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NewYork 〈Dance Megazine〉
침묵의 소리 - 음악 없이 춤추기의 도전 혹은 이득
라우라 몰잔(Laura Molzahn)

 12명의 여자 무용수가 뒷걸음으로 뻣뻣하게 각진 팔로 몸을 방어하면서 무대로 천천히 등장한다. 2분 동안 그들은 바닥 전체에 퍼져 그들의 자리를 잡고 하나가 되어 침묵 속에서 걷는다. 그들은 우울하고 외로운 것 같지만, 그럼에도 하나로 연합되어 있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진 마사 그레이엄의 <Steps in the Street>(1936) 의 시작은 공연이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극명한 예이다. 침묵 속에서 춤을 추고 연습하는 것은 거의 항상 음악과 함께 춤을 추던 무용수들에게 특별한 도전일 수 있다. 학생들의 이 작업방식에 대한 반응은 “공포, 흥미, 방어 혹은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좀체 알 수 없다는 등 가지각색이었다”고 전 리몽(Limόn) 무용수이자 현직 줄리아드 교사인, 리자 스테인버그(Risa Steinberg)는 회상한다.
 침묵은 무용수들을 벌거숭이가 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무방비상태는 상당히 쉽게 당황스럽게 하지만서도, 동시에 춤을 추는데 강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침묵은 우리를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진공상태는 무용수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더 깊이 그들 자신을 바라 볼 것을 강요한다(혹은 그렇게 내버려 둔다)”고 현대 발레 안무가인 헬렌 피켓(Helen Pickett)은 말한다.

 



완벽한 속도

 

 무용수들이 침묵 속에서 공연을 처음 시도할 때, 충분하게 천천히 있는 것이 때로는 어렵다고, 마사 그레이엄 스쿨의 수석교사, 페기 리만 헤이스(Peggy Lyman Hayes)는 말한다. 무용수들을 안내해 줄 음악적 리듬이 없을 때 ―천천히 움직일 때는 균형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무용수들은 속도를 높이게 된다. 리만 헤이스는 절대적인 느린 동작으로 공연하는 것을 꿈속에서 우리가 움직이려고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상상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끔은 침묵과 함께 “반주될” 악보를 상상하는 것은 무용수들이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테인 버그는 침묵을 바로 음악과 연결시킨다. 호세 리몽의 모든 작품은 실제의 악보와 함께하든 침묵의 악보가 함께 하든지 간에, 호흡 리듬의 인도를 받는다. 그래서 침묵 속에서 작업하는 것은 음악과 함께 작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음악과 하나가 되도록 훈련을 받기 때문에 음악이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여전히 들으며―여전히 지휘하고, 여전히 연주한다.”
 그녀는 리몬의 작품 <Psalm>(1967)의 공연 중간에 돌발적인 침묵과 관련한 ‘특이한 경험’을 떠 올린다: 앙상블 섹션이 있는 동안 음악이 잠깐 멈췄다. 그러나 무용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 춤을 추었고 음악이 다시 시작 되었을 때, 여전히 우리는 바로 그 순서 흐름 안에 있었다. 소리를 듣는 것과 그것을 만드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소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멜로디와 리듬에 대한 전체적인 감각을 통해서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되기

 

 음악 없이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 다른 무용수와 일치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있는 몸의 호흡, 바닥에서 움직이는 발의 소리, 심지어 타이즈와 레오타드 그리고 다리가 마찰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무용수들을 함께 춤추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리만 헤이스는 말한다.
 “침묵 속에서 춤을 추는 것은 많은 경험, 연습, 시각화 그리고 두뇌 게임을 요한다.” 이 가운데 하나인 눈을 감는 방법은 무용수들이 시각적인 큐를 포기하게 되는 대신 “원초적 방어 반응”이 다른 감각, 특별히 청각을 열어주게 한다. 호흡에 맞추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때로는 공연 전에 스텝의 12명의 무용수는 서로의 허리를 팔로 감고 원 안에서 함께 선다. 단지 호흡만 함께 하기 위해서다”라고 리만 헤이스는 말한다.




창조적인 가능성

 

 “어떤 면에서 침묵 속에서의 작업은 자유롭게 하는 과정일 수 있다. 침묵은 우리를 음악가가 되게 한다”고 스테인 버그는 말한다. 그냥 바흐와 함께 경쾌하게 놀 수 있는 것처럼, 음악의 부재와도 즐거운 관계를 가질 수 있다. 거기에는 악구를 조였다 빠르게 빼버렸다, 잠깐 멈추었다 할 수 있는 잠재성이 동일하게 존재한다.
 피켓(Pickett)은 안무 워크숍을 주로 가르치고 있는데, 즉흥 공연에 자주 이용되는 침묵의 창조적인 잠재성에 초점을 둔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감지하는 것이 더 쉽다”고 말한다. “음악은 젊은 무용수들을 소위 내가 ‘움직이는 기계’라고 부르는 것이 되게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움직임은 음악의 방해가 없을 때 유지하기가 쉽고 우리 예술로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기회가 된다.”
 피켓은 종종 공감각 개념에 기초하여 청각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 침묵 속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은 색깔에서 단어를 맛볼 수 있고 혹은 움직임을 볼 수도 있다. 촉각 또한 듣기이고 피부도 듣고 있다.” 음악과 함께 작업할 때, 무용수는 청각에 압도될 수 있다. 침묵은 그들의 몸으로 다른 감각들에 맞춰 춤을 추게 한다.
 피켓은 침묵 속에서 춤추는 것은 예술적인 선택에 있어서 개인적인 책임감을 고양한다고 믿는데 “나는 침묵을 사용하여 학생들이 이미 음악으로부터 독립하여(음악과 상관없이/음악이 없이도) 얼마나 많은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르친다. 그것은 학생들이 구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_<Dance Magazine> 5월호
“In Training: The Sounds of Silence”
Exploring the challenges—and benefits—of dancing without music

 


번역_서정민(공연기획가)

라우라 몰잔(Laura Molzahn)
뉴욕에서 TresArts Management를 설립,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에서 세 개의 무용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WHITE WAVE의 Assistant Producer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국제무용대회 심사위원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2014.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