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파리 현지취재_ 파리오페라발레단 〈La Source〉 박세은 주역 출연 공연
요정의 가벼움, 강인한 불꽃
박화경_재불 안무가

12월 28일 입단 4년 만에 전막 공연의 주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던 박세은은 에뚜왈 무용수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19일과 22일 그녀를 대신해 나일라 역으로 전격 출연, 벵자멩 밀피예 예술감독으로부터 “앞으로 더 많은 공연에 출연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는 칭찬을 받은 후 곧바로 내년 3월 4일 <백조의 호수>와 <마농> 공연에 Under Study로 전격 캐스팅 되었다. 예정되었던 12월 28일 공연의 현장 스케치와 함께 ‘New York Times’에 게재된 박세은의 공연 리뷰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

 

 12월 28일 오후 오페라 갸르니에.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박세은이 <라 수르스>(La Source) 전막 공연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공연을 지켜보는 것은 하나의 ‘사건’에 비견할 만했다. 전통의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순수 아시아인이 주역으로 발탁되기는 아마도 처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날 처음 본 <라 수르스>는 1866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코펠리아>의 작곡가인 레오 들리브(Léo Delibes)와 <돈키호테>의 작곡가인 루드비히 민쿠스의 음악이 사용되었기 때문인지 무척 친밀하게 다가 왔다.
 박세은이 맡은 나일라(Naïla) 역은 샘물의 요정으로 작품은 나일라가 사랑하는 인간 남자 제밀(Djémil)과 제밀이 사랑하는 또 다른 여자 누레다(Nouredda)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박세은의 상대역은 Adric Berard였다.
 이 작품에 관한 자료는 안타깝게도 1873년 파리 오페라극장의 화재로 거의 찾을 수 없고,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그림에서 겨우 그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무가 쟝 기욤 바르(Jean Guillaume Bart)는 이 작품을 어떤 상업적인 흥행성보다는 보다 내면적 접근으로 '한 어린이가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배우고, 무용수가 되고, 선생님이 되고 또 안무가로 즉 한 예술가로 클래식 발레의 세계에서 열정과 사랑으로 성장해가는 차원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한다'고 적었다. 그의 글에서 나는 바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의 박세은의 행보를 떠올렸다.
 "이 부유하고 탄탄한 정신적, 문화적, 제도적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다시 오픈된 휴머니즘을 찾는구나" 하는 희망과 자유정신을 보게 된 것이다.
 1막 공연이 끝나고 박세은의 춤과 연기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었던 나에게 오른쪽 자리에 않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춤비평가 Alessandro는 박세은의 하체의 탄탄함과 뛰어난 기술을 칭찬하며 신체연기 또는 표현력에 대해 조금은 염려하는 말을 했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난 어쩌면 그가 이탈리아인으로서 내면연기나 이 발레의 배경인 코카서스 지역의 또는 오리엔탈 문화의 여성성의 표현방식을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내 왼쪽에 앉은 나이든 프랑스의 발레 마니아 관객은 “박세은은 vivration(떨림: 내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내면적 무속성으로 본다)이 있고, 요정의 가벼움을 선천적으로 가졌으며, 우아함에 매혹되었으며, 너무나 매력적인 무용수이다”라고 숨 쉴 겨를 없이 그녀를 극찬했다.

 



 2막이 끝나자 작품은 더욱 확연하게 눈에 들어 왔다. 전반적인 군무의 단순함과 획일성은 그 시대의 코카서스 지역의 군대문화 남성중심의 사회회를 연상하게 했고, 그 가운데 그 시대에 다루기 힘든 사랑, 관능 그리고 질투 또는 정치적인 색깔도 보여졌다.
 결국 박세은이 연기한 나일라는 그녀가 사랑에 빠진 제밀과 그의 애인 누레다에게 영의 꽃을 건네주고 죽음으로 자신을 희생한다.
 바로 이 2막에서 박세은은 프랑스식 표현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고 본다. 그 많은 서양의, 약간은 동물성이 강한 신체와 표현력이 아닌, 식물성 신체와 내면적 표현으로 박세은의 가녀린 흰 팔은 바로 절로 돋아난 날개였고, 그녀의 내면적 연기는 바로 한국적 정서에서 볼 수 있는 결백함으로서 샘의 요정 그 자체였다.
 안무가 쟝 귀욤 바르는 그녀의 숨겨진 잠재력을 놓치지 않고 아주 적절하게 잡아주는 것으로 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열광적이었다. 특히 박세은이 무대 인사를 할 때는 아주 진중한 박수소리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마지막으로 탈의실을 나오는 박세은을 기다리다 만났다. 그야말로 순수하고 풋풋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청바지 차림의 꾸밈없는 발레리나였다. 그녀는 주인공을 맡는 날 외에도 군무에 출연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라며 피곤한 가운데서도 환한 미소를 잊지 않았다.
 박세은은 원래 이날이 처음으로 나일라 역으로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나일라 역으로 캐스팅 된 에뚜왈 무용수인 아만딘 알비송(Amandine Albisson)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19일과 22일 공연에 그녀를 대신해 나일라 역으로 출연했다.
 “저는 이 작품을 4년 전에 처음 보았어요. 2011년 발레단에 입단하고 처음 출연했던 작품이 바로 <라 수르스>였고 입단 후에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이었던 만큼 저에게 꼭 맞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서 부담보다 어떤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장점이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춤추는 순간순간 행복했고 감사했어요.”
 앞으로 박세은은 강인한 하체의 기술 위에 가녀린 날개뿐만 아니라 강인한 불꽃으로 우리를 파리오페라 궁정의 화려한 불꽃놀이에 긴 세월 동안 초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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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Times〉 Review_ 파리오페라발레단, 장 기욤 바르의 〈La Source〉

인간과 영혼의 부활




ROSLYN SULCAS
(2014년 12월 29일자 ‘뉴욕타임즈’)


 프랑스, 파리-아름다운 샘물의 영혼이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 사랑은 곧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다. 영혼들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실수들을 목격하고는 그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마법의 꽃이 인간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며, 여성의 영혼과 인간 여성은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스토리 라인만 들어서는 〈Ondine> 〈La Sylphide〉 〈A Midsummer Night’s Dream〉 〈La Bayadère〉 같은 발레 공연에서 이미 들어본 적 있을 듯하나, 본래는 1866년 프랑스 안무가 아르튀르 생 레옹(Arthur Saint-Léon)의 데뷔작 <라 수르스>의 이야기이다. 줄거리 외에 몇 가지 정보를 더 언급하자면, 초기의 <라 수르스>는 생 레옹과 샤를르 뉘떼르(Charles Nuitter)가 안무를 맡았고, 루드비히 민쿠스와 레오 들리브의 곡이 쓰였다. 그리고 2011년, 쟝 기욤 바르(Jean-Guillaume Bart)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한 버전을 다시 만들었다.
 현재 바스티유극장에서는 파리오페라발레단, 루돌프 누레예프의 <호두까기인형>이 공연되는 동시에 <라 수르스>가 갸르니에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렇게 전막 발레 공연 두개가 동시에 공연될 수 있다는 것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스케일과 실력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이다. 이는 또한 젊은 무용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일요일 공연에서도 역시 여러 명의 젊은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발탁될 수 있었다.
 그 중, <라 수르스>의 주인공 나일라(Naïla)역을 맡게 된 박세은은 한국 출신으로 2012년 발레단에 합류했다. (이는 매우 특별한 경우이다. 발레단 단원들은 대부분 프랑스인이며 어린 나이부터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오기 때문이다.)

 



 나일라는 샘물의 영혼이다. (바로 타이틀의 ‘Source’를 뜻한다.) 나일라는 사냥꾼 제밀(Djémil)을 짝사랑하게 된다. 그리고는 제밀이 부족장 겐지브(Ghendjib)의 약혼녀인 누레다(Nouredda)를 찾도록 도와주게 된다. <라 수르스>는 <라 바야데르> 처럼 색조가 가득한 인도를 배경으로 하며 19세기의 이국적인 모습을 보인다. 극의 배경은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코카서스 산맥 지역이며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코사크 기병이거나, 음유시인, 여성들의 경우에는 러시아 인형 복장을 하고 있거나, 엘프나 님프 같은 영혼이고 요정이다.
 알렉시 랏만스키(Alexei Ratmansky)의 작품을 마리우스 프티파가 재건시킨 1881년 발레작 <파키타>와는 달리, 쟝 기욤 바르와 공동제작자들은 <라 수르스>의 안무를 새로이 만들었다.
 쟝 기욤 바르의 작품들은 대부분 매우 사랑스럽다. 콜론 오케스트라 (Orchestre Colonne) 가 연주하고 코엔 케셀(Koen Kessels) 이 지휘한 음악은 조금 느린 감이 있더라도 기가 막히도록 아름답다. 특히, 2막에서 들리브의 음악은 더욱 빛이 났다. 에릭 러프(Éric Ruf)의 무대디자인은 리얼리즘보다는 상상력을 요하는 장식으로, 커튼 조각을 중간 중간 매달거나 밧줄이 걸려있는 등 판타지 같은 이 스토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크리스티앙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의 의상은 아름다웠다. 요정들은 연한 민트색 계열의 투명한 실크로 감쌌다. 그리고 궁전의 후궁들은 핫핑크 계열과 밝은 오렌지 계열의 옷감 위에 골드빛 장식을 달았다. 그리고 누레다(Eve Grinsztajn 분)는 수가 놓인 청록색 스커트에 진홍색 셔츠를 걸쳤다. 코사크 기병 앙상블은 털로 마감되어 다양한 색의 술이 매달린 의상으로 멋을 더했다.
 쟝 기욤 바르는 복잡한 스토리를 꽤 잘 정리한 편이었지만 연결이 잘 안된 드라마틱한 몇 가지 부분이 있었다. 주요 장면은 누레다가 마법의 꽃을 발견하는 장면이었다. 그녀의 첫 감정은 매우 신비로우나 족장(Jérémy-Loup Quer분)을 유혹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왜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제밀(Audric Bezard 분)은 갑자기 크고 화려한 솔로를 추는 것인가?
 이러한 이례적인 경우는 리얼리즘이 별로 중시되지 않는19세기 발레에서 종종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쟝 기욤 바르가 다시 안무를 하게 되었는데, 왜 고치지 않았을까? 두 무용수 이브 그진스틴과 오드릭 베자의 춤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역할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고 여겨졌다. 어떻게 이들을 탓할 것인가? 어차피 원작에서도 제밀은 결점이 많은 캐릭터였다. 누레다가 부족장을 유혹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슬퍼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나일라가 그를 위해 희생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안무 자체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꽤 수준이 있었다. 하지만 매우 재미가 없었다. 대부분의 동작이 무용수업 콤비네이션 정도였으며 정박자 음악에 딱, 딱 맞추는 동작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그래도 쟝 기욤 바르가 가장 잘 안무한 장면은 인간 외의 인물들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히 나일라와 그녀의 요정 자엘Zaël (Axel Ibot 분), 그리고 요정의 부하 마크 모루Marc Moreau, (Fabien Révillion분)의 안무는 괜찮았다.
 조지 발란신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퍽 요정을 연상하게 하는 녹색 의상의 캐릭터, 자엘은 남성무용수 중 가장 돋보이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이 역할을 한 악셀 이봇은 유쾌하고 멋진 테크닉을 선보이며 그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박세은은 매우 인상 깊었다. 강하지만 여리고, 깃털 같은 가벼움으로 나일라를 연기했다. 나일라는 강한 영혼이었지만 사랑을 위해 희생을 할 만한 넓은 가슴을 지닌 캐릭터이다. 나일라는 자밀과 누레다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꽃을 바친다. 이는 나일라의 죽음을 뜻하며, 영원히 사후세계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라 수르스>는 애타게 전막 발레의 완성작을 찾던 무용계의 관객들이 그토록 바라던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쟝 기욤 바르의 버전에서 모든 요소는 다 있었다. 결과는 좋았던 것과 동시에 안타까웠다. <라 수르스>는 수요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갸르니에극장에서 공연된다. (번역_장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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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사진제공_julien Benhamou/Opera national de Paris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