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CCDC(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는 올해로 창단 46주년을 맞은 홍콩의 국립현대무용단이다. CCDF(City Contemporary Dance Festival)은 CCDC가 중심이 되어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홍콩을 중심으로 인근 중국의 컨템포러리댄스를 중점 소개하는 일종의 댄스 플랫폼이다.
2017년 11월에 처음 시작한 CCDF는 3년에 한 번씩은 동아시아 댄스 플랫폼(East Asia Dance Platform)인 HOTPOT과 함께 개최하고 있다. 동아시아댄스플랫폼의 별칭인 HOTPOT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티컨템포러리댄스페스티벌(CCDF), 일본의 요코하마댄스컬렉션(Yokohama Dance Collection)이 매년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동아시아 3국의 무용 교류 플랫폼이다.
2023년 CCDF는 11월 11일부터 19일까지 열렸고, 이 기간 중인 17일부터 19일까지는 동아시아댄스플랫폼 프로그램으로 축제 일정을 꾸몄다. 필자는 international guest로 초청을 받았고 이번이 세 번째 CCDF 참가였다.
올해 홍콩 CCDF/HOTPOT에는 홍콩 CCDC의 개막공연 작품인 〈Stream of Dust〉를 시작으로 홍콩 포커스 4개 작품, 중국 6개 작품, 대한민국 5개 작품, 일본 2개 작품으로 구성된 17개의 메인 쇼케이스 공연이 Freespace(The Box), 홍콩문화중심극장(Studio Theater), Sheung Wan Civic Centre(Theater)에서 펼쳐졌고, 이밖에 ‘Open Studio’를 통한 12개가 넘는 피칭 세션, ‘무용공연에서의 드라마투르기를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이 3일 동안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밖에 international guest들을 위한 컴퍼니 댄스 스튜디오 및 지역 문화센터 방문, 극장 투어,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이 별도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다.
2017년 제1회 CCDF에서는 공식초청프로그램 5개와 홍콩 포커스 6개 등 모두 11개의 작품과 여기에 HOTPOT을 통해 한국·일본·중국·타이완의 18개 작품까지 6일 동안 모두 33개의 동아시아 안무가들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었었다. 당시 독일 탄츠메세, 북유럽댄스플랫폼, 프랑스 샤이오극장, 스페인 그렉축제 등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 아시아 등 각지에서 찾아온 무용 프로그래머 및 극장 관계자 등 1백여 명의 델리게이트들이 홍콩을 방문, 동아시아 무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었다. 2회째를 맞은 2019년 CCDF에서는 HOTPOT 프로그램이 빠진 데다 홍콩 시위 사태로 인해 2017년 전 출범 때의 세찬 열기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West Kowloon 문화특구 예술공원에 자리 잡은 새로 개관한 무용 연극 전용극장과 이를 중심으로 한 20여 개가 넘는 작품 공연, 50여 명 델리게티트들의 교류, 또한 46명이 참여한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미팅, 문화 특구 지구에 속속 건설되고 있는 문화예술 관련 시설 참관 등 주최 측의 공들인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었다. 올해는 유럽 호주 아시아권에서 50여 명의 게스트들이 홍콩을 찾았다. 인근 중국과 타이완, 마카오 극장 및 축제 관계자들의 교류와 18일 밤에 끝난 한국 안무가 김보라 정다슬 최소영의 작품들이 국내 공연 때보다 양질의 레퍼토리로 변한 것을지켜본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축제의 개막식은 11월 17일 오전, 2019년 6월에 개관한 무용 연극 전용공연장인 Freespace에 있는 2개의 무용 스튜디오 중 한 곳에서 펼쳐졌다. 2023년 CCDF의 감독이자 CCDC의 행정감독인 Cathy Lau의 사회로 열린 개막식에는 홍콩 무용계의 주요 인사들과 요코하마댄스콜렉션 오노 신지, 서울세계무용축제 이종호 예술감독을 포함 international guest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나의 예술 작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장소 특정 공연, 중국 민속무용을 토대로 한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연구 등 3일 동안에 걸쳐 12개가 넘는 피칭 세션이 진행되었다. ⓒ홍콩 CCDF |
무용에서의 드라마투르그를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 광경 ⓒ홍콩 CCDF |
international guest들을 위한 프로그램. 홍콩 댄스 컴퍼니 TS CREW의 스튜디오 탐방 워크숍을 마치고 ⓒ홍콩 CCDF |
지역 문화예술센터 탐방. 어린이 발레를 포함한 다양한 강습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홍콩 CCDFF |
극장 탐방 프로그램 시작 전에 경극 전용극장 앞에 모인 게스트들 ⓒ홍콩 CCDF |
축제의 개막작 〈Stream of Dust〉에는 CCDC에 소속된 10명의 댄서들과 홍콩퍼포밍아트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34명의 댄서가 출연했고, 공연은 60여 분 동안 이어졌다.
안무자인 Sang JiJia는 홍콩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2019년 페스티벌 때도 이탈리아 댄서들과 함께 2018년 Fabbrica Europa Festival에서 초연한 작품 〈Re-Mark〉를 홍콩 댄서들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새롭게 구성해 개막작으로 공연했었다.
〈Stream of Dust〉는 2019년 CCDF의 개막공연 때와 같은 공연장인 The Box에 올려졌다. 350석의 블랙박스 극장이지만 넓은 공간은 프로시니엄 무대로의 조합도 가능하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안무가는 당시에는 프로시니엄 무대로 사용했으나 올해는 이 극장을 블랙박스 형태로 바꾸어 활용했다. CCDC의 상주 안무가인 Sang JiJia의 안무 작품인 〈Re-Mark〉는 2019년 당시에는 멀티미디어 작업을 표방, 회색 톤의 무대와 큰 나무, 댄서들의 밀착된 몸이 만들어 내는 미장센이 간간히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주긴 했었지만 커다란 울림을 전해주지는 못했던 반면에 이번 작품은 달랐다.
안무가는 탁구공과 유사한 수천 개의 검정색 볼, 극장 천장에 설치된 위 아래로 움직이는 3개의 원형 철골 구조물, 그리고 볼을 담아 놓은 그물망을 댄서들의 완급조절이 동반된 2인무와 6인무, 수십명이 움직이는 군무 등과 기막히게 접목했다.
안무가는 볼을 던지고, 밟고, 바운드시키는 터치를 통해 40명이 넘는 댄서들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변주시켰다. 그는 춤에서 퍼포먼스로 바꾸는 기막힌 접점 찾기, 천장의 구조물과 무대 바닥의 굵은 밧줄을 적절히 활용, 60분 장편 작품을 한 편의 공연예술로 변환시키는 탁월한 연출감각을 선보였다.
무대 디자이너의 시각적 비주얼을 살려내는 상상력과 시노그라퍼로서의 탁월한 참의력(Leo Cheung), 그리고 댄서들의 앙상블 구축의 힘(CCDC 댄서들과 홍콩퍼포밍아트아카데미 댄서들은 3개월에 걸친 연습과 이후 공연 직전 열흘 동안의 리허설을 가졌다)도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천장이 높은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을 이처럼 잘 활용한 컨템포러리댄스 작업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이 작품은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드문 체험과 함께 60분 동안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변화무쌍함이 압권이었다.
CCDC의 〈Stream of Dust〉 공연 장면. 공연장으로 들어가기 전 로비에서 펼쳐진 퍼포먼스 ⓒCarmen SO |
필자는 2017년 홍콩, 2018년 서울, 2020년 2월 요코하마, 2022년 서울, 그리고 이번 2023년 홍콩까지 연속으로 HOTPOT 현장을 지켜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간 휴지기가 있었지만 HOTPOT이 동아시아의 춤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네트워킹 확대와 함께 레퍼토리 구축이라는 성과를 얻은 반면에, 세계 춤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란 측면에서는 그 한계가 있음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의 무용 강국들이 2년마다 댄스 플랫폼을 개최하는 데 비해 매해 개최되는 HOTPOT은 질 높은 작품의 선정에 분명히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마켓과 달리 플랫폼은 양질의 작품을 모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출품작들이 다 좋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수의 작품들은 평균점 이상을 훨씬 뛰어넘어야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번 플랫폼에서도 참가 작품들은 그 편차가 매우 컸다. 지금과 같은 편차가 계속 이어진다면 정말 HOTPOT은 이제 격년제 개최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될지도 모른다.
동아시아 3개국의 작품에서 벗어나 타이완 싱가폴 등 최근 컨템포러리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나라들의 작품도 메인 쇼케이스나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홍콩과 중국 안무가들 위주로 편성된 피칭 세션도 참가국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양질의 작품을 선별하고, 프로그램을 확장해 더 많은 아시아 안무가들을 포용하는 것은 HOTPOT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Bobo LAI 〈Boiling Bo〉 (중국) ⓒCarmen SO |
ZHANG Mie 〈Why does the moon come out at night?〉 (중국) ⓒCarmen SO |
Tani WONG 〈It’s not my body〉 (홍콩) |
김보라 〈유령학〉. 댄서들의 작품에 대한 집중력과 교감을 통한 에너지의 흐름을 물 흐르듯 몸에 담에 표출하는 자유로운 춤의 질감으로 호평을 받았다. ⓒCarmen SO |
정다슬 〈Quotation Dance〉. 댄서들의 뛰어난 순발력과 결합한 독특한 구조로 컨템포러리댄스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Carmen SO |
최소영 〈별양〉. 두 명 무용수의 컨택에 의한 움직인 확장과 탄탄한 앙상블이 돋보였다. ⓒCarmen SO |
Ikumi KOROSU 〈ZOU made from fume〉 (일본) ⓒCarmen SO |
3개의 공연장, 공연예술콤플렉스 안에 조성되고 있는 홍콩국립댄스하우스
2020년 CCDF에 참가했을 필자를 더욱 주목하게 한 것은 홍콩 정부가 구룡반도 서쪽의 바다를 매입해 그곳에 예술공원을 조성하고 박물관과 공연장 전시공간 등 대규모 문화시설을 개관했거나 건설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지역을 모두 문화특구로 지정해 차별화하고 이를 홍콩의 국가 이미지 고양을 위한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홍콩 정부의 문화정책이었다.
무용 연극 전용극장인 Free Space를 개관한데 이어 당시 3년 후 준공을 목표로 댄스 하우스가 건립되고 있었고, 이 역시 West Kowloon의 문화특구 안 예술공원 인근에 자리 잡고 있었다.
3개의 극장과 홍콩 국립 댄스하우스가 들어설 홍콩 공연예술 콤플렉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홍콩 CCDF |
건물의 오른편이 국립댄스하우스가 들어설 공간이다. 상주하게 될 무용컴퍼니의 전용 리허설룸을 포함 8개의 댄스 스튜디오와 무용 관련 공간이 조성된다. ⓒ홍콩 CCDF |
2019년에 개관한 무용 연극 전용 극장인 Free space. 350석의 가변형 무대와 2개의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홍콩 CCDF |
2021년에 개관한 희곡 중심극장인 Xiqu Cemter. 티하우스 극장 등 경극 전문 공연장이다. ⓒ홍콩 CCDF |
이번에 새롭게 확인한 것은 홍콩 국립 댄스하우스 건립이 공사 중 발생한 지반 문제로 그 완공이 2026년이나 2027년으로 미루어졌고, 공연예술 콤플렉스 안에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홍콩 국립 댄스하우스가 들어설 콤플렉스는 3개의 극장(270석, 630석,1450석)과 8개의 댄스 스튜디오, 상주 무용단체의 전용 리허설룸, 무용예술에 필요한 각종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홍콩은 이미 2019년 무용 연극 전용극장인 350석의 Free Space와 2021년 경극 전용극장인 Xiqu Center를 잇따라 개관했다.
홍콩의 무용가들들이 국립 무용 센터 건립을 요청하고 완공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는 일정이다. 무용 전용 극장 하나 없는 대한민국과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이는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무용예술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다는, 홍콩 정부의 확신이 가져온 결과이다.
장광열
1984년 이래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를 설립 〈Kore-A-Moves〉 〈서울 제주국제즉흥춤축제〉 〈한국을빛내는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위원, 호암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춤비평가, 한국춤정책연구소장으로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