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새로운 경향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주도하는 진원지로서 독일의 위상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작품마다 편차가 있긴 했지만 새롭고 신선한 작업들이 적지 않았다.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2 독일 탄츠 플랫폼(Tanz Plattform Deutschland)은 출품작들의 다양성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무용 관계자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440명의 극장, 축제 감독과 기획자들이 등록을 했고, 기자와 평론가 등 저널리스트들의 수도 88명이나 된다”는 사무국의 발표와 참가자들의 반응, 한껏 고무된 행사 관계자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얻었음을 충분히 가늠하게 했다.
독일 탄츠 플랫폼은 2년마다 독일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면서 개최된다. 올해는 Hellerau-European Center for the Arts Dresden을 중심으로 4개의 극장에서 열렸다. 공식 초청 작품은 14개이며 특별 순서로 드레스덴 오페라 발레단의 “윌리엄 포사이드 프레미어” 공연이 포함되었다.
공연 프로그램 외에도 자신의 안무 작업 과정을 실연을 곁들여 선보이거나, 자국의 무용계나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여러 개 마련되었으며, 참가 아티스트와 기획자, 축제나 극장의 감독 등이 만날 수 있는 리셉션이 매일 두 세개씩 열리곤 했다.
헬라우 예술센터의 공연예술 프로그램 감독이자 이번 플랫폼을 준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Carmen Mehnert는 “참가 작품 선정은 나를 포함한 4명의 위원들이 했다. 이번에 초청된 작품 뿐 아니라 이전 탄츠 플랫폼에 초청된 작품들도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어디서든 해당 작품의 초청을 원하면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며 독일 탄츠 플랫폼이 단순한 1회성 행사가 아닌, 독일 안무가들의 작품을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한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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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작품들과 컨템포러리 댄스의 새로운 경향
이번 드레스덴 탄츠 플랫폼 초청작품을 통해 본 독일 컨템포러리 댄스의 새로운 경향은 독창적인 컨셉트와 무브먼트 조합의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4년전 하노바에서 열린 2008 독일 탄츠 플랫폼에서 목격되었던 테크놀로지나 크로스오버를 배제한 순수한 움직임 중심, 무용수들의 몸에 대한 집요한 탐구 경향은 올해 초청 작품들에서도 더러 목격되긴 했지만, 그 보다는 안무가들의 독창적인 컨셉트 설정을 통한 무용예술의 확장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의 질을 담보로 한 작업들이 많아진 것이 여러 작품들에서 발견되었다.
개막 공연 작품은 2월 23일 밤 헬라우 극장에서 열린 Constanza Macras/Dorky Park 컴퍼니의
10명의 출연자 중 가장 돋보인 댄서는 한국인 무용수 김형민이었다. 지난해 9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 공연 작품인 이 컴퍼니의 <메갈로 폴리스>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던 김형민은 이 작품에서도 열연, 무용수로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헬라우의 관객들 외에도 400명이 넘는 극장, 축제 관계자와 저널리스트들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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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a Baehr의
느린 속도감, 4명 댄서들의 얼굴 표정의 형태와 그 변화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계산되어 있는 점, 무대 위 무용수들의 움직이는 지체에 의한 구성에 익숙해진 춤 관객들에게 인간 신체의 한 부위인 얼굴 표정의 변화까지도 몸의 움직임으로 해석한 안무가의 독창적인 컨셉트와 이를 풀어내는 아이디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Malou Airaudo 가 안무한
이 작품은 이들 세 명 무용수의 긴밀한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곡선적인 조형성과 움직이는 무대세트가 만들어내는 직선적인 조형성의 시각적 조합,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의 각기 다른 움직임을 혼합시킨 구성으로 관람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세 명 무용수 중에는 한국인 무용수 이진도 포함되어 있다.
윌리엄 포사이드가 안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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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공식 초청 작품 중 유일하게 드레스덴의 중심가에 있는 샤우스필하우스에서 공연된 샤샤 발츠 (Sasha Waltz)의 <metamorphoses><metamorphoses>는 음악과 무용을 접목한 작업이었다. 안무가는 샤우스필 하우스의 발코니 객석을 포함한 통로 곳곳에 연주자를 배치, 공연전부터 라이브 연주를 하도록 했다. 샤샤 발츠는 4개의 소품을 통해 현악기 중심, 타악기 중심 등으로 악기군을 다르게 편성하고 무용수들의 즉흥 적인 몸짓에 의한 조합을 시도했으나 전반적으로 공연의 완성도는 기대에 못미쳤다.
</metamorphoses></metamorph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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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드렌스덴 오페라 발레단의 윌리엄 포사이드 프레미어 공연은 안무가로서 포사이드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준 출중한 무대였다. 공연 타이틀만 보아서는 안무가 포사이드가 드레스덴 발레단을 위해 처음 안무한 작품이 올라가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모두 그의 구작들이었고, 한 개 작품(Neue Suite) 만이 처음으로 이 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이엇다.
포사이드는 뛰어난 음악 해석력을 토대로 30여 명의 군무진들을 활용한 큰 스케일의 작품(Artifact Suite)과 남녀 무용수 다섯 커플의 2인무와 1개의 트리오를 엮은 작품(Neue Suite), 무대장치와 음악, 무용수들의 강렬한 움직임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Enemy in the Figure) 등 서로 다른 맛깔의 춤으로 컨템포러리 발레가 갖는 특별한 앙상블을 선사했다.
어두운 조명과 여러 차례 극장의 메인 막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장면 전환을 시도하고, 시종 같은 템포로 연주되는 피아노의 강렬한 포르테에 춤을 접목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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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를 위한 네트워킹의 장
이번 드레스덴 탄츠 플랫폼에서 나는 독일 전역과 인근의 여러 나라의 안무가와 컴퍼니 매니저, 극장과 축제의 감독, 그리고 비평가와 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일일이 짧은 인사를 나누기에도 4일 동안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자국의 무용 단체와 안무가를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고 이를 통해 해외 무대 진출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마켓(Market)이나 플랫폼(Platform), 프린지(Fringe)란 이름을 내건 이 같은 성격의 행사들은 숫적인 증가 뿐 아니라 이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면에서도 점점 더 전략화 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에서 열리는 APAP이나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탄츠 메세 등과 같이 수백개의 부스와 많은 쇼케이스 공연 등이 마련되는 대형 마켓과 달리 댄스 플랫폼은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묶여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2월에 런던에서 열린 영국의 댄스 플랫폼, 6월에 폴란드에서 열리는 댄스 플랫폼이 자국의 무용을 집중 소개하는 장이라면, 7월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Come and See, 12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노르딕 탄츠 플랫폼은 각각 스페인 북부 권역과 북유럽의 국가의 무용단체와 안무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장이다. 2월에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열리는 요코하만 댄스 콜렉션 역시 문호는 모든 나라에 개방되어 있지만 일본 안무가들의 작품이 주축이 되고 있다.
이번 드레스덴 탄츠 플랫폼에서 중국은 2시간에 걸쳐 자국의 안무가 6명의 작업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가졌다, 아프리카의 춤을 소개하고 이들과의 네트워킹을 “Dance Dialogues Africa", 그리고 한국의 컨템포러리댄스 안무가 8명의 작업을 2013년 유럽에 집중 소개하는 Kore-A-Moves 프레젠테이션도 특히 관심을 모았다.
독일의 Tanzhaus nrw와 한국의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주최로 2월 25일 열린 독일의 Kore-A-Moves(KAM) 프레젠테이션에는 30여명의 무용극장 및 축제 관계자, 기획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2013년 2월부터 한달여 동안 북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 안무가들의 2차 유럽 진출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적지 않은 수의 일본 춤비평가들과 공연 기획자들이 새로운 경향의 공연을 목격하고 있었고, 중국의 대규모 프레젠테이션에다 한국의 전략적 국제교류 프로젝트 설명회까지 드레스덴 탄츠 플랫폼은 아시아 3국의 국제교류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장이기도 했다. 여기에 세 명 한국인 무용수들의 뛰어난 활약상을 목격하면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위상에 대해사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했다.
이즈음 들어 국제교류에서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레지던시, 공동제작 등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국제교류의 새로운 양상 역시 네트워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전의 일대일 교류에서 벗어난, 성격이 유사한 집단과의 통합적인 교류의 확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국제행사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