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에 든 송곳이라는 의미로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띈다는 뜻이다.
수많은 젊은 무용수 및 안무가가 찾는 곳이 뉴욕인데 반해 뉴욕 활동을 뒤로 하고 LA로 가서 무용단을 창단, 춤의 수도 뉴욕에서 연속해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무용단이 있으니 바로 BODYTRAFFIC이다. ‘낭중지추’에 걸맞는 예라 할 수 있겠다.
LA는 영화, 텔레비전 산업 등에 힘입어 상업 댄스의 본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문화 지형도가 다소 변화되고 있다. 발레와 현대무용은 이전까지는 관심 뒷전이었으나 LA Dance Project (예술감독이 New York City Ballet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현재 파리오페라발레의 예술감독인 벵자멩 밀피예이다) 등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순수무용단체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선봉에 BODYTRAFFIC가 함께 하고 있다.
BODYTRAFFIC은 2007년 설립되어 ⌜댄스 매거진⌟에 ‘2013년 반드시 봐야하는 작품‘으로 선정되면서 더욱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Los Angeles Times‘는 젊은 컴퍼니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고, 탁월한 안무와 공연이 가장 이상적으로 혼합된 무용단이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출판가 Tonya Plank는 이 컴퍼니를 “바체바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상당히 지적인 안무와 지적이게 춤을 추는 무용단”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현재 가장 핫한 무용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BODYTRAFFIC은 폴포 댄스, 제이콥 필로우 댄스페스티벌 등 미국 내의 유명한 무용 페스티벌에 연속 초청되며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무용단이다.
컴퍼니는 Lillian Barbeito와 Tina Finkelman Berkett에 의해 공동으로 설립되었고, 이들이 현재 공동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Lillian은 줄리어드 무용대학에서 미국의 차세대 리더로 뽑혀, 4년간 장학금을 받았으며, 뉴욕 및 유럽에서 활동하다 LA로 가서 Tina와 함께 무용단을 창단했다. Tina 또한 뉴욕에서 성장하고 활동하였고 현재까지도 무용수로 무대에 서고 있다.
1월 6일부터 10일까지 Joyce Theater에서 있었던 이번 뉴욕 공연에서는, 4명 안무가의 작품 Barak Marshall의 〈And at midnight, the green bride floated throught the village square...〉 일부와 Victor Quijada의 〈Once Aagain, Before You Go〉, Hofesh Shechter의 〈Dust〉, 그리고 Richard Sigal의 〈The New 45〉를 선보였다.
오프닝 작품인 〈And at midnight, the green bride floated through the village square...〉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한밤중에 떠도는 신부라...” 이 작품은 상당히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이 진행되다 중간 중간 서글픈 자화상 같은, 삶의 그 어떤 면이 무대 위로 툭툭 튀어 오르는 듯한 댄스 씨어터 방식이다.
첫 장면부터, “뭐지?”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치마를 입은 다섯 명의 여자 무용수는 무대에 등을 대고 다리는 의자에 앉아있는 기역자 형태로 만들어 발을 벤치에 걸쳐 꼼짝도 않고 있다. 그리고 두 명의 남자 무용수가 마치 마네킹을 들듯 이들을 들어 의자에 앉히기도 한다. 꽁트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그리고 긴 벤치 끝에 한 남자가 신문을 읽고 있고 한 쪽으로 여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한명 씩 돌아가면서 그 신문 읽는 남자를 유혹하는데, 신문을 보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의자 뒤로 서 있던 남자들이 그녀를 끌어내고 다음 여자에게 기회를 준다. 그를 유혹하기 위해 마지막 여성은 각종 속옷을 의상 안에서 꺼내지만 객석에서 웃음만 나온다.
그들이 모두 함께 춤을 출 때는 마치 축제장에 있는 듯 했고, 춤을 추지 않을 때는 우리들 삶의 단면이 그대로 보여지는 듯 했다. 여자 무용수는 슬픈 상념으로 춤을 버렸다 다시 춤을 정교하게 거둬들인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은 꽃잎이 휘날리는 해피엔딩이었다. Los Ansgeles Times의 Jean Lenihan은 “이 작품은 완벽한 정교함과 더불어 장난스러운 움직임을 댄서들이 잘 보여준다”고 했다.
리차드 시걸(Richard Siegal)의 〈The New 45〉는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뉴욕 타임즈’의 Gia Kourlas는 “세 명의 무용수가 마치 음악을 반영하는 거울처럼 재즈음악에 맞춰 날카롭고 탄력 있는 스텝을 번갈아 보여줬다”고 평했다.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의 〈Dust〉는 영국 비평가 협회 국립무용상인 최고의 현대무용 안무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영국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Cult〉를 재 작업한 작품이기도 하다. 진중하고 신비스러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빨간 의상을 입고 있다. 〈Dust〉는 움직임이 많아질수록 춤이 더욱 멜로드라마틱 해졌다.
빅토르 퀘자다(Victor Quijada)의 〈Once Again, Before You Go〉는 거세게 몰아치는 움직임 안에는 읍소하고 싶은 그 무엇인가가 있는 듯 했지만, 아쉽게도 어두운 무대 위에서 간간히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뿐이었다.
무용수들을 따라가는 조명. 밝음과 어둠의 대조, 느림 그리고 잔물결 움직이듯 유연하게 움직이는 무용수들. 여자 무용수 1명과 5명의 남자 무용수가 이루는 앙상블로 여자 무용수는 예술감독인 Tina이다.
조심스러우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음악에 맞춰지는 느리고 빠른 움직임 그리고 반동의 효과로 몸을 움직이며 댄서와 댄서들이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때로는 서로를 신비롭게 탐험하듯 밀고 당기기도 한다. 정확하게는 힙합과 브레이크댄스에 느린 동작이 더 해져 현대무용으로 변화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무용수들은 먼저 힙합과 브레이크 댄스를 안무가로부터 배우기도 했고, 안무가는 실제로 길거리에서 춤을 추면서 성장했다.
이번 뉴욕 초청공연에서 선보인 총 4명의 안무가의 작품은 서로 제각각 인듯 하지만, ‘LA 고유의 다양한 풍경과 따뜻하고 혁신적인 것들을 섹시하게 반영한다’는 취지를 BODYTRAFFIC의 무용수들을 통해 선보였기에 하나의 궤를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4개의 작품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었고 안무가들의 배경도 모두 다르다.
컴퍼니는 독특하게도 예술감독과 안무가 분리되어 있는 팀이기도 하다. 예술감독이 2명이지만 이 두 사람의 작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BODYTRAFFIC을 강렬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환상적이도록 정확한 댄서들이다. 안무가 희미해질 때 무용수들은 일렁인다”라고 평했다.
안무자들이 생각해 낸 것보다 무용수들이 더 많은 것을 사고하며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련된 몸과 기술로만 소화해낼 수 없는 몸의 정서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으로 주는 감동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는 어딘가 2% 정도 부족하게 느껴진 안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