 의자의 배열을 바꾸었다. 관객들 또한 자리를 옮기거나 새롭게 배치된 의자에 앉으며, 앞서 형성되었던 긴장감은 일상의 장면으로 전환된다.

이후 다시 음악이 흐르고 솔로가 시작되는데, 같은 팝송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의자의 재배치, 의상의 변화, 관객을 응시하거나 무대를 걷는 일상적인 행위와 춤에 몰입하는 순간 사이의 긴장은 여러 차례 교차된다. 관객은 다음에 무엇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 속에서, 일종의‘지연된 인내’를 경험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편안하면서도 매력적인 방식으로 관객을 끌어들였다. 의자의 재배치와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 속에서 관객은 스튜디오 공간을 유영하듯 경험하며, 공연은 흥겹게 전개된다. 이 작품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느림과 멈춤의 순간들이 얼마나 밀도 높은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무심함과 과잉된 열정 사이에서 관객의 감각을 확장시킨다. 화려한 기술이나 거창한 개념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몰입과 흥미를 이끌어낸 작품이었다.



피칭 현장



세계 프로듀스들 미팅



폐막식 날 드레스덴 팀의 인사



마지막 날인 16일 폐막식에서는 2년 뒤인 2028년 개최지로 하노버가 선포되었다. 2년 전 프라이부르크에 이어 3일간 드레스덴에서 열린 이번 탄츠플랫폼은, 예년에 비해 전체적인 규모가 다소 축소된 인상을 남겼다. 이는 전쟁 이슈와 유럽의 경제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다. 또한 개인적으로 완성도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독일의 스테파니 티어슈와 세네갈·벨기에 출신의 알레산드라 세우틴이 공동 안무한 작품과 스코틀랜드 안무가 클레어 커닝햄의 작업이었다. 특히 올해는 참여형 공연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독특한 형식을 지향하는 주최 측의 방향성 때문인지 기존의 공연 문법을 넘어서는 다양한 시도가 두드러졌다.

프랑스가 예술적 완성도를, 영국이 테크닉 중심의 접근을 보여준다면, 독일은 보다 급진적인 실험성을 통해 공연의 형식 자체를 확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보고 느끼는’전통적인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형식 그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2년 뒤 하노버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세대의 안무가들이 부상하게 될지, 그 변화의 흐름이 기대된다.

2026. 6.
사진제공_tanzplattform2026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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