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해외 현지취재_ 제7회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
일본 컨템포러리 댄스의 작은 완충지대
장광열_춤비평

 일본의 컨템포러리 댄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역적인 편차가 크다. 작은 도시의 경우 컨템포러리 댄스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일본 큐슈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작지 않은 규모의 후쿠오카 역시 컨템포리리 댄스를 제대로 공연하는 컴퍼니는 없다.
 후쿠오카 출신 무용인들은 오히려 도쿄 등 대도시에서 춤을 춘다. 일본의 무용인들이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처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지역의 문화재단 등 공공 기관으로부터 예술활동을 위해 돈을 지원받기란 무척 어렵다.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은 대다수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추고 있다.
 2008년에 태동,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FDFF: Fukuoka Dance Fringe Festival)은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선보이고 서로간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일본의 요코하마 댄스 콜렉션이 크게 시니어와 주니어 2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경연을 펼치고, 몇 개의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프랑스 정부와 스페인의 페스티벌 등과 연계해 시상하는 등 비교적 체계적이고 큰 규모로 펼쳐지는 장이라면, FDFF는 비경연이며, 참여하는 작품의 질도 그 편차가 무척 크다.
 2014년 FDFF는 2월 7일부터 9일까지 후쿠오카의 Pomplaza홀과 Konya갤러리, 후쿠오카 아시아 박물관의 카페에서 열렸으며 모두 19개의 작품이 참여했다. 이중에는 한국(3개)과 중국(1개)의 젊은 안무가들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FFDF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Yoshiko Swain은 “페스티벌의 목적은 소박하다. 그것은 일본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가교 역할”이라고 말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간 중에 열리는 서울댄스콜렉션과 서울안무가 페스티벌의 수상작품 등 우수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 작품을 포함시켜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하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 축제의 자문을 맡고 있는 무용평론가 Takao Norikoshi는 실제 서울댄스콜렉션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고, 한국에서 열리는 다른 공연도 자주 보곤 한다. 노리코시는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이 동년배 무용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FDFF를 통해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은 컨템포러리 댄스의 다양성에 눈을 뜨고 또 동년배 무용인들의 작업에서 자극을 받는다. 또한 아시아 다른 나라의 작품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이 페스티벌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공연 뿐 아니라 워크숍, Cross-Talk, 공연 후 전문가들의 관람평(올해는 춤비평가 Takao Norikoshi, 육완순, 그리고 필자와 일본에 거주하는 무용가 최병주가 참가했다) 등을 듣는 프로그램를 매년 편성하고 있는 데서도 페스티벌의 확실한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공연,
Cross-Talk, 워크숍, 관람평 듣기 등 유용한 프로그램 편성
 

 

 2월 8일에는 중국의 페스티벌 기획자인 Kwong Weilap이 “중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변천”에 대해, 2월 9일에는 서울안무가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육완순 선생이 서울안무가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Cross-Talk를 가졌다. 지난해 필자가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현황과 흐름에 대해 발표하는 등 매년 조금씩 내용을 달리해 열고 있는 이 작은 포럼은 아시아 주변국의 컨템포러리 댄스와 일본의 춤 환경을 이해하는 장이 된다.
 매년 마련되는 워크숍에는 올해 프랑스, 한국의 젊은 무용인(김봉수)이 강사로 참여했다. 후쿠오카 인근에 있는 키타큐슈에 거주하는 프랑스의 안무가 수잔 버지(Susan Buirge)의 워크숍 클래스도 있었다. 축제 내내 공연을 지켜본 수잔 버지는 “젊은 무용인들의 작업이 무척 진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안무 역량은 아직 많이 부족해보이지만,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올해 축제는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메인 프로그램 성격을 띠는 공연이 2일간에 걸쳐 열렸고, “스페셜 나이트”란 이름으로 5명 젊은 무용인들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소개되었다.
 전체적인 작품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성 면에서 보면 예년에 비해 조금은 저조했다.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무용수들이 출연한 작품과 무용 전공 대학생들의 작품, 적지 않은 안무 경력을 가진 무용가들의 작품이 혼재되어 있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한국 안무가들의 작품은 ‘초청’ 성격이 강했다. 검증된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이 참여하다 보니 대부분 관객들의 좋은 평을 받는다. 연일 120석 정도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고블린 파티(Goblin Party)의 작품 <불시착>(안무-지경민 임진호)을 통해서는 2인무에서의 무용수들간의 앙상블의 매력에 대해, UBUNTU Arts Collective의 <Moment>(안무 김봉수, 작곡 정강현, 영상 김갑래, 인터랙션 이상욱) 공연을 통해서는 영상과 춤이 접목되는 크로스오버 작업에 대해, 양주희의 <Blood Stain>을 통해서는 무용수들의 완급을 조절하는 움직임 구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요시코의 개인적인 돈과 의지에서 출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후쿠오카 시의 예산이 지원되기 시작했고 페스티벌의 홍보 등도 시 문화 관련 담당자들이 가세하면서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운영 스태프들의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며, 기술 스태프진들 역시 축제의 취지에 동감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축제 측의 네트워킹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한국의 광진국제여름춤축제(예술감독 유호식)와 프로그램을 교환하기로 협의했고, 서울댄스콜렉션, 서울안무가페스티벌,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등도 후쿠오카시 문화예술진흥재단 등과 함께협력기관으로 공식 포스터에 표기되었다.
 4번째 FDFF를 지켜본 나는 조금씩, 차근차근 성장해 가고 있는 이 축제가 일본 컨템포러리 댄스를 발전시키는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축제의 예술감독인 요시코가 두 차례에 걸쳐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와 연계해 즉흥 전문 아티스트의 즉흥 워크숍을 후쿠오카에서 별도로 개최, 컨템포러리 댄스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것에 이어, 올해 프랑스 안무가 수잔 버지의 워크숍을 마련한 것 등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일본보다 전체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의 컨템포러리 댄스작품을 매년 3개씩 편성하고 있는 것 역시 예술감독의 분명한 축제 지향점에 대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적지 않은 않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매년 비슷한 규모로 치러지고 있는 한국의 화려한 몇몇 국제 춤 축제에 비해 FDFF는 작고 소박하지만,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공연 후 솔직한 전문가들의 관람평을 듣고 싶어 몰려오고, 또 이어진 뒷풀이 모임에서도 적극적으로 전문가들로부터 더 많은 소감을 듣기를 희망하는 진지함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후속적인 교류의 기회를 가지려는 일본 젊은 무용인들의 면면은 진정 춤이 좋아, 자신들의 춤 작업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2014. 03.
사진제공_FFDF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