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해외 춤현장_일본 비교무용학회 대회
한일간 무용학 연구를 위한 의미있는 교류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일본 비교무용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11월 30일 도쿄 동해대학교에서 열린 제24회 일본 비교무용학회 대회는 한국의 전통춤과 일본 오키나와의 류큐무용을 비교하는 연구보고 위한 자리였다. 2차년도의 연구원인 김채원(한남대학교 겸임교수), 김영희(우리춤연구가), 전은자(성균관대 교수)가 참가했고, 워크샵의 실연을 위해 김보람(성균관대 무용과 박사과정)도 동행했다. 그리고 정의숙(성균관대 교수)과 성균관대 무용학과 대학원생들도 옵저버로 참가했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일본 비교무용학회의 전체 주제는 ‘신체표현의 상징성’으로, 일반연구발표 I, II, III섹션에서 9개의 논문이 발표되었고, 오후에 ‘아시아의 무용과 신체문화’라는 제목으로 한국 측 연구원들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오끼나와의 전통춤과 한국 전통춤을 비교 연구하는 3년간의 과제로, 2012년에는 왕조시대의 궁중무를 비교했었다. 한국의 궁중무와 오끼나와의 류큐(琉球)왕조시대 궁중무에서 소매 사용의 기법에 대한 비교연구를 발표했고, 양국의 궁중무에서 기법을 교환하는 시연도 이루어졌었다.
 2013년의 연구는 20세기 초에 양식화된 양국의 전통춤을 중심으로 비교하였는데, 한국춤에서는 살풀이춤에서 ‘수건’의 의미와 춤사위의 기법을, 오키나와 류큐무용에서는 신무용이라 일컫는 죠오도리(雜踊)춤에서 ‘테사지(花染手巾)’의 기법과 의미를 비교하였다. 그래서 당일의 발표는 ‘오키나와와 한국(琉韓) 신체문화 워크숍 II - 근대무용에 있어서 ‘수건’의 상징성과 기법’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일본의 연구보고로 나가코 하테루마(波照間永子, 메이지대학교 커뮤니테이션학부 교수)와 시다 마키(志田眞木,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류큐무용 전승자)가 공동연구한 「오끼나와(沖縄)의 죠오도리(雜踊)에 있어서 수건의 상징성과 기법」을 발표했다. 죠오도리는 약간 무대화된 전통춤으로, 일본에서는 신무용으로 통칭하고 있다. 이 죠오도리춤에서 테사지라는 수건이 종종 쓰여지는데, 폭 6~7cm, 길이 90cm 가량의 꽃 무늬가 염색된 수건이다. 이 수건을 주로 여성 춤꾼들이 어깨에 걸치고 춤추거나, 손에 들고 춤추다가 이별하는 이에게 주게 된다. 그 의미는 마음의 정표이기도 하지만, 주술적 의미로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라 한다. 테사지를 들고 춤추는 동작들을 양수형(兩手型), 일수형-좌수(一手型-左手), 일수형-우수(一手型-右手)로 분석하였다. 이어서 한국의 김채원, 김영희, 전은자가 공동연구한 「한국의 살풀이춤에 있어서 수건의 상징성과 기법」을 김채원이 발표했다. 한영숙류 <살풀이춤>과 김백봉류 <청명심수>에서 수건춤을 중심으로 분석했고, 춤꾼은 수건을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대상화하여 춤추며, 살을 푸는 제의적 의미로 수건을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수건 동작의 기법과 형(型)들을 여러 형으로 분석하였다.

 

 



 논문 발표가 끝나고 류큐무용에서 죠오도리춤과 한영숙류 살풀이춤을 실연하고 직접 배우는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먼저 일본 측에서 류큐무용의 전승자인 시다 마키(志田眞木)가 <화풍(花風)>이라는 춤을 선보이고, 테사지의 동작들을 가르쳤다. 또 한국 측에서 한영숙류 살풀이춤을 선보이고, 전은자 교수가 살풀이춤의 수건 동작들을 가르쳤다. 심포지움에 참가한 청중들은 한일 양국의 춤을 스스럼 없이 나서서 배우며, 감흥을 직접 느꼈다.

 

 



한일간 무용학 연구의 차이점
 

 이번 비교무용학회에 발표와 참가를 통해 한일 전통춤에 대한 비교 뿐만이 아니라, 한일 연구 방식과 풍토도 비교하게 되었다. 즉 연구의 주제나 카테고리를 잡는데 있어서 일본의 연구는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년전에 한국에 초청된 일본 연구자의 발표를 통해서도 경험한 바 있었지만, 한 종목의 춤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범주들을 세분하여 주제로 잡았었고, 춤사위를 분석하는데 있어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세분화하여 연구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방식을 한국의 무용학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발표에 있어서 서두가 길지 않고, 본 내용으로 바로 들어갔다. 이는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도입부의 설명을 다소 길게 하는 한국 무용학의 연구 경향, 또는 발표 방식과 다른 점이다. 이 또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전 준비 과정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당일의 학술대회를 위해 6월부터 양국 전통춤의 이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여 토론하였고, 이후에 초고를 교환하여 비교하였다. 그러므로 진행과정에서 비교 연구의 성과들이 상호 인지될 수 있었고, 실질적인 연구 성과로 축적될 수 있었다.
 한국 춤에 대한 연구가 객관적으로 타당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외국 춤과의 비교 연구가 앞으로 더욱 많아져야 한다. 단순히 일회적인 발표로 끝내서는 한국 춤계의 공연 성과와 한국 무용학의 성과를 알리는 것도 어렵고, 외국 무용학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국의 춤의 변화를 역사적 맥락에서 비교한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귀중한 기회였다고 하겠다.
 또한 11월 29일에 메이지대학에서 있었던 성균관대 무용학과 대학원과 메이지대 대학원 학생들 간에 행해진 공동 세미나 역시, 대학원생 사이에 행해졌지만 대학간 연구 교류의 첫걸음이었다.
 현재까지 한일간의 춤 공연 교류는 계속되었지만, 양국간 무용학의 연구 교류는 매우 미미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행해진 교류는 한일간 무용학 연구의 실질적인 교류였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연구자 간에 양국 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무용학계나 정부 기관의 관심도 필요하다. 내년 3월에는 서울에서도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이 열릴 계획이다. 류큐무용의 인간문화재 보유자인 시다 후사꼬(志田房子)가 직접 죠오도리춤을 시연할 것이고, 살풀이춤과 죠오도리춤의 수건 기법을 교환하는 공연도 있다고 한다. 춤과 춤 이론이 함께하며 양국 춤의 특성을 풍성하게 논의할 다음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2014.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