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배우는 학생들은 빨리 안무를 익혀서 앞줄에 서게 될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무용실에서 우등생이 되는 것과 전문무용수가 되는 것은 천지차이다. 무용수의 길은 각자가 매우 다르고 예측불허하다. 어떤 이들은 무용단에 남아있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매우 빠른 성장을 보이며 성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기 전까지는 비슷한 규모의 무용단원으로 평형적인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무용수들은 일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의문을 갖게 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발레단(San Francisco Ballet)의 솔로이스트, 클라라 블랑코는 과거에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에서 5년의 무용단원시절을 보낸 뒤 버밍험 로얄발레단(Birmingham Royal Ballet)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곧 옳은 선택이 아님을 깨달았고 바로 다음 시즌에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기를 바랬다. 클라라는 샌프란시스코의 예술감독 헬기 토마슨(Helgi Tomasson)을 만나 복직을 요구했다. 클라라는 덧붙였다. “저는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하는 타입이에요. 물론 감독님한테 그렇게 부탁할 땐 제 자신이 무척 나약하게 느껴졌죠.” 한 달간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헬기 토마슨은 클라라에게 두번째 기회를 주었다.
일이건, 역할이건, 진급이나 급여인상이건, 기회를 얻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무용수에게 기회란 연습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한 감독이나 상사와 함께 본인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현재 자신의 능력과 충성도가 일치하는 지 큰 그림을 그려보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둘 사이의 침묵을 깨고 커리어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을까?
숙제를 끝내라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자. 감독이나 제작팀들을 만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본인의 지난 업적에 대해 자가평가를 하는 것이다.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리허설에 늦은 적은 없는가? 전체리허설을 할 때에도 100퍼센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가? 기회를 역이용하여 꾀를 쓴 적은 없는가?
무용수에게 레퍼토리를 늘릴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무용단도 있다. 네바다 발레시어터(Nevada Ballet Theater)의 예술감독 제임스 칸필드(James Canfield)는 전체리허설을 할 때 컴퍼니 모두에게 공개하는 룰을 만들었다.
그는 말한다. “무용수들이 무대에 불리면 그 자리에 당연히 있어야겠죠. 그렇지만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면 무대 위의 무용수들을 존중하는 한, 리허설에 들어와 배우고 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둡니다. 만일 관객석에 앉아있던 무용수 중에서도 미리 안무를 익혀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기회를 얻어낼 수도 있겠죠.”
자가평가를 마쳤다면 본인에게 평가해 주고 의견을 줄 만한 분을 찾아가보자. 멤피스발레단(Memphis Ballet)의 줄리 마리 니크라즈(Julie Marie Niekrasz)는 솔직한 의견이 필요할 때면 경험이 많은 선배무용수들을 찾아간다. 발레선생님이나, 감독들, 안무가나, 선배무용수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현재 본인의 커리어를 가장 정직하게 돌아볼 때 큰 도움이 될것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기회를 얻을 때에는 그 방법만큼 중요한 것이 알맞은 타이밍이다. 미국의 많은 무용단은 제작, 기획스텝들과 무용수들이 모여 연간미팅을 한다. 이때가 기회를 얻기에 가장 좋은 때인 셈이다. 스태프들은 무용수가 본인이 원하는 목표에 대해 알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에 응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임무를 다하는 것이며 전문적인 행위이다. 그 어떤 편도 서로에게 감추는 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틀란타발레단(Atlanta Ballet)과 함께 일했던 심리학자 나딘 카슬로 박사(Dr. Nadine J. Kaslow)는 미리 대화를 연습해보고 스태프미팅에 적을 노트를 가지고 들어갈 것을 권한다. “몸으로만 표현하는 무용수에게 말하는 연습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미팅 때에도 상대방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합니다. “라고 박사는 말한다.
줄리마리는 스태프와의 실적평가시간을 사용하여 제작진에게 그녀가 줄리엣의 역할을 할 준비다 되었다고 알렸다. 클라라는 미팅시간을 이용하여 본인이 단원으로서가 아니라 솔로이스트로서 레벨을 올리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줄리마리는 줄리엣역할을 따냈고, 클라라는 솔로이스트가 되었다.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정답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물어보는 것이다. 심지어 “부정”의 대답일지라도 자기자신을 재평가하고 목표를 재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퍼시픽노스웨스트발레단(Pacific Northwest Ballet)의 예술감독 피터볼(Peter Boal)은 이렇게 말했다. “무용수들이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실패한 경우를 많이 보았죠. 그런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맞는 현실적인 역할을 제안해 봅니다.”
물어보는 방법은 대부분 얻는 것이 많다. 아니면 적어도 준비되었다는 신호라도 보내보자. 또한 현재 본인의 위치가 어디인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클라라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진정으로 본인의 전문성을 보이려면, 본인에게 맞는 위치를 잘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자신이 더 우대받을 수 있는 그런 위치 말이죠. 예술은 평가하기가 어렵지만 자기 자신만은 평가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결국 본인이 원하는 바를 요구 할 용기를 가지는 것이 무용수가 기회를 얻는 기술의 첫 스텝인 셈이다.
글_캔디스톰슨(Candice Thompson)
번역_ 장수혜
원문_"Want A Role?" / 〈Pointe Magazine〉 Published in the June/July 2014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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