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2009년 여름, 독일 대표의 안무가 중 한 명인 피나 바우쉬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세계 무용계와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츠테아터 부퍼탈은 무용수 도미니크 머시와 피나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로버트 스텀을 즉각 디렉터로 내세우고 계속 진화해 나갔다. 2011년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3D영화 <피나(Pina)>는 다양한 층의 관객들을 그녀만의 예술세계로 끌어들였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도시 시리즈 10작품을 한 달 동안 공연하는 등 세계 이곳 저곳을 끊임없이 순회하며 피나 바우쉬의 빈 자리를 메우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사 년 즈음이 되어가는 지난 4월, 다시 탄츠테아터 부퍼탈은 새로운 방향으로 무용단을 이끌어갈 아티스틱 디렉터를 지목했다. 그는 바로 60세의 “루츠 푀스터”이다. 그가 폴크방 예술대학에 재학 중이던 1975년 피나 바우쉬는 그를 <봄의 제전(Rite of Spring)>에 객원 무용수로 합류시켰고, 1978년 부퍼탈의 정식 멤버가 됨과 동시에 피나의 수 많은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관객에게 가장 사랑 받는 무용수 중 한 명이 되었다. 루츠 푀스터는 80년대 초반 뉴욕의 리몽컴퍼니에서 활약했으며 80년대 중반 피나 바우쉬의 어시스턴트로서 부퍼탈에 돌아오게 된다. 루츠 푀스터는 1991년부터 폴크방 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피나가 200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와 함께 폴크방탄츠스튜디오를 이끌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퍼탈의 모든 무용수와 스태프들은 그를 신뢰하며 그를 새로운 디렉터로 임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2015년까지 신작은 없습니다."
피나가 세상을 떠나고 올해 초까지 디렉터를 맡아왔던 도미니크 머시는 과거 인터뷰에서 “우리는 박물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새로운 레퍼토리 구축의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 작품은 선보여지지 않았다. 모든 무용 팬들은 루츠 푀스터가 디렉터로 선임됨과 동시에 다시 한번 새로운 레퍼토리가 선보이기를 기대하였지만 모든 루머를 잠식시키듯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15년까지도 새로운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탄츠테아터 부퍼탈은 40주년을 맞는다. 이 40주년 기념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것이 루츠 푀스터의 첫 번째 임무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동반하여 새로운 탄츠테아터의 모습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피나 바우쉬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신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탄츠테아터의 명맥을 유지하며 신과 구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 역시 루츠 푀스터가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봄의 제전>, <카페 뮐러>, <팔레모팔레모> 처럼 시대를 초월하여 관객에게 끊임 없이 사랑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이 곧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본지 독일 통신원, 독일 부퍼탈 저주, 부퍼탈탄츠테아터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