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독일 뒤셀도르프 현지 스케치_ 탄츠 메세(Tanz Messe)
양적 팽창, 질적 저하
김윤정_재독 안무가

 격년제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댄스마켓인 제11회 탄츠 메세(Tanz Messe)가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열렸다. 2014년부터 이전의 카요 낼래스에서 펠릭스 뷔텍으로 감독이 바뀌면서 올해는 확실히 달라진 양상들이 보이는 듯 했다.
 25개국에서 온 50개 컴퍼니와 1600 여명의 공연 관계자들이 참석한 올해 탄츠 메세는 포커스를 미국·아프리카·아시아·유럽의 인터내셔널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향후 코오퍼레이션 협력자들을 서로 찾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에 두었다고 한다. 또한 컨템포러리댄스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설치 퍼포먼스·연극, 그리고 아동극 춤까지 아울러,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공연관계자들의 입맛에 골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공연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티토크도 많았고 올해 유난히 많은 스튜디오 쇼케이스 공연까지, 프로그램이 양적으로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려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완성되어 투어를 원하는 공연들은 세 개의 도시 (뒤셀도르프·크레펠트·레버쿠젠)에 위치한 여러 극장에서 공연되고 아이디어가 아직 발전 중에 있거나 기획자를 찾거나 다른 의미의 파트너를 찾고 있는 작품들은 스튜디오에서 조금 자유로운 형식으로 보여주고, 공연이 끝나면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관객들의 반응을 참고할 수 있도록 토론하는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 개의 도시의 여러 극장과 또 여섯 개의 스튜디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다섯 개, 여섯 개의 공연들이 그것도 대부분 일회 공연이었기에 같은 시간에 한 가지 이상은 볼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야말로 미리 작품의 콘셉트를 읽어보거나 부스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사전에 충분히 리서치해서 어떤 경향의 공연을 보고 어느 쪽 사람들을 만날 건지 계획을 세워야 했다.
 물론 셔틀버스들이 공연장을 잇고 다른 도시를 오고가고 했음에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자유롭게 공연을 둘러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처음 탄츠메세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이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다양하게 공연 프로그램을 짰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여러 작품을 두루 보고 싶어 하는 기획자들에겐 다소 난감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이었다.
 부스 전시장에서도 그동안의 무용 컴퍼니 위주의 배치에서 달라진 모습이 있다면 올해는 무용에 관련된 주변 다른 업체들의 전시가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수조명 업체, 무용슈즈, 세트 또는 소품 제작 업체, 댄스플로어 업체, 무용 슈즈 업체, 카메라, 연습실 대여 업체까지 다양한 공연 관련 업체들의 부스도 함께 마련되었다.

 

 




 편차 컸던 출품작 스케치

 한국에서는 전미숙 무용단의 〈바우〉와 이재영 안무의 〈레스트〉라는 작품이 초청되어 각각 레버쿠젠 포룸과 탄츠하우스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그리고 한국 중국 싱가폴 홍콩에서 온 네 명 발표자들에 의한 미래의 아시아 춤시장의 발전과 역할에 관한 티토크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최상철이 참여하여 우리나라 공연계의 주요 페스티벌인 SPAF, SIDance, Modafe가 어떻게 진행되고 운영되고 있는지 역사적으로 어떤 전통성이 있는지에 관해 발표했다.
 부스전시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참가하여 사전에 선정된 한국무용단을 홍보하는 부스가 마련되었고, SIDance 예술감독 이종호, 안무가 안성수, 무용평론가 문애령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탄츠메세 기간 동안 필자가 본 몇 개의 공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날 오프닝식 이후 같은 시간대에 다섯 개의 공연이 있었는데 필자는 레이문트 호게의 〈송 훠 다카시〉를 선택했다. 1980년대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드라마 트루기로 있었으며 그 후 댄서로 연기자로도 활약했고, 미디어 방송에서 자신이 활동했던 셀프 다큐를 책으로 쓰고 자신의 연극기법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던 그는 독일 정부로부터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안무가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타고난 장애로 인한 자신의 역사와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 몸과 싸울 수밖에 없었고 그런 특수상황에서 영감을 받고 현실세계와 연결된 작업을 한다고 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경우는 아름다움의 상황에서 영감을 받을 수 없기에 극한 상황으로 내던져서 자신의 미학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송 훠 다카시〉는 호게와 일본 무용수의 협력 작품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스페인 대중음악들이 흐르면서 호게는 등퇴장을 반복하며 일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댄서 다카시는 음악은 과거로 돌아가지만 다카시 자신의 세계 안에 충실한 현재형의 춤을 춘다. 호게는 다케시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면서 꽃들을 꽂아주고 바닥에 뿌리기도 하고 마대로 무대를 닦고 다니기도 한다.
 그동안 호게의 작품을 보면서 늘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장애적인 몸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특별한 미학과 철학적 콘셉트를 느끼기에는 특별한 울림과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기적적인 삶이 이 시대를 반영하고 특히 독일사회의 모습을 닮아 있거나 이시대가 무언가 보상하고픈 대상에 적절한 인물일수는 있겠으나 피나 바우쉬 공연 속에서 흔히 봐왔던 오브제들이나 또는 익숙한 옛날 대중음악 그리고 단순한 움직임들의 반복에서, 어떤 예술적 감동으로 이어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무대라는 것이 과연 철학적으로 읽혀져야 하고 그 작가의 역사를 공부하고 연결해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장르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한다. 글로 읽어보는 그의 이야기는 분명 어떤 의미와 미학적 철학이 있음에도 말이다.

 

 



 탄츠하우스 소극장에서는 세 개의 듀엣 공연이 있었다. 그중 첫 번째 작품인 벨기에 무용단 시에무스 본테의 〈바이스 베르사〉는 여성 안무가들의 듀엣으로 그녀들만의 개성과 질감이 느껴지는 동작들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 여성댄서가 사각조명 안에서 단순하고 섹시하기까지 한 몸짓으로 시작을 한다. 묘한 표정과 몸짓들이 점차적으로 음악의 리듬을 타고 고조되는 과정이 두 여자의 신체가 하나로 녹아들었다가 분리되었다하는 듯 했고 그 사이 섬세한 두 여자의 감정들이 표현되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편견 질투 폭력 같은 것들에 밑바닥을 표현하는 듯 했고, 두개의 몸이 폭력에 대항해서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동시에 몸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런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한 표현이 긴장과 고조를 통해 끝까지 추상적인 무브먼트로 심오한 주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꽤 인상적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나머지 두개의 작품 독일 코레오프로젝트의 〈트라이 츠바이〉와 룩셈부르크 레아 티라브소의 〈러브미텐더〉는 남녀의 사랑을 모티브로 한 공연 이었는데 사랑과 관계 그리고 남녀 사의의 거리에 관한 너무 평이하고 뻔한 전개로 조금은 진부한 작품들이었다.

 

 



 탄츠하우스 건너편에 엄청난 규모의 창고를 설치와 퍼포먼스로 채운 앤지히젤프로덕션의 〈아이디 클래쉬〉는 독일 퀼른에서 활동하는 앤지 히젤과 로랑 카이저의 협업 작품으로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계의 트랜스젠더들을 등장 시켜 제삼의 성애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쳤다.
 여러 개의 독립된 듯 연결된 듯한 설치들은 퍼포머 트랜스젠더들의 무대가 된다. 관객은 자유롭게 설치 사이를 걸어다니며 각자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다양한 의상의 퍼포머들 사이를 오가며 볼 수 있게 했다. 여성스런 의상에서부터 캐주얼한 차림, 또는 방글라데시 민속의상의 퍼포머들은 어떻게 봐도 출연진 모두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연출가는 남성 여성이라는 성보다 중요시되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한다. 인간은 원래 이성적이기 전에 본능적인 것에 충실하고 본능에 의해 인간의 조건이 정착되는데, 몸을(성) 잘못 타고 태어난 제삼의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과거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여러 인종의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설치와 다른 형태의 퍼포먼스로 펼쳐졌다.
 투명하고 맑은 유리로 지어진 집 같기도 하고, 방 같기도 한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든지, 칠판에 자기는 과거 세 아이들의 아버지였고 비지니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가장이었고 몇 년 전부터 자신의 본성을 찾아 여자가 된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든지, 또 누군가는 풍만한 가슴의 여성적인 몸으로 남자의 성기를 그대로 노출한 채 알몸으로 샤워를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는 어떤 이질감이 들었는데 남성, 여성으로서의 신체 이미지가 각인된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이리라. 제 삼의 성을 가지고 있는 그들도 분명히 자연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족으로 소수족을 보는 어쩔 수 없는 편견을 떠올리며 서성이게 한 작품이었다.

 

 



 포럼 레버쿠젠에서 공연된 전미숙 무용단의 〈바우〉는 예의 바르고 인사 잘하는 우리 아시아적인 문화를 밀도 있는 움직임과 구성으로 조용하지만 힘있게 풀어나갔다. 한국적인 느낌의 정서지만 세련된 리듬의 음악과 함께 동양
에서만 유독 볼 수있는 존중과 예의 인사법을 모티브로 한 표현적 움직임은 관객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중간 중간 적절한 타임에 변화를 주는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부채의 소품 사용도 우리의 동양적 정서와 연결 되면서도 정적인 움직임을 풍부한 이미지로 효과를 극대화 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 소리에서 작품이 어떻게 전달되고 그들이 느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전미숙무용단의 공연이후 인터미션이 있고 바로 스페인 로야스 로드리게즈컴퍼니 의 〈티타늄〉이 공연되었다. 아홉 명의 남자 무용수들과 라이브 뮤직으로 플라멩코 힙합 브레이크댄스를 접목해서 스트릿 댄스의 배틀로 풀어, 도시적이고 임팩트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전체적으로 라이브 음악과 조명의 화려함과 힘이 넘치는 남자 무용수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너무 같은 힘으로 펼쳐져 오히려 집중력을 잃게 하고 각각 춤의 질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마지막 날에는 뒤셀도르프에서만 같은 시간대에 다섯 개의 공연이 있었다. 그중에 탄츠하우스에서 있었던 미국 리사르더컴퍼니의 〈... 앤드 로즈〉 안무자는 이스라엘 인으로 이스라엘에서 군대에 다녀온 뒤 군 생활 속에 느꼈던 것들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여자도 군대를 가야하는 특수한 상황에 관한 이야기들과 우리가 총과 무기를 들었을 때 그것들이 갖는 의미에 관한 것이라고 하는데 너무 일차원적인 표현들이었다. 기승전결의 어떤 맥락도 없이 무기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강하게 움직이는 세 명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선 이런 소재나 주제를 느낄 수 없었고 그런 이야기를 너무 들이대듯이 표현하고 있어 거북하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2016년 탄츠메세는 전 세계에서 무용가 또는 공연 관계자들이 대륙을 넘어 만남을 갖고 토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양적인 팽창 속에 프로페셔널리즘적 공연 선정 기준의 방향성이 좀 더 확실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적인 아이디얼리즘과 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되기 위한 현실적 아이디얼리즘의 간극도 존재했다.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현실화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후의 탄츠메세에게 던져진 과제임이 분명하다. 

2016.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