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댄서이자 안무가 중 한 사람인, 빌 티 존스(Bill T. Jones)의 〈Story/Time〉이 11월 4일부터 15일까지 NewYork Live Arts(옛 Dance Theater Workshop)에서 열렸다.
백인이 지배하고 있는 무용계에 자신(빌 티 존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치열했던 자기 삶에 대한 고백이자 32년 컴퍼니의 역사를 70분 동안 담아낸 이 작품은 2012년 세계 초연되었으며, 뉴욕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모더니스트 작곡가이자 퍼포머였던 존 케이지가 1분 이야기의 90 장면을 랜덤으로 예상되지 않은 음악과 함께 소수의 관객을 위해 읽어나갔던 <불확정성>(Indeterminacy, 1958년)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무대 위로 빌 티 존스가 나와 프로덕션 매니저를 소개한다. 그리고는 “60초가 지나간 순간이라고 생각되면 손을 들어 주세요”라고 관객들에게 요청했다. 매니저는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한다. 슬슬 사람이 손을 들기 시작하고 순간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그리고도 더 시간이 흐른 후, 매니저가 “Time‘s up"이라 한다. 우리가 예측하고 있는 60초는 상당히 길었다.
그리고 존스는 무대 우측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앉는다. 그의 맞은편에는 존스와 일찍이 활동을 함께 해 온 로이스 웰크(Lois Welk)가 데스크에 앉는다. 나레이션이 서로 교차된다. 댄서들 한명 씩 아주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대 정면에 디지털시계가 무대 위로 서서히 올라와 무대 중앙에 멈추고 10여분이 지났을 때 시계는 무대 천장으로 올라가고 검은 천으로 가려져 시간을 볼 수가 없다가 공연이 끝나갈 즈음 검은 천은 거두어지고 시계는 천장에서 무대 중간쯤으로 내려와 정확하게 70분이 되는 순간 공연은 끝난다.
〈Story/Time〉은 존스의 뉴욕 업스테이트로 이주한, 빈곤한 가정의 어릴 적 시절에서부터 백인이 주도하고 있는 무용계에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위한 부단한 노력에 관한 노력을 엿보게 한다. 유명한 예술가와 음악가들과 조우를 들려주는데, 이 날의 공연은 특히 Arine Zane(컴퍼니 공동창업자, 1948-1988)과 연관되는 것이 바탕이 되었다. 뉴욕 공연 시 〈Story/Time〉은 총 다섯 개의 시퀀tm 〈#35, 36, 37, 38, 39〉가 공연되었는데, 필자가 관람한 날은 시퀀스 〈#37 Lois Welk - A History〉였다. 〈#37〉에서는 월크가 기억하고 있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존스와 Zaine의 초창기 버밍햄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른 시퀀스 〈Story/Time #35〉(11월 4-6일)은 존스와 컴퍼니의 고유 버전, 〈#36 산책과 경력〉에서는 개인적 이야기로 특별히 토니상 수상자인 Kathleen Chalfant가 초대되어 무대에서 함께했고, 〈#38〉은 존스와 컴퍼니의 고유 버전, 〈#39〉는 뉴욕 시즌을 마감하는 1회 공연으로 시카고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개념작가들과 함께 무대를 만드는데, 각각의 시퀀스에는 특별 손님을 모시며 절대 공연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무대는 어두운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종종 스모키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 백열등과 같은 밝은 빛이 퍼지기도 했다. 듀엣, 앙상블이 진행되지만 존스의 나지막하면서도 굵직한 목소리는 문학작품을 듣는 듯하며, 종종 반갑게도 유명한 무용인들과의 일화가 소개되니 텍스트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된다.
존스와 월크의 나레이션은 무대 위에서 유려하게 추는 댄서들의 춤보다 우리의 감각을 집중케 했다. 춤은 빛나지만 텍스트를 통한 존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어선지 날렵하고 잽싼 듯한 그러면서 부드러운 그들의 춤은 감동 없는 그냥 잘 춘 춤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실험예술가이며 작곡가인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은 “〈Story/Times〉의 안무는 아름답고 새로운 세계이며, 케이지의 엄격함을 그의 작품에 적용하고 있다. 그의 작품 스타일과 따뜻한 맘을 더하고 있다”라며 호평했다.
무대 우편에는 인터렉티브로 만들어지는 음악가가 음악이 아닌 소리로 작품의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다. 음악에 맞춰 무용이 가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따라 혹은 춤을 따라 음악이 진공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을 준다. 어쿠스틱과 전자음악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신기루와 같은 오묘한 느낌을 작품에 더해준다.
공식적인 컴퍼니의 이름은 Bill T. Jones / Arnie Zane Dance Company이다. 존스는 Arine Zane(1948-1988)을 같은 대학 1학년 때 만나 작업을 함께 했다. 두 안무가가 작업한 〈Blauvelt Mountain〉은 독일 평론가 상(1980)을 받았고 결국 11년 동안 함께 활동하다 정식으로 1981년 컴퍼니를 창립, NEXT WAVE Festival을 시작으로 하여 공식적인 Bill T. Jones / Arnie Zane Dance Company가 탄생되었다.
두 안무가가 함께 안무하고 공연한 작품은 1986년 뉴욕 무용계의 토니상인 “Bessie"에서 공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Zane이 AIDS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두 안무가는 컴퍼니에 함께 하면서 포스트 모던 작곡가의 음악과 짝을 이루는 텍스트와 내러티브를 어우러지게 하는 세련되고 펑키한 댄스 컴퍼니로 알려졌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는 32년 동안 Bill T. Jones/Arnie Zane Dance Company는 140여 작품을 통해 현대 무용의 발전을 꾀하며 무용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컴퍼니로 인정받았다.
한편, 2011년 Bill T. Jones/Arnie Dance Company는 Dance Theater Workshop과 합병했다. 극장명은 뉴욕 라이브 아츠로 변경되었으며, 무용단은 극장에 상주하고, 존스는 극장의 예술감독을 수행하고 있다.
컴퍼니는 극장 상주 단체임에도 불구, 미국 곳곳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컴퍼니의 레퍼토리는 작품의 주제, 비주얼 이미지 그리고 움직임과, 목소리, 연출의 접근 방식이 다양하다. 일찍이 Zane과 추구해오던 스타일을 유지, 다양한 텍스트의 사용은 물론 음악 중심 작품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실험예술가이자 작곡가인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은 존스를 “정치와 춤 혹은 브로드웨이와 변방에 상관하지 않고 항상 파워풀한 하이브리드 예술 양식의 선두에 위치해 오고 있다”고 했다.
〈Story/Time〉은 2014년 9월에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는데, 프린스턴 대학 루이스 센터의 예술감독인 수잔 마샬은 다음과 같이 책에 대해 평했다.
“존스의 정직과 틀림없는 목소리는 케이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한 예술적 치열함을 털어놓는다. 존스는 케이지의 관념과 가르침을 존경하는 동시에 의문을 제기한다. 풍부한 자료는 독자에게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미국 안무가의 삶, 작품, 작품 제작과정을 엿보게 한다.”
살만 루시다는 “미국을 상징하는 댄서와 안무가 중 한명인 존스는 존재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리고 살아 있음을 말하고 있는 생생한 비네트 시리즈를 통해 영감과 소유에 대한 통찰력을 우리에게 준다. 환상적인 텍스트다”라고 했다.
1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흑인으로서 백인이 지배하고 있는 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함이 있었기에 우리는 Bill T. Jones를 마주 할 수 있었다. 빌 티 존스는 3년에서 5년 사이에 $275,000을 지원하는 “도리스 듀크 상, 2014“ 선정, 케네디 센터 명예상(2010)을 비롯, 브로드웨이 뮤지컬 ”FELA, 2010“를 통해 토니 안무상 등을 수상, 여러 방면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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