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되면 뉴욕 곳곳은 무료 공연으로 가득하다. 매주 무료 영화가 상영되는 곳도 있고 링컨센터 뜰에서 펼쳐지는, 공연장 밖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도시공원 재단(City Parks Foundation)에서 개최하는 ‘썸머스테이지’(Summeratge) 는 규모나 기간 면에서 뉴욕을 대표하는 여름공연예술축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뉴욕 시티는 총 다섯 지역인 맨하튼(Manhattan), 브루클린(Brooklyn), 퀸즈(Queens), 스테이튼 아일랜드(Staten Ireland), 브롱스(Bronx)를 일컫는데, 이 다섯 지역에 걸쳐 100개 이상의 무료공연이 14개 공원에서 펼쳐진다. 미국의 팝, 라틴, 월드 뮤직에서부터 무용, 코미디, 연극에 걸쳐 모든 장르의 공연을 약 2달에 걸쳐 선보인다.
축제를 개최하는 도시공원재단은 뉴욕 5개 시티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독립 비영리 기구이다. 뉴욕 전체를 활성화시킨다는 취지 하에 재단은 도시 전체에 걸쳐있는 공원에 무료 공연,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시민들이 공원에 관심을 갖고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썸머스테이지’는 29년 전에 처음 시작되었고 2014썸머스테이지는 6월 3일부터 8월 24일까지 열렸다.
무료 야외공연 예술축제이긴 하지만(소수 프로그램은 유료) 올해의 경우 인지도 있는 초청 단체도 적지 않게 포함되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본 축제 초청프로그램으로, 5개 도시 모두에서 공연을 했다. 무용부문은 브루클린에서, 탭댄스 경연대회 수상자인 제이슨 새뮬엘 스미스(Jason Samuels Smith)가 유명한 뮤지션 가수 작곡가인 오웬(Owen)의 연주와 함께 막을 올렸다. 그리고 라틴계 무용컴퍼니로 유명한 ‘발레 히스패닉’(Ballet Hispanico), ‘시드라 벨 댄스 뉴욕’(Sidra Bell Dance New York) 등 13개의 프로그램이 센트럴파크 등지에서 공연되었다. 무용부문에서는 공연과 더불어 마스터 클래스 및 워크숍도 함께 마련되었다.
시애틀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스펙트럼 댄스 씨어터(이하 SDT: Spectrum Dance Theater)’의 공연은 센트럴파크에서 있었다. 공원 입구에서 공연이 열리는 무대까지는 20여분을 걷는데, 한국에서는 환경오염 등으로 거의 사라져 쉽게 볼 수 없다는 반딧불이가 길을 비추고 있었다. 해가 지며 붉게 물들고 있는 하늘은 아름답고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피크닉을 온 가족, 연인, 친구들 다양한 그룹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무용을 특별하게 사랑해서, 혹은 SDT를 좋아해서 온 무용 팬들도 있겠지만,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SDT는 사회․문화․인종․경제적 백그라운드가 다른 관객들에게 최고의 춤을 보여 준다는 취지로 1982년에 설립되었다. 다양한 무용 스타일의 훈련과 수준 높은 공연을 통해 춤의 양식을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전문적인 무용단, 학교, 지역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주요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다. 2002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도널드 버드(Donald Byrd)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The Color Purple〉의 안무자이기도 하다.
SDT는 2013년 미국 국무부의 문화 외교 프로그램, ‘미국 댄스모션’(DanceMotion USA) 활동단체로 선정되어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 미국의 춤 외교관 역할을 했다. 미국댄스모션은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rooklyn Academy of Music)에서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무용을 통해 미국을 외교적으로 홍보하고 문화를 교환하는 프로그램으로, 본 프로그램 덕분으로 한국의 국립현대무용단이 ‘트레이 메켄 타이어 라구 프로젝트’(Trey Mclntyre Project)와 협업하여 2012년 BAM Fisher Hall에서 공연 한 바 있다.
이날 SDT는 〈Euclidean Space〉(기하학의 공간, 2011)와 〈Septet〉(7중주, 2014) 두 작품을 선보였다. 현악기의 날카로운 음악에 맞춰 댄서들은 군무, 4인무, 3인무, 5인무로 변주하면서 무대 위치도 바꾸곤 했다.
두 작품의 무브먼트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으나, 내러티브가 없는 두 작품은 몸으로 기형학들을 표현하고 있음을 작품의 제목을 알지 못하더라도 알아챌 정도였다. 예민하고 까칠하게 들리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 그리고 댄서들의 올곧은 무브먼트는 시종일관 그들에게 집중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야외에서 일반대중을 위한 무용으로는 다소 난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애틀 타임스(Seattle Times)는 〈Septet〉에 대해 “매혹적이고 놀라운 변화를 변형, 템포, 배치 및 관계 속에서 밀도있는 안무로 선보였다”고 평했었다. 먼길을 와서 공연하기에 긴장을 했는지 무용수들은 눈에 띄게 실수를 했지만, 온 몸으로 만들어 내는 기형학적 움직임들은 분명 신체 훈련이 뛰어난 무용단임을 보여주었으나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고전적인 발레의 움직임과 기계체조의 움직임들이 뒤섞인 그들의 춤과 전자음악은 일부 매니아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외에서 개최되는 춤이라고 해서 모두가 밝고 경쾌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색깔의 두개 작품이 한 무대에 배치되었더라면 더욱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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