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세계 메이저 발레단에 또 한명의 한국인 주역 무용수가 탄생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솔리스트 강효정은 4월 20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발레 극장에서 있은 존 크랭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줄리엣 역으로 성공적인 데뷔 공연을 가졌다. 공연 후 관객들은 크게 환호했고 12번이 넘도록 커튼콜이 계속 이어지자 예술감독이 직접 무대로 나와 관객들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유학 중인 건축디자이너 이창섭씨가 당일 공연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편집자
공연 후 무대 위에서 주역 무용수 승격 전격 발표
"관객들의 박수가 도대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큰 소리로 울부짖는 관객들도 있었다. 벌써 10번도 훨씬 넘게 커튼콜이 이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예술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나왔고 그는 “우리도 이제 집으로 가야하지 않느냐. 로미오 역을 춤춘 알렉산더 존스를 주역 무용수로 승급시킬 것이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줄리엣이 탄생했다. 강효정이란 한국 출신의 무용수이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보여준 무용수를 어떻게 주역으로 승급시키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하자 관객들의 환호는 더욱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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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의 모습도 여럿 있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모든 공연을 빼놓지 않고 다 본다는 게흐하르트 카울(직업은 의사)은 “환타스틱... 절대적이었다.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공연의 질이 높았다. 줄리엣 역을 맡은 강효정이 한국인 무용수인 줄 몰랐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아시아인으로서 배역 소화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를 잘 극복한 것 같다. 그녀의 줄리엣은 디테일하게 완벽한 것을 갖추었다. 조화로운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유연성과 함께 표현력도 뛰어났다”며 공연을 본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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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온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영상 촬영 책임자인 도라 데트리히는 “수퍼 공연이었다. 음악과 안무, 그리고 무용수들의 춤은 특별한 조화를 이루었다. 줄리엣 역은 사랑스러움과 열정이 중요한데 강효정은 이 둘을 모두 빼어나게 소화해냈다. 모던 발레 작품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공연을 통해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공연 후 강효정은 “오늘 잠을 못 잘것 같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솔리스트가 된지 일년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너무 행복하다. 오늘 공연 전 무대 위의 에너지가 남달랐다. 동료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됐다. 오늘 아침에 강수진 선생님이 예쁜 초콜릿을 선물하며 잘 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성원을 보내준 고국의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