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유럽 현지취재_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의 새로운 행보
스스로 자신의 틀을 깨는 진화
정다슬_<춤웹진> 유럽 통신원

 

 “춤이 오직 우리가 그것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부분만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이내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늘 안무 개념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노력한다. (If dance does only what we assume it can do, it will expire. I keep trying to test the limits of the concept of choreography.)”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의 말이다. 그가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또 다른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새롭고도 중대한 걸음을 내딛는다.

 



 만 65세의 윌리엄 포사이드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2005년 자신이 설립한 포사이드 컴퍼니를 만 10년째가 되는 올해 떠난다는 결정을 내렸고, 다음 시즌부터는 이탈리아 출신의 안무가 자코포 고다니(Jacopo Godani)가 무용단의 신임 감독 자리에 오르게 된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포사이드 컴퍼니의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꾸준하게 협력 작업을 해온 자포코 고다니는 이미 새 컴퍼니의 오디션을 마친 상태이다. 포사이드 컴퍼니의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은 해산할 준비를 하며 새로운 그룹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출신의 윌리엄 포사이드는 1980년대부터 미국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존 크랑코와의 작업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들로 기존 현대 발레의 틀을 뒤집는 안무를 선보인 바 있고, 차세대 발란신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아왔다.
 포사이드의 레퍼토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1984년작 〈Artifact〉과 〈Impressing the Czar〉이다. 이들 작품에서 그는 새로운 방식의 네오 클래식 발레 안무를 선보였다. 다양한 포즈로 발레리나의 실루엣을 그려내면서도 힙과 골반을 위, 아래로 움직이며 뾰족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또한 포사이드가 직접 연출한 무대 미술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조명은 관객들을 놀라게 하였고, 더불어 톰 윌렘스의 음악을 사용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전위적인 작곡가로 칭송받는 톰 윌렘스는 현재도 윌리엄 포사이드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포사이드 컴퍼니 때 만든 작품은 더 이상 공연하지 않겠다”

 

 2004년, 그는 그동안 몸담고 있던 프랑크푸르트 발레를 떠나게 되면서 포사이드 컴퍼니를 창단하였다. 그리고 당시까지도 난해하다고 평가받던 그의 작품은 드디어 비평가와 관객들에게서 호평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저널리스트 라우라 카펠과의 인터뷰에서 무용단을 창단한 진짜 이유에 대해 “그 때 내가 발레를 그만 둔 이유는 더 이상 무용수들이 신을 토슈즈를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웃음) 이것보다 더 나은 이유가 있을까? 그 때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하우스를 떠나야했다. 내 생각에 발레는 협소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힘들다. 발레는 마치 온실 속의 화초와도 같아서 그것은 특정한 환경이 필요하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000년대에 들어 포사이드의 창단과 함께 현대무용으로의 전환을 꾀하였다. 수십 개의 테이블을 오브제로 한 〈One Flat Thing Reproduced〉는 당시에 관객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무대 위의 무용수들이 끊임없이 테이블을 옮기는 방식의 대담한 실험은 그의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반전(反戰)에 대한 작품 〈Clouds After Cranach〉(2005)와 〈The Defenders〉(2007) 에서는 안무가의 고찰이 위트 있게 드러난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을 가볍지 않은 유머로 풀어내는 한편 진중하고 객관적인 시점으로 현시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늘 움직임과 음악, 철학과 역사를 느슨하게 연결시킴으로서 새로운 시각과 방식을 제시해왔다. 이후에도 그의 작업은 계속해서 진화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틀을 깨는 영리한 안무가이다.
 최근 몇 년 간 그가 선보인 작업들을 살펴보면, 필름과 안무 오브제(Choreographic Object), 인스톨레이션 작업 등을 통해 마치 무용계에 춤의 정의를 확장시킬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그가 4년 간 진행했던 디지털 연구 프로젝트 <모션뱅크>는 춤의 본질적 분석을 꾀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안무를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그 결과 춤의 범위를 혁신적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윌리엄 포사이드는 지난 10년 간 구축해 온 포사이드 컴퍼니의 레퍼토리를 앙상블과 함께 사라지게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발레와는 다르게 우리의 작품에서 무용수들이 교체될 수는 없다. 그것은 무용수의 퀄리티이며, 나는 그 레퍼토리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밝혔다. 타계한지 약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피나 바우쉬의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와는 대비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올해 가을부터 미국의 사우선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카우프만 무용학교(Kaufman School of Dance)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또한 〈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로 젊은 실비 길렘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지 28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다시 파리 오페라 발레로 복귀할 예정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신임감독인 벤자민 밀피예는 지난 2월, 윌리엄 포사이드가 협력 안무가로서 매 시즌 마다 약 3개월 동안 발레단과 함께 작업을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동시에 러시아 안무가 Alexei Ratmansky 와 뉴욕시티발레단의 Justin Pack의 작품도 함께 올려 지게 된다.
 “사람들은 발레를 현대화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발레는 현대화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오해일 뿐이죠. 사람들은 나와 자유를 결부시키곤 하죠. 도대체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요? 발레는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포사이드의 발레를 15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된 유럽의 관객들은 이미 들떠있지만 한편으론 포사이드의 레퍼토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아있지 않으므로 아쉬워한다.
 윌리엄 포사이드는 〈WIRDS〉(2011)에서 무용수들에게 그들이 어떠한 아이디어를 깨닫는 순간 즉각적으로 그 생각들을 버리도록 지시한 바 있다. 쉽지 않아 보이는 이런 과제들을 그는 스스로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그의 작품과 그의 인생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끊임없이 자신을 그리고 춤의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윌리엄 포사이드의 행보가 주목된다.

2015.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