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With코로나 시대의 일본 무대예술계
김희진

세계의 위기, 연극의 위기

본격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시작된 2020년 3월 이후 현재까지 일본에서는 세 번의 걸친 ‘긴급사태선언’(緊急事態宣言)이 발령되었다.(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긴급사태선언 공식 홈페이지 : https://corona.go.jp/emergency/) 이러한 비상조치는 특별조치법에 의거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에 의한 대응으로서, 응급한 상황 이외의 외출이나 이동은 자제하고, 음식점 등의 시설은 영업을 단축하는 등 감염의 위험이 높은 행동을 삼갈 것을 전국적으로 촉구하는 정부로부터의 행정명령이다. 특히 콘서트나 연극 등의 행사 개최 시 수용인원 5,000명 이하, 수용률(좌석률) 50% 이하라는 조건 제한과 20시 이후의 시설 사용 제한 등이 권고사항에 해당된다.
 시기적으로 보면 2020년 4월 첫 선언이 공표된 이후, 2021년 1월에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으며, 이것이 해제된 지 한 달 후인 2021년 4월, 다시 새로운 유행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문화예술 관계 단체 및 시설, 이벤트 또한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예외 없는 일이었다. 도쿄∙쿄토∙나라∙큐슈의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을 비롯하여 국립극장, 신국립극장, 도쿄문화회관, 도쿄예술극장 등의 국공립 문화시설들이 임시휴관을 실시하고, 예정된 전시 및 콘서트, 공연은 연기되거나 중지되었다.
 긴급무대예술아카이브+디지털 씨어터화 지원사업인 EPAD(https://epad.terrada.co.jp/)의 2021년 3월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년간 무대예술계의 경제적 손실은 약 5,000억엔에 달한다고 집계되었다. 공연예술 분야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 연구∙발신하는 피아 리서치(ぴあ総研, PIA Research Institute)의 보고통계에서 보다 정확한 수치를 살펴볼 수 있는데,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일본 국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음악∙스테이지 부문) 시장 규모는, 지난 수년간 이어진 증가 트랜드로부터 급변하여, 코로나의 영향에 의해 전년대비 82.4% 감소한 1,106억엔으로 추산되었다. (https://corporate.pia.jp/news/detail_live_enta20210513.html) 이러한 조사결과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현장 종사자들에게 있어 매우 가혹한 현실로 체감되는 그것일 것이다.




긴급사태조치에 대하여



라이브 공연 2020년 손익추산




팬데믹 상황에서의 문화예술활동의 지속 가능성

세 번째 긴급사태선언 재발령 이후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에는 처음으로 장관의 메시지가 공개되었다. 토쿠라 슌이치(都倉俊一) 장관은 긴급사태가 연장된 것에 대단한 유감을 표하며, 그러나 공표된 가이드라인 내에서 각종 공연과 문화시설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방역지침 준수 하에 실시되는 모든 문화예술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본 문화청이 설치한 감염증대책의 어드바이저리 보드(Advisory Board)의 제언에 따르면, 수용률 70~80%를 손익분기점으로 설정하고 있는 공연단체의 경우 수용률을 50%로 하는 제한이 실질영업금지에 다름없는 조치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고, 검증실험을 통해 고성과 성원이 오가는 공연이 아닐 경우 극장 내에서 집단 비말감염 발생상황의 가능성이 현저히 적음을 인지하며, 감염방지대책이 실시된 공연 가운데 관객 사이에 감염이 퍼지거나 클러스터가 발생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 이벤트 개최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해나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질적 지원책에 대해서는, 일본 내각부의 ‘이벤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의 긴급지원책’과 문화청의 ‘문화예술관계자에 대한 지원정보창구’ 등이 팬데믹 발발 직후 설치되었다. 지난해 레이와 2년도(2020년) 1·2차 보정예산에서는, △ 프리랜서 실연가 등을 위한 지원 △ 소규모 문화예술단체 지원 △ 중·대규모 문화예술단체 지원 등이 ‘문화예술활동에의 긴급종합지원 패키지’로서 이루어졌으며 일부 스포츠 업계를 포함하여 약 560억엔이 책정되었다.
 현재 문화청에서 지원하는 각종 지원사업의 종류로는, 크게 △ 2020년 제3차 보정예산 250억원이 책정되어 실질적으로 긴급사태선언 아래 캔슬료 등을 포함한 보조 지원을 하는 ART for the future! △ 사업 문화시설의 감염확대 예방 및 활동지원환경 정비를 위한 비용의 1/2을를 보조하는 문화시설지원사업 △ 대규모 공연장 및 지역 문화예술단체 연계 공연 지원 사업 등이 있다. 이외에도 전국의 각 지자체가 실시하는 코로나 시대의 문화예술 부흥을 위한 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창설되는 중이다.




문화청 장관 메세지



문화청 지원사업정보자료




온라인으로 만나는 무대

2020년 일본 춤계 상황은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이 혼돈과 프리즈(Freeze) 그 자체였다. 특히 해외 무용 단체의 원정 공연일 경우, 대다수의 나라에서 국경을 봉쇄한 상태이기에 앞서 예정된 공연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중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도쿄문화회관에서 8월 공연 예정이었던 도쿄발레단의 파리 오페라좌 발레단과 영국 로열 발레단과의 합동갈라인 〈발레 스프림 2020〉(バレエ・スプリーム2020)을 비롯하여, 당초 5월 방일 예정이었던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볼레로〉 외 스페셜 무대는 9월로 연기되었으나, 입국제한이 완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공연 자체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11월에 예정 공연인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의 일본 투어 공연,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중지 결정이 확정되었다. 신년을 맞이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21년 3월 도쿄문화회관에서 상연 예정이었던 함부르크 발레단의 갈라공연과 〈안나 카레니나〉는 존 노이마이어의 영상 메세지와 함께 공연 중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두번째 긴급사태가 완화된 이후 일본 국내 무용단의 경우는 수용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100% 예약제를 실시하는 등 철저한 방역지침 아래 막을 올리려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도쿄문화회관 대극장에서2021년 2월 6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상연된 NBA발레단의 〈신데렐라〉,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치뤄진 도쿄발레단의 〈지젤〉,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상연된 신국립극장 발레단 2020/2021 시즌 레퍼토리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의 무대들은 발레 팬들에게 있어 반가운 소식이었다. 또, 요코하마 아카렌가를 배경으로 다양한 현대무용 공연 신작과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댄스 페스티벌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또한 2월 4일부터 21일까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생활 전반이 변화한 만큼 무대 환경 역시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관객들과 교류하는 방식을 택했다.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는 입국제한으로 인해 직접 만날 수 없는 해외 무용단의 작품을 영상 상연했는데, 김재덕 무용단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 알랭 플라텔의 Les ballets C de la B 무용단의 〈Out of Context-For Pina〉 외 3작품이 영상 상연되었고, 작년도 12월 9일에 개최된 야외광장 퍼포먼스인 JAPAN LIVE YELL Project 요코하마&카나가와 〈아오소라댄스 in 요코하마아카렌가창고〉는 현재 유튜브에서 무료 공개 중이다.




ⓒ요코하마댄스컬렉션 공식홈페이지



ⓒ신국립극장 발레단 공식홈페이지




 또, 신국립극장 발레단은 3차 긴급사태선언이 발효된 직후인 5월 2일 ~부터 8일까지 예정된 롤랑 프티 안무의 〈코펠리아〉의 4회 공연을 무관객·무료 라이브 발신으로 과감한 변경을 시도했는데, 일본 국내에서는 상당히 주목도가 높아 단 3회 공연만으로 약 12만 3천명이 시청을 기록했다. 본 발레단은 이미 1월의 두 번째 긴급선언 이후 〈뉴 이어즈 발레〉와 〈호두까기 인형〉을 각각 온라인 무·유료 공연으로 전환된 바 있다.
 일본 최초 공공극장 전속무용단인 니가타현(新潟県) 시민예술문화회관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Noism 댄스 컴퍼니는 영상무용 〈BOLERO 2020〉을 유료 공개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 무료 공개된 작품으로는 The Japan Foundation 국제교류기금 공식채널에서 쿠로다 이쿠요(黒田育世)가 이끄는 BATIK 무용단의 2017년 초연작 〈THE RELIGION OF BIRDS〉, 우메다 히로아키(梅田宏明)의 〈Median〉, KAAT카나가와예술극장 공식채널에서 히라하라 신타로(平原慎太郎)가 이끄는 오르간웍스(OrganWorks)의 〈들여다보기〉(のぞき/know the key)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워크샵과 레슨을 감상할 수 있다.

 무대예술 전반적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현재 공익재단법인 도쿄도역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도쿄 도내의 박물관・미술관・공연장 등이 제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정리해 소개하는 ‘집에서 컬쳐’(おうちでカルチャー, #Culture From Home, www.rekibun.or.jp/culturefromhome) 공개하고 있다. 아츠 카운실 도쿄, 도쿄문화회관, 도쿄예술극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자가 검색해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사이트이다.
 특히 신설된 일본 무대공연영상 정보 검색 사이트인 JDTA(Japan Digital Theatre Archives, https://enpaku-jdta.jp/)는 연극, 무용, 전통예능 폭넓은 세 분야의 공연 영상 1,2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한 것이다. 저작권 처리가 완료된 작품 280편에 한해 문화청 문화예술수익력강화사업의 하나인 EPAD를 통해 유료시청이 가능하며, 수익은 작품의 주최단체에 환원된다. 문화청 예산을 활용하여 7억 500만엔의 사업비가 쓰였으며, 공연 영상 데이터를 제공한 협력 주최단체에는 그 댓가로 이미 총액 5억엔 정도가 지불되었다. 여기에는 영상 뿐만 아니라 무대 사진, 도면, 디자인화 등 다양한 무대미술자료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제작 측인 와세다 대학 연극박물관에서 예약을 통해 관내 시청이 가능하다. 또, 일본극작가협회가 새로이 개설한 특설 사이트 ‘희곡 디지털 아카이브’https://playtextdigitalarchive.com/)는 일본의 저명한 극작가의 모든 희곡을 무료로 열람·다운로드 가능하게 오픈한 상태이다.
 이처럼 당분간은 각종 무대와 공연 이벤트, 페스티벌 등이 실제 객석과 무대에서보다는 각각 온라인과 안방 스크린에서 실연자와 향유자가 소통하는 만남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의 유행이 전세계의 무대예술 현장의 일상을 뒤바꿔 버렸다는 사실은 아무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20년 상반기는 현세대의 인류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사상초유의 사태에 무기력하고 당황스런 상태로 시간을 보냈으며, 하반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인 채로 현실을 수용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리고 코로나 1년, 기존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빼앗긴 대신 사람들은 각자의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with 코로나’ (ウィズコロナ)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단어가 나타내는 그대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일상을 보내는 방법을 엉성하게나마 점차 터득하고 나가고 있는 듯하다.
 오늘날 일본 사회는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를 껴안고 있다. 긴급사태선언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치솟고, 경제 침체와 성장률 수치는 날이 갈수록 최저기록을 갱신 중이다. 일본 자위대가 운영하는 대규모 백신접종센터 웹페이지의 예약시스템의 오류가 발견되는 등 느린 아날로그 행정 시스템이 백신 보급과 접종을 늦추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올림픽을 앞두고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반대 깃발을 들고 여론이 거세지는 등 일본 정부의 악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한숨과 불안은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모두의 현명한 대처와 안전에 기한 협력이 절실한 때가 아닐 수 없다.

김희진 

극작가, 연출가, 퍼실리테이터. 니혼대학에서 무대예술을 전공했으며, 부조리극과 청소년극을 연구하고 있다. 무대예술 아티스트를 위한 뉴스레터를 제작중이다.​

2021. 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