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미국]
혹평 받은 NYCB 봄 시즌
매 시즌 안정적인 공연으로 정평이 있던 세계 최정상의 무용단 뉴욕시티발레단(NYCB)의 이번 봄 시즌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마음 속에서 춤의 즐거움을 촉발하기보다는 실망을 샀다”는 평을 내렸다. 뉴욕타임스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논조여서 눈길부터 끈다. 웬만한 단체의 공연이라면 긍정적인 평을 끌어냄 직했겠으나 NYCB의 대단한 위상에 비추어 평이 인색해졌을 것이다. 40일 간 열린 이번 시즌은 〈스페인 교향곡〉과 〈콘티넘〉의 초연을 소개하고 발라신 버전의 〈코펠리아〉, 그리고 NYCB가 보유한 여러 레퍼토리들로 진행되었다.
“훨씬 더 나은 레퍼토리들이 많이 있는데도, 봄 프로그램은 들쭉날쭉하고 혼란스러웠고 공연 시간도 과도하게 길었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에 맞춰 안무된, 경쾌하고 민속적인 색채를 가미한 피터 마틴스의 〈자코우스키〉(1992)는 발레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며 초조하게 기다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에드워드 리앙의 〈멀리서 들리는 외침〉(2005)은 그저 두서없는 갈망의 흐름에 불과했다. 비록 떠오르는 루비 리스터의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어도 그저 내용 없는 들러리에 그쳤다.” 또한, “지아나 라이젠의 〈작곡가의 휴일〉(2017)은 무대에 활기를 넘치게 펼치는 사랑스럽고 초보적인 발레 작품이었고, 알리사 피레스의 구조적으로 탄탄한 〈표준 편차〉(2023)도 다시 무대에 올랐지만, 둘 다 기억에 남지 않았다. 심지어 아드리안 댄치그-워링과 테일러 스탠리가 선보인 훌륭한 남성 듀엣인 라르 루보비치의 〈각자의 시간에〉(2021)조차도 마치 엉뚱한 짐처럼 곁다리로 넣어진 듯했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6/09/arts/dance/new-york-city-ballet-spring-season.html
이번 시즌에 선보인 장편 발레 두 편은 다른 주요 발레단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저스틴 펙이 2015년 마이애미시티발레단을 위해 안무하고 보후슬라프 마르티누의 음악에 맞춰 만든 〈힛스케이프〉는 (지난 9월 시티 발레단에서 초연되었던) 펙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경쾌한 속도와 짝을 이루는 펙 작품의 전형적인 요소들은 다소 의도적인 패턴에 갇힌 듯했다. 크리스토퍼 휠던이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컨티넘〉(2002)은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이번 시즌에 새롭게 선보여 9·11 테러 이후 초연되었을 때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켰지 싶다. 휠던의 후기 발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손과 팔 동작이 없는 안무는, 천천히 변형되는 자세들로 이루어진 작품 세계에 세련된 절제미를 부여하여 관객을 포만감에 젖게 한다. 마치 배가 꽉 찬 듯한 느낌.“
이러한 느낌은 예전의 훌륭한 발레작들에서도 되풀이되었다. “제롬 로빈스의 〈골드베르크 변주곡〉(1971)과 발란신의 아름다운 〈바로크 협주곡〉(1941)을 한 프로그램에다 함께 엮은 것은 너무 과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독립적인 발레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로빈스의 작품 중에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특히 알반 베르크의 음악에 맞춰 안무된 〈추모하며...〉(1985)가 그러했다. 발란신 사후에 안무된 이 애절한 발레는 한 여인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장황하다. 프로코피예프 음악에 맞춰 안무된 로빈스의 〈작품 19/몽상가〉에서 원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연기한 남자 무용수는 애틋한 몽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무언가, 누군가를 찾고 있지만, 때로는 까칠한 여인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의 연결은 희미하게 이어진다. 어쩌면 이 발레에는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미묘한 터치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NYCB가 과거 작품들을 되살리는 데 집중한다면, 특히 역동적이고 기교 넘치는 작품 한 편을 오늘의 세대에 맞게 재구축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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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교향곡, NYCB ⓒErin Baiano |
이런 와중에 이번 봄 시즌에서 얼마간 긍정적인 점도 있었다. “타일러 펙의 신작 〈스페인 교향곡〉은 여러 번 볼수록 더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발란신의 고전 〈C장조 교향곡〉(1947)은 열정적이고 즐거운 공연이었고, 특히 떠오르는 솔리스트 아파나센코프는 풍부한 상상력과 내면의 빛으로 모든 스텝에서 마지막 하나까지 짜내듯 열정적인 춤을 선보였다. 〈바로크〉에서 두 무용수는 마법처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고, 다른 날 남주인공으로 데뷔한 무용수는 긴 팔과 민첩성을 활용한 파트너십으로 깊은 고귀함을 표현했다.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의 〈보이스〉 오프닝에서 출연자 개인의 연기는 짜릿했고, 다른 발레 무용수들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발란신과 알렉산드라 다닐로바가 공동으로 창작한 황홀한 장편 발레 〈코펠리아〉(1974)는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폰 엔크의 인형 같은 스와닐다는 흠잡을 데 없는 정확성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고, 그녀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와 강렬한 움직임은 발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녀의 파트너인 프란츠 역의 KJ 타카하시는 소년 같은 외모로 배역에 잘 어울렸지만, 때때로 기교를 과하게 발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 사랑스럽고 조화로운 조합은 우드워드와 데이비드 가브리엘이었다. 그들의 우아함과 유머 감각은 흠잡을 데 없는 매너처럼 전혀 어색함이 없었고, 발레의 유머는 그들의 춤이 규모와 섬세함을 더해갈수록 더욱 재치 있게 빛났다. 그들은 발레단의 최고 스타에 속하는 두 사람이다.”
나이 차별마저 뛰어넘은 퀴어 마인드
발란신의 〈뮤즈를 인도하는 아폴로〉는 1928년 작으로, 그가 24세이던 해에 발레 뤼스를 위해 안무하였고 이를 통해 그는 유럽의 유명 발레 안무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아폴로(태양신)가 뮤즈들(예술의 여신)에게 예술적 소명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내용을 복잡한 플롯과 거추장스런 의상을 배제한 상태로 전개하여 발레 역사에서 신고전주의를 열은 의의를 갖는 작품이다. 발란신의 그 원작을 안무가 파이오니어 윈터는 퀴어 시각으로 해석한 〈아폴로〉를 최근 여러 해에 걸쳐 다듬어왔다. 뉴욕타임스는 윈터가 〈아폴로〉에서 “백발이 성성한 출연진들과 함께 나이 차별이나 삶의 상처와 싸우는 점”을 주목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6/22/arts/dance/pioneer-winter-apollo-.html
공연이 시작하면 58~69세의 세 출연자가 커튼콜을 하듯 “나는 아폴로다”고 선언한다. 그들은 38살인 안무자 겸 출연자 윈터를 가르친다. 출연진 4명 가운데 3명은 HIV 양성 진단자로서 늙은 출연자 한 사람은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친 것에서 살아남았다”고 외친다. 실상 그들은 에이즈로 고통받는 세대의 무용가들이었다. 젊은 시절 그들은 버젓한 무용단들에서 활동하였고, 이제 “과거를 뒤로 한 채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발견해가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선구적인 무용가의 작품들은 전문 무용수의 자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넓혀준다”고 강조한다.
윈터는 고등학생 때부터 전문적으로 공연 활동을 시작했고 대학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와 공중보건 및 역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HIV 검사 및 상담을 제공하는 클리닉에서 기금 신청서 작성자 겸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10대 후반에 퀴어임을 커밍아웃한 윈터는 HIV 감염자 또는 감염으로 영향을 받은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첫 작품 〈Reaching the Surface〉(2010)를 안무한 이래 10여 편을 발표하면서 무용가들과 접촉하였다. 그들이 마약과 알콜 중독을 벗어나도록 돕고 춤이 강력한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윈터는 이런 활동을 전문 무용수, 인디언 원주민 구성원, 지역 재활 센터 환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으로 확장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윈터의 〈아폴로〉가 “고통 속에서 피어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고찰한다”면서 “발란신 원래의 구상, 즉 재치 있는 우화와는 달리 훨씬 더 진지한 분위기를 띤다”고 평한다. “윈터는 자신의 아폴로들과 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더욱 사색적이고 자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춤은 재치 있는 유머를 담았고 동시에 무용수들이 겪은 연령 차별과 에이즈 대유행으로 인한 상처도 드러낸다.“
작년에 미국 국립예술진흥기금(NEA)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예술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대규모 지원금 삭감의 일환으로 〈아폴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지원금을 취소했다. 윈터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마음이 더 절박해진다”며 “이런 시기에는 내 작업을 최대한 널리 공유해야 할 의무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링컨센터의 확장된 몸짓
1년 전 춤웹진은 링컨센터가 자선사업가로부터 5천만 달러(700여억원)를 기부받은 사실을 보도한바 있다. 기부 명목은 링컨센터 내에서 컨템퍼러리댄스 프로그램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 이 종잣돈을 모태로 해서 6월 18~7월 5일 링컨센터에서 새 컨템퍼러리댄스 페스티벌이 〈Summer for the City〉를 제목으로 열린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링컨센터에서 컨템퍼러러댄스를 주제로 하는 페스티벌은 앞으로 매년 6월에 열리고 매년 1월에는 미국 기업에 초점을 맞춰 열릴 예정이다. 이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는 한 가지 목표로서 "해외 무용단이 뉴욕에 와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뉴욕에 얼마나 열정적인 현대 무용 관객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Summer for the City〉에 허성임(런던 중심 활동)은 〈1°C〉를 갖고 참여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6월 24, 25일).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6/15/arts/dance/lincoln-center-summer-of-dance-contemporary-festival.html
춤웹진 기사 링크
http://www.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203&board_name=from_abroad
[터키]
고양이가 공연을 훔쳐 끔찍했어
터키 이즈미르에서 올려진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중 뜻밖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고양이가 공연을 훔쳤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공연의 흐름을 방해했다고 표현했다. 공연단체는 러시아의 마린스키발레단. 로이터 통신이 유튜브에 올린 짧은 영상을 보면 로미오는 사랑하는 줄리엣이 죽었다고 착각하고 독약을 마셔 방금 죽음을 맞이했다. 죽은 로미오를 발견한 줄리엣이 로미오를 끌어안고 오열한다. 그럴 동안 고양이는 천연덕스럽게 뛰어놀다 로미오를 할퀴어댄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6/15/arts/dance/cat-romeo-and-juliet-ballet-turkey.html
공연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nkxZjv2L7a0
뉴욕타임스는 말한다. “발레의 원작인 셰익스피어 희곡 3막에서 로미오가 하는 말은, ‘줄리엣이 사는 곳이 바로 천국. 고양이, 개, 작은 쥐, 온갖 하찮은 것들이 모두 이곳에 살면서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 어쩌면 바로 이 장면이 혁신적인 연출이라면 공들여 섭외한 고양이를 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고양이가 나타난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영상에서 고양이는 처음에는 로미오 옆에 태연하게 앉았다 갑자기 로미오의 머리를 물고 할퀴기 시작한다. 로미오는 초인적인 침착함으로 조금도 움찔하지 않는다. 줄리엣은 마치 영감을 받은 듯한 즉흥 행동을 한다. 그녀는 로미오의 다리를 잡아끌어 고양이에게서 떼어놓는데, 이는 비극적인 결말을 다룬 〈로미오와 줄리엣〉의 공연 관행에서는 보기 드문 행동이다. 그런 후 그녀는 다시 슬픔에 잠긴다. 정말이지, 말도 안 돼. 그건 정말 끔찍했어.”
[영국]
로열발레단이 달성한 개성적 발레 클래스
뉴욕타임스는 런던의 로열발레단이 파리오페라발레단에 비해 컨템퍼러리댄스 신에 진출하는 정도가 덜하다고 지적하면서 로열발레단의 최근 공연을 주목하는 리뷰를 게재하였다. 뉴욕타임스가 런던의 공연을 리뷰하는 경우는 매년 손꼽을 정도여서 이번 리뷰에는 방점이 찍혀진다. 해당 공연은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올려진 폴 라이트풋과 솔 레온의 신작 〈살 드 당스〉(춤의 홀·Salle de Danse)를 포함한 두 작품. 라이트풋과 레온은 영국과 스페인 출신으로서 NDT(Nederlands Dans Theater)에서 젊은 무용수로 만나 함께 안무를 시작했고, 결혼과 이혼 후에도 팀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1989년 이후 60편이 넘는 작품을 NDT에서 창작했고 다른 무용단에서도 그들의 작품을 간혹 공연했다. 두 사람은 〈우리도 그래〉 프로그램에서 “길게 뻗은 발레 라인, 현대적인 곡선, 개성적인 몸짓, 그리고 표현주의적인 감성이 독특하게 어우러진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로열 발레단에 선보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6/12/arts/dance/review-royal-ballet-salle-de-dance-lightfoot-leon.html
라이트풋은 NDT에 합류하기 전 로열 발레 스쿨에서 수년간 재직했다. 두 사람은 신작 〈살 드 당스〉에서 그 시절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작품 주제는 모든 발레 무용수들이 매일 하는 수업 연습. 발레 팬들에게는 익숙한 발상입니다. 하랄트 란더의 〈에튀드〉(Études)"는 이러한 부류의 작품으로는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류의 작품이 간혹 올려진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 공연을 이렇게 평한다. “익숙한 패턴이 반복되어 다소 단조로운 부분도 있으나, 대조적인 장면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발레단 전체가 일제히 팔을 휘두르며 마치 활을 쏘는 궁수처럼 강렬하게 움직이는 중간 부분이 그렇다. 모든 것이 아주 인상적이되, 전반적으로 마음을 울리는 감동은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출연진들의 열정은 분명 감동적이다.” 향후 한국에서 있을 법한 유사한 기획 프로그램에서도 참조할 만한 점이 있어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아래에서 세세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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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e de danse, 로열발레단 ⓒJohan Persson |
한 시간 길이의 이 공연은 라이트풋이 팬데믹 시기에 영화를 위해 만든 작품에서 유래했는데, 당시에는 크누데이지 리사거가 작곡한 음악 〈에튀드〉가 사용되었다. 이번 작품을 위해 두 사람은 러시아 작곡가 일리야 데무츠키에게 새 음악을 의뢰했다. 그의 음악은 듣기 좋고 또 편하다. 현악기 중심의 느린 선율로 시작하며 막이 천천히 열리고, 살색 레오타드를 입은 여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중앙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느릿하고 나른하게 팔다리를 펼치며 상체를 물결치듯 움직이고, 팔을 뻗고 손을 파닥인다.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발레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다가, 그녀가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선 두 사람 모두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까지는 매우 불가사의했고, 그러다 갑자기 안내가 시작되었다. 머리 위 배너에 "I: Le Maitre et la Maitresse"(발레 등속의 "마스트와 미스트레스")라는 문구가 투사된다. 심각한 표정의 두 출연자는 음악이 좀 경쾌한 분위기로 바뀌자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예리하고 과장된 동작으로 춤을 춘다. 다음 한 시간 동안 레온과 라이트풋은 발레 무용수들이 사용하는 프랑스 용어(예: "tendu" 또는 "ronds de jambe")으로 명명된 19개 섹션을 더 진행하며, 전통적인 발레 수업의 순서를 따라가면서 실제 기술 연습을 자유롭게 변형해 선보인다. 스튜디오 중앙에서 펼쳐지는 느리고 긴 움직임으로 구성된 "Adage" 부분에서는 두 남자 무용수가 서로에게 기대어 다리를 뻗으며 상체를 느리고 물결치는 듯한 곡선으로 움직인다. "L'Art de la marche"에서는 두 사람이 완벽하고 깔끔한 싱크로율을 보여줍니다. "Pirouettes"는 출연자의 놀라운 기교적인 회전으로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된다.
〈살 드 당스〉는 46명의 무용수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떠오르는 신예들의 재능 또한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 작품은 라이트풋-레온 브랜드의 장단점을 모두 담고 있다. 관객들은 즐거워했고, 무용수들은 초인적인 기교를 선보이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안무가들이 춤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기묘하고 모호한 감정과 부조리, 그리고 소통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이에 비하여 “안무는 종종 반복된다. 다리를 하늘로 뻗는 동작, 기발한 몸짓, 얼굴 표정 등이 되풀이해서 등장한다. 또한 무대 연출은 때때로 과시하듯 미적으로 포장된다.”
“과시하듯 하는 미학은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린 두 사람의 2006년도 작품 〈Shoot the Moon〉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 작품은 필립 글래스의 〈티롤 피아노 협주곡〉 2악장에 맞춰 만들어졌다. 스크린과 독창적인 회전식 세트를 활용한 부분에서 다섯 명의 무용수들의 훌륭한 춤이 돋보였다. 이들은 모두 라이트풋과 레온이 〈살 드 당스〉에서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안무 어휘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합의 커플링을 소화해냈다. 평소 절제된 모습을 보이던 로열발레단 무용수들이 이 프로그램에 그토록 열정적이고 활기차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굳이 모든 작품이 걸작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램버트무용단 100주년, 진취적 기념 행사
20세기 전에는 발레 전통이 엷었던 영국이 오늘의 발레 강국에 꼽히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이 있다. 한 사람 니네트 드 발루아는 1931년 빅웰스발레단을 창단하였고 이 발레단은 결국 1956년에 로열발레단으로 전격 격상되었다. 로열발레단은 명실공히 영국 최고 발레단이자 무용단이다. 또 한 사람 마리 램버트가 1926년 창단한 램버트발레단은 1987년부터 램버트무용단으로 개명해서 컨템퍼러리댄스까지 아우르는 활동을 강화해왔다. 두 사람 다 발레뤼스(1929년 해체)와 인연이 깊었는데, 발루아는 발레뤼스의 단원으로 몇 활동했고, 램버트는 니진스키에게 음악 리듬을 가르치기 위해 활동한 바 있다. 두 사람이 각자 발레뤼스와 맺은 인연과 그후 활동이 없었더라면 영국 발레의 오늘은 또 어떠하였을지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램버트무용단은 창설 100주년을 맞아 이번 6월부터 10월 초까지 유럽 순회 공연을 갖는다. “This is Rambert”란 표제가 붙은 이번 공연에서는 무용단의 과거 공연작을 재현하지 않고 미래를 전망하는 다음의 3작품이 올려졌다. (LA)HORDE의 〈Hop(e)storm〉, 엠마 이블린의 〈Gallery of Consequence〉(결말의 전시장), 보비 제인 스미스와 오르 슈라이버의 〈In Crim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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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storm by LAHORDE ⓒHugo-Glendinning |
무용단의 소개에 따르면, 〈Hop(e)storm〉은 춤을 저항, 리듬, 그리고 회복력의 촉매제로 상정해서 린디홉의 경쾌한 스윙과 현대 레이브 문화의 강렬한 에너지를 융합하여 권력, 평등, 그리고 연결이라는 주제들에 대한 강력한 신체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결망의 전시장〉은 공항이라는 사이 공간이 우리를 규정하는 선택을 은유하면서 모든 게이트가 미닫이문이 되고, 모든 움직임이 결과의 파생물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In Crimson〉은 보이는 것과 숨겨진 것 사이를 오가며, 무대 앞쪽에서 막 뒤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에서부터 은밀하게 감도는 것까지 넘나들고 관객을 그 중간 공간으로 이끌어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공연을 두고서 가디언의 리뷰는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램버트발레단은 지난 세기 동안 카멜레온처럼 변화를 거듭하며 평판이 좋고 믿을 수 있으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현 예술감독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고,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발레단이 결코 낡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한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jun/11/this-is-rambert-review-100th-birthday-dance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창작된 세 작품 모두에서 끊임없는 움직임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중 최고는 〈Hop(e)storm〉이다.” 〈Hop(e)storm〉은 “1930년대 린디홉을 분철(分綴)하고 레이브풍으로 바꿔친 후 하드코어 비트에 맞춰 공연한다. 마치 유튜브에서 여러 클립을 편집하고 새로운 배경 음악을 입히는 것처럼 익숙한 구성 요소들을 놀랍도록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킨다. 정말 영리한 작품이다.” 〈인 크림슨〉은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여실히 보여준다. 움직임은 고무처럼 유연한 몸짓과 폭발적인 표현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변주하고, 편안한 리듬에 안주하지 않는다. 붉은 벨벳 커튼 앞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무대 크기를 크게 줄여 마치 실내악처럼 느껴지게 한다. 강렬한 감정을 표현할 때조차도, 그 모든 것이 세련되고 아름다워 눈을 즐겁게 한다.” 〈결말의 전시장〉은 “공항처럼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모호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관객은 연인들의 갈등, 편집증적인 공황 발작, 수다스러운 항공사 직원들 등 다양한 상황을 대면하고,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소지하여 미지의 어딘가로 향하는 여행객들, 대기 구역에 갇혔으되 일순간 뛰쳐나갈 기세인 사람들의 안달이 나되 정지된 듯한 움직임도 목격된다. (알아볼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의) 사라지는 이런 스냅샷들이 아무 감흥도 없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환기되며, 그걸 환기하는 무대는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은 채 새 틀을 전망하는 램버트무용단의 이번 이벤트에 대해 가디언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들 공연이 말해주는 것은 빠르게 움직이되, 모든 것을 파괴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새 안무를 계속 의뢰하고 뛰어난 무용수들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다. 훌륭한 것은 이 점이며, 비록 모든 공연이 진정으로 전율을 던진 것은 아니고 새 작품에는 그만한 위험도 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그들이 여전히 춤추기를….”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