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스페인 현지취재_ 2021 MASDANZA
축제 통한 무용예술 확장의 모범사례
장광열_춤비평가

그랑 카나리아(Gran Canaria)는 스페인의 북대서양 카나리아 제도의 7개 섬 가운데 하나이다. 그랑 카나리아의 주 도심인 라스 팔마스 데 그랑 카나리아(Las Palmas de Gran Canaria)에서 개최되는 마스단사(MASDANZA)는 카나리 지역의 컨템퍼러리댄스 페스티벌로, 초청장에 명시된 축제의 정식 명칭은 ‘International Contemporary Dance Festival of the Canary Islands, 26 MASDANZA’이다.
 그러나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안무경연대회로 인해 마스단사는 국제 춤 시장에서 컨템퍼러리댄스를 통한 국제교류의 중요한 정거장으로 부상했다. 1996년 이 지역 출신 무용가 나탈리아 메디나(Natalia Medina)가 시작한 축제는 올해로 26회째를 맞았다.
 2018년 이 축제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었던 나는 지난해 다시 참여를 제안 받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정중히 거절했었다. 올해 다시 초청장을 받고 심사위원으로서의 역할 외에도 교류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위해 참여를 결정했다. 백신접종 확산과 with 코로나로 인해 닫혀 있던 무용 국제교류의 물꼬가 조금씩 트이고 있는 흐름도 한몫 했다.




스페인의 그랑 카나리아(Gran Canaria)에서 개최되는 컨템퍼러리댄스 페스티벌 마스단사(MASDANZA)




 올해 마스단사는 10월 8일 개막, 10월 23일까지 개최되었다. 라스팔마스의 해변과 시내 광장에서의 야외공연, 브레이크 댄스 경연,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댄스, 그랑 카나리아 무용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오픈 스페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 중 안무 경연대회는 축제의 중심이다.
 10월 20일부터 3일 동안은 2개 부문(솔로 부문과 안무 부문)에 걸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본선에 진출한 18명의 안무가들의 경연이 펼쳐졌다. 334개의 신청 작품 중 18개를 선정한 만큼 본선 진출 경쟁률은 20대 1에 가깝다. 작품 중에는 각 부문에 1명씩 대한민국 안무가들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마스단사 경연 참가작




 경연은 3일에 걸쳐 각 부문의 3개 작품씩 하루에 6개 작품이 공연되었다. 나를 포함한 5명의 심의위원들은 당일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작품에 대한 촌평을 이어갔고, 마지막 날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각 부문에 걸쳐 1~3위와 베스트 퍼포머 상 등 모두 8개 부문의 수상자들을 결정했다. 관객들이 뽑은 각 부문의 관객상 2개를 합쳐 최종 시상은 10개 부문에 걸쳐 시행되었고 각 수상자들에게는 최고 6,000유로 ~ 최저 1,500유로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경연 참가작들은 몇몇 작품의 경우 다소 편차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평균점을 상회했고, 컨템퍼러리댄스로서의 확장성도 엿보였다. 실험적이고 작품을 풀어내는 아이디어 면에서 파격적인 작품은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다양한 소재, 댄서들의 개성과 춤의 질, 움직임 조합, 2인무에서의 앙상블 등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적지 않았다.
 솔로 부문 1위를 차지한 〈CONTINUUM〉은 댄서가 안무가의 작품을 빛낸 케이스였다. 안무가 Niosbel Osmar González Rubio(쿠바)는 무대 바닥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죽음과 생명의 경계를 절제된 움직임과 순간순간 임팩트 있는 이미지로 배열했고, 무용수 Julio León Torres는 유연한 움직임과 명징한 표현력으로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몰입시켰다.
 안무 부문 1위를 차지한 〈DIVERGENCE〉(안무 Chien-Chih Chang)는 체스판 위의 말처럼 두 명의 댄서들이 시종 넓은 무대를 최대한 사용하며 유사한 패턴으로 움직임을 확장시켜 갔다. 타이완 두 무용수의 경쟁적인 대결구도는 컨택을 통해 만들어지는 몸의 진폭만큼이나 리얼하고 선명했다.
 안무 부문 2위를 차지한 육난희 안무의 〈TALK ABOUT DEATH〉는 NDA의 2019년 마스단사 참가작 선정을 위한 프로그램에 출품되어 입상한 작품으로 본선 경연에 바로 진출한 케이스였다. 초연 때 보다 작품의 완성도는 훨씬 높아져 있었다. 작은 백색 테이블을 활용한 육난희와 박설윤의 움직임 매칭과 파트너십이 만들어내는 앙상블, 무대 위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가 주는 이미지는 그 잔향이 짧지 않았다.
 솔로 부문에 진출한 양병현의 〈FLOWER HEART〉는 시들어가는 몸과 화복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반부 유연한 팔 동작을 동반한 상체를 활용한 절제된 움직임과 후반부 점프를 곁들인 다소 동적인 움직임을 대비시킨 양병현의 춤은 감성적이면서도 따뜻한 휴머니티가 묻어났다. 몇몇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2023년 헝가리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고, 더블린 페스티벌의 예술감독도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국제 무용 축제의 예술감독, 프로듀서, 안무가 등으로 구성된 5개국 심사위원들의 컨템퍼러리 댄스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다른 관점 역시 비평가로서 나에게는 배울 점이 있었다.




Chien-Chih Chang 〈DIVERGENCE〉



육난희 〈TALK ABOUT DEATH〉



양병현 〈FLOWER HEART〉




 MASDANZA는 축제 기간 중 솔로 및 안무 경연대회를 공식 섹션에서 선보이는 것 외에도 MASDANZA HAUNDS, MASDANZA CINEMA, CULTURAL BREAKS, OPEN SPACE, WORKSHOP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0월 19일 밤 라스 팔마스의 SANTA ANA 광장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공연된 OPEN SPACE에서 본 스페인 5개 단체의 야외공연도 그 다채로움만큼이나 젊은 안무가들의 열기가 만만치 않았다.




마스단사 야외공연



마스단사 야외공연_ 브레이킹댄스





마스단사 해변공연




 마스단사는 공식 축제가 끝난 후에는 후속 프로그램으로 안무 경연대회 본선 진출자들을 선별하여 카나리아군도의 여러 섬들을 경유하는 공연 프로그램인 Extensions Tour도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두 명 안무가도 올해 이 투어에 참여했다.
 주로 해외 단체들이 참가하는 이 투어 프로그램은 축제를 통해 타 지역의 주민들에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연 감상 기회를 부여하는 축제를 통한 공공성의 실현이란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막대한 국고 지원을 받으면서 치러지는 크고 오랜 된 무용 축제들 대부분이 해외 초청단체들의 공연을 개최 도시 한군데서만 공연하고 돌려보내는 우를 되풀이하고 있다. 평자가 참가했던 멕시코나 베네수엘라의 국제 무용축제에서도 해외에서 초청한 단체의 경우 축제 전후에 메인 개최 도시 이외의 타 지역을 순방하는 공연 프로그램과 렉처 & 데몬스트레이션 등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다. 마스단사는 또한 안무경연대회에 입상한 아티스트들 중에서 선별, 이듬해 그랑 카나리아에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청한다. 초청된 아티스트들은 3주 동안 머물면서 워크숍과 함께 새 작품을 안무할 기회를 갖는다. 그랑 카나리아 지역의 컨템퍼러리댄스의 발전을 위한 후속 조치이자 축제를 통해 맺은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교류 프로그램인 셈이다.




마스단사 개최 극장 Theatro Perez Galdos




 3년 만에 찾은 마스단사는 많이 변해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연 장소였다. 도시 외곽에서 개최되던 200석 규모의 메인 극장은 메인 타운인 1천석 규모의 그랑 카나리아 군도 최고의 극장(Theatro Perez Galdos)으로 진입했고, 모든 경연 참가자들과 심의위원 등은 4성급 호텔에 머물렀다. 안무 경연대회 참가자들에게도 항공료와 숙박 등이 지원되었다.
 축제는 지난해 예산이 25%나 감소되어 위기를 맞았으나 올해는 달랐다. 올해 축제 예산은 48만 유로(한화 약 5억7천만원). 지난해 15만8천유에 비하면 세배 이상 증가한 액수이다. 예술감독인 나탈리아 메디나는 “발로 뛰었다. 축제의 분명한 목표와 그동안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귀띔했다.
 경연대회가 열린 멋진 극장과 아티스트를 배려하는 운영과 함께 마스단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컨템퍼러리 댄스를 관객들과 함께 소통시키려는 축제의 분명한 미션과 노력이다. 또한 많은 프로그램과 적지 않은 경연 참가자들의 일정을 안내하고 운영하는 사무국 스태프들의 행정력과 조직력은 탄탄했다. 30명 축제 스태프들은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었고 자원봉사자까지 축제 운영은 프로페셔널했다.
 마스단사가 2019년 1월 유럽연합(EU) 주도로 유럽축제협회(EFFE Quality Label)로부터 지원을 받아 유럽무용축제 최우수상 후보에 오른 것 역시 이 같은 차별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탈리아 메디나(Natalia Medina) 마스단사 예술감독




 마스단사의 설립자이기도 한 나탈리아 메디나는 라스 팔마스 데 그랑 카나리아 대학교에서 체육교육 학위를, 마드리드 국왕 후안 카를로스 대학교에서 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단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컨템퍼러리댄스 관객 확대를 위해 고안된 프로젝트인 ‘ACROSS HIP-HOP LAS PALMAS DE GRAN CANARIA’의 감독도 맡고 있다.
 나탈리아 메디나는 “MASDANZA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컨템퍼러리댄스를 카나리아 제도의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현지, 국내 및 해외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런칭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라며 “축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다양한 집단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종류의 관객들에게 춤을 선보임으로써 카나리아 제도의 문화유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스단사 극장 밖의 모습




 마스단사로 인해 7개 섬으로 구성된 카나리아 제도의 컨템퍼러리 댄스는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국제 컨템퍼러리댄스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10명의 수상자들 중 4명이 스페인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이며, 처음으로 쿠바와 멕시코의 안무가들도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마스단사가 컨템퍼러리댄스를 참여, 통합, 관용, 다양성 등의 사회적 목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으며, 춤을 통해 만남, 발견, 교류, 공존을 실행하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축제가 일회성 행사로서 끝나고 되풀이 것이 아니라, 무용 전공인들과 관계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관객과 시민, 그리고 전문가 모두에게 유익하고 유효한 장(場)이 되고 있었다.




마스단사 시상식





마스단사 장광열 심사위원




2021 MASDANZA 수상결과

- The Acorán Award: CUANDO SOMOS (Barcelona, Spain) Created and Performed by: Carla Cervantes Caro & Sandra Egido Ibañez
- Best Performer: Paloma Hurtado (Santa Cruz de Tenerife, Spain) INA.0 Created and Performed by: Daniel Morales & Paloma Hurtado
- Solo Audience Award: TIME-X (Madrid, Spain) Created by: Eduardo Vallejo / Perfomed by: Michela Lanteri
- Choreography Audience Award: CUANDO SOMOS (Barcelona, Spain) Created and Performed by: Carla Cervantes Caro & Sandra Egido Ibañez

CHOREOGRAPHY CONTEST
- First Prize: DIVERGENCE (New Taipei City, Taiwán) Created by: Chien-Chih Chang / Performed by: Siang-Fu Zeng & Tse-An Lin
- Second Prize: TALK ABOUT DEATH (Seoul, South Korea) Created by: Nanhee Yook / Performed by: Nanhee Yook & Seol-yoon Park
- Third Prize: DELICIOUS OVERDOSE (Milan, Italy) Created and Performed by: Cristian Cucco & Alice Beatrice Carrino

SOLO CONTEST
- First Prize: CONTINUUM (Artemisa, Cuba) Created by: Niosbel Osmar González Rubio / Performed by: Julio León Torres
- Second Prize: CAER, CAER, CAER (Santa Cruz de Tenerife, Spain) Created and Performed by: Richard Mascherin
- Third Prize: LEGAXY XX (Berlin, Germany) Created and Performed by: Breeanne Saxton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 ​ ​ ​​​ ​ ​​

2021. 11.
사진제공_장광열, MASDANZA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