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공연예술 전문가를 위한 연례행사인 IPAM이 7월 7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이종호 예술감독은 스페인의 유력지 '엘 문도(El Mundo)'(7월 7일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감독은 스페인과 한국이 지닌 비슷한 감수성을 언급하면서 세계무대 진출을 염두에 둔 양국 현대무용의 협력관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편집자 주)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의 창설자이자 예술감독인 이종호 씨가 제3회 IPAM(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Meeting)에 AC/E(스페인 문화 국제화 프로그램)의 후원을 받아 참가했다.
IPAM은 바르셀로나 그렉 페스티벌(Festival Grec)의 핵심 행사로, 세계 각국의 공연예술 전문가를 위한 연례행사로 위치를 다지고 있다. 금년 행사는 7월 7일부터 나흘간 계속되면서 국내외 최고의 공연들을 선보이는 행사가 될 것이다.
금년 프로그램은 예년에 비해 조금 다른 포맷을 취하고 있다. IPAM 셀렉션에서 게스트들은 2015년에 나온 훌륭한 작품들을 즐길 기회를 갖게 된다. 무용, 서커스, 연극, 음악극 등이 주로 공연되는데 그 테마에 있어서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무대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참석자들은 이 기간 그렉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뛰어난 공연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나흘 간의 IPAM 기간 이외에 공연되는 그렉 페스티벌의 또 다른 공연들도 참관이 가능하다. 게다가 IPAM에 참석한 극장 프로그래머와 예술감독들은 잘 선정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 공연들은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시즌에 공연 되었던 것들이다. 이는 카탈루냐 지역 프로페셔널들의 창조성을 잘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이 독특한 만남의 기간에 공연관람 뿐만 아니라 유명한 국제 공연전문가들의 공식/비공식 대화의 자리, 즉흥적인 교류와 예기치 않게 이루어지는 제휴와 연합 등 여름날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SIDance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이종호 씨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역시 AC/E가 제공하는 스페인 문화 국제화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IPAM에 참석했다. 이 감독은 CID-UNESCO(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이고 AAPAF(아시아태평양예술축제연맹)의 공동회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목소리는 이 분야에서 매우 권위가 있다.
이 감독은 “IPAM은 스페인, 특히 카탈루냐 공연예술의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행사”라고 말했다. “스페인 공연예술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은 서양인들에게는 충분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아요.” 그는 또 IPAM을 그렉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끼워 넣은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렉처럼 권위 있는 축제의 테두리 안에서 치러지는 IPAM은 단독으로 진행될 때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아 빛날 수 있습니다. 공연마켓을 영향력 있는 기존 축제의 범주 안에 넣어서 연계시키는 것은 언제라도 매우 좋은 전략입니다.”
이 감독이 스페인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부터 SIDance는 마스단사(Masdanza. 카나리아제도에서 열리는 안무경연대회)와 협력관계를 시작했다. 또 개별 안무가들을 포함하여 여러 행사, 축제, 기관과도 협력을 해왔다. “금년에도 한국의 무용가들이 스페인의 여러 행사에 참가했거나 할 예정입니다.” 그는 올해 한국의 무용가들이 아씨엘로아비에르토(Acieloabierto), 마드리드 프린지 페스티벌, 신생 축제인 토르레로도네스 축제, 마드리드 엔 단사, 그렉 페스티벌 등 여러 축제에 참가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SIDance에서 스페인 무용 특집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스페인 무용인들에게 한 마디 권유를 했다. "스페인 무용계, 특히 현대무용계가 국제진출을 염두에 두고 좀더 명확하고 강력한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에서는 플라멩코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플라멩코가 스페인의 유일한 창작 무용이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 감독은 한국의 코리아 헤럴드에 이어 연합뉴스에서 2009년까지 기자로 일했다. SIDance는 그가 1998년 창설한 것이다. 그러나 무용 분야에 대한 그의 경험은 80년 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그는 우연히 외국 무용잡지의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이후 직접 자신의 무용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SIDance 창설 이래 한국의 무용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관객들 사이에 현대무용에 대한 흥미가 생겨났고 국내 안무가들에게는 지적 자극이 주어졌으며 국제 무용계의 동향에 대한 관심도 한결 높아졌습니다.”라고 그는 전했다.
“오늘날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무용창작에 있어서 어느 정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달했다고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긴 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은 아직도 가령 피나 바우쉬 같은 상징적 인물이 없습니다. 창작계에 있어서 세계적인 인물이 아직 없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어떻게 하면 한국적 현대무용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겁니다. 한국과 서양의 무용 스타일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그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무용이 스페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대해 이 감독은 낙관적이다. “스페인이 유럽 국가이지만, 나는 스페인 사람들은 다른 유럽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봅니다. 무용에 있어서도 스페인 사람들은 다른 메소드를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역시 정체성이라는 테마에 대해 매우 깊은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두 나라 사람들은 삶과 우주에 대한 비슷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낍니다. 나는 이러한 양국 사람들의 인식을 ‘비극적 세계관’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공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페인과 한국의 관객들이 같은 작품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얼마든지 상상 가능한 일입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두 나라의 현대무용은 서로 비슷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무용계에서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는 두 나라의 공동작업을 위해서 다리를 놓아보자고 결론지었다. “서로 유사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 스페인어 기사 원문은 http://www.elcultural.com/noticiaimp.aspx?idnoticia=8034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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