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표지공연_ 몽펠리에 댄스페스티벌(2) 안무가가 본 몽펠리에와 마르세유의 춤
예술감독의 총애를 받는 안무가들
이선아_재불 안무가
 매년 6월, 7월이면 유럽의 무용관계자들은 프랑스 남부로 모여든다. 몽펠리에 당스(Montpellier Danse), 아비뇽 축제 그리고 페스티벌 마르세유 때문이다. 대개 이 맘 때 남부의 날씨는 파리보다 뜨겁다. 올해도 예외 없이 무척 뜨거웠지만, 습하지 않고 쾌청해서 축제를 즐기기에 좋은 날씨였다.
 몽펠리에 당스(몽펠리에 댄스페스티벌)는 올해 37회째로 프랑스 무용축제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7일까지 모두 21개의 공연이 소개됐다. 부대행사로는 매일 아침11시 초청 안무가의 컨퍼런스가 있었고, 오후에는 머스 커닝험 등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 영상이 무료로 상영됐다.
 몽펠리에는 도시 자체가 매력적이고 몽펠리에 당스 공연 프로그램도 꽤 흥미로워 방문 자체가 설레는 곳 중 하나였다. 축제에 참가하는 안무가들은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방향과 선호도에 따라 선정된다. 그래서 몽펠리에 당스를 몇 해 연속 방문하다 보면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선호하는 안무가가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몽펠리에 댄스페스티벌 예술감독인 쟝 폴 몬타나리(Jean-Paul Montanari)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안무가들은 누구일까? 

 



 앙쥴랭 프렐죠카쥬 (Angelin Preljocaj)

 앙쥴랭 프렐죠카쥬는 뉴욕시티발레단의 초대 안무가로 2번 초대된 적이 있다. 1997년 처음 발레단에 초대됐을 때 만든 작품이 〈La Stravaganza〉이다. 비발디 음악에 맞춰 만든 작품으로 발레 테크닉을 많이 활용한 클래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발레단 레퍼토리로 여러 차례 공연됐다. 2013년, 두 번째 초대되었을 때 무용수들은 이미 프렐죠카쥬 무용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클래식한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되 존 케이지 음악을 사용해 컨템포러리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그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은 〈Spectral Evidence〉이다. 이번 몽펠리에 당스를 통해 앙쥴랭 프렐죠카쥬는 뉴욕시티발레단을 위해 만들었던 2개의 작품을 자신의 무용단에게 전수해 발표했다. 

 



 엠마누엘 갓과 리옹오페라발레단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엠마누엘 갓은 몽펠리에 당스의 단골 초청 안무가다. 예술감독 쟝 폴 몬타나리는 엠마누엘 갓을 안무가로서 많이 아끼는 것 같다. 엠마누엘 갓 역시 쟝 폴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하다. 이번 신작의 부제가 “폴을 위하여(for Jean-Paul)”다. 몽펠리에 당스를 위해, 쟝 폴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 〈TENWORKS〉는 이번 공연 이후 재공연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작품은 10분짜리 짧은 작품 열 개를 담고 있다. 엠마누엘 갓 무용단 무용수 10명과 리옹오페라발레단 무용수 10명이 함께 작업하고 출연했다.




 마틸드 모니에 & 알란 파울스

 마틸드 모니에는 현재 CND(국립무용센터) 예술감독이다. 이번 작품 〈El Baile〉은 마틸드 모니에가 2014년 CND 예술감독이 된 이후 처음 만든 작품이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신작이기도 하고, CND 예술감독이 안무가 활동을 해도 되느냐는 등 마틸드 모니에를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이 작품은 초연을 하기도 전에 유럽에 많은 투어가 잡혔다. 나는 이 작품을 보지는 못했는데, 들리는 평이 꽤 긍정적이다. 이 작품은 영화 르발(Le val)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며, 아르헨티나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했다. 기회가 된다면 유투브에서 “Le val”을 검색해 보길 바란다.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춤들을 시대별로 재밌게 담아낸 영화다. 비메오에 여러 영상이 올라와 있고, 짧은 영상만 봐도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https://vimeo.com/208490110)

 

 


 샤론 에얄 & 가이 베하르

 이스라엘에서 유명하다는 안무가의 샤론 에얄의 이름이 프랑스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샤론 에얄은 작년 몽펠리에 당스에 초대됐는데, 관객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예술감독 쟝 폴은 올해도 그녀에게 기회를 줬다. 작년 공연 이후 몽펠리에 팬을 확보한 그녀의 공연은, 이번 몽펠리에 당스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매진을 기록했다. 티켓을 구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몽펠리에에 사는 시민들이라고 한다. 일반 관객을 사로잡은 그녀의 비결은 뭘까?
 샤론 에얄의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채워졌다. 무대미술도 없고, 간단하면서도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조명만 있을 뿐.
 샤론 에얄은 오랫동안 바체바무용단에서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했다. 이번에 공동작업한 Gai Behar역시 바체바무용단에서 음악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샤론 에얄의 공연을 보면서 움직임과 음악에서 바체바무용단과 호펙쉬셱터무용단이 떠올랐다(호펙쉬 셱터 역시 바체바무용단에서 활동했던 무용수다). 샤론 에얄의 작품 색깔이 워낙 강하기에 그녀의 작품이 어떤 단체와 비슷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바체바의 뿌리와 그 영향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용수들이 밝은 회색 레오타드 또는 몸에 붙는 검은 바지를 입어 몸의 선이 잘 보였다. 샤론 에얄의 작품 색깔은 많이 어둡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건드리고 들추는 느낌이다. 몸이 어떻게 저렇게 넘어갈까 싶을 만큼 등을 과도하게 넘기거나, 뒤틀리고 그리고 괴로워 몸부림친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비트가 강하다. 무용수들이 등을 살짝 구부정하게 하고는 음악에 맞춰 클러빙 느낌의 춤을 춘다. 바체바 단체의 뿌리가 느껴지는 몸짓이다.
 샤론 에얄은 오로지 움직임으로만 말한다. 움직임이 주는 시각적인 충격과 작품의 전체적인 에너지가 관객을 압도시켜 버린다. 6명의 무용수들은 처음에 한 명씩 한 명씩 등장해 공연이 끝날 때까지 퇴장이 없다. 쉬워 보이는 동작 하나 없이 한 시간 내내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의 체력과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최근 프랑스 《Danser Canal Historique》에 실린 샤론 에얄의 인터뷰가 있어 질문 몇개를 골라봤다. (www.dansercanalhistorique.fr)

무용수들과 어떻게 작업하시죠(테크닉, 감정, 정신적인 부분)?
"저는 테크닉, 감정, 정신적인(mental)부분이 다 같다고 봅니다."

무용수는 어떻게 뽑으시나요?
"순수함, 극도의 테크닉, 각자의 아름다운 개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독특함입니다. 사람 각자가 갖고 있는 순수함, 그 순수한 열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2013년에 단체 L-E-V를 설립했습니다. 2011년, 2012년에 바체바, 독일, 스웨덴 등 다양한 단체들과 작업하셨는데요. 자신의 단체와 다른 무용단에 초대 안무가로 가서 작업할 때의 방식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같습니다.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구요. 제가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줍니다."



 Festival Marseille에서 만난 안무가 조르쥬 아뻭스(Georges Appaix)


 몽펠리에 당스 마지막 날, 마르세유로 이동했다. 마르세유 역시 축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마르세유는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 축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용 축제인 몽펠리에 당스와 달리 페스티벌 마르세유는 복합장르 축제다. 무용, 연극, 콘서트, 영화, 설치 등 장르가 다양했다.
 3일간 머물면서 무용 작품 두개와 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그룹의 야외 콘서트를 봤다. 관람한 두 개의 무용 작품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무용 작품이지만, 연극을 보는 것도 같고, 노래도 부르고, 비디오도 나오고 그리고 무대 위 세트도 많다.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복합장르처럼 무용 작품에서도 페스티벌의 성향이 느껴졌다.
 조르쥬 아뻭스(Georges Appaix)는 1953년 마르세유 출신 안무가다. 〈What do you think?〉는 축제를 통해 발표하는 그의 신작이다. 춤도 추고, 대사도 많고, 무대 셋트도 많았다.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니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흥미로웠다.




 사실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안무가 때문이었다. 관객들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흥얼거리기도 하고 가볍게 춤을 추기도 한다. 때로는 마치 스탭처럼 적재적소에 소품들을 준비해 주기도 하고 설치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며 활개 치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안무가의 자연스러운 모든 행동들은 마치 공연의 한 부분으로 보였고 신선했다. 사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는 안무가의 모습은 무용수들의 공연이 다 끝나면 마지막에 무대 중앙에 등장해서 가장 큰 박수를 받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의 안무가는 무대 위의 어떤 무용수보다도 빛나는 출연자였다.
 때로는 공연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축제를 통해 다양한 안무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주는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2017. 0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