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프랑스 비아리츠 무용 축제
춤을 사랑하는 시간
이선아_〈춤웹진〉 유럽 통신원

비아리츠(Biarritz)는 프랑스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페인 국경에서 가깝다. 프랑스에서는 이 지역을 바스크 지방이라고도 부른다.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서 그들만의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언어, 전통춤과 의상, 치즈 그리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초콜릿과 아이스크림까지 바스크 지방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이런 비아리츠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서핑이다. 수영하기에 다소 위험할 만큼 거센 비아리츠의 파도는 서퍼들에게 인기가 좋다.
 최근 비아리츠는 8월 24일과 26일 사이 G7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비아리츠는 이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약 2주간 비아리츠 도심과 해변이 모두 폐쇄됐고, 거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만 명이 넘는 경찰들로 배치됐다.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매년 여름 서핑으로 비아리츠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은 비아리츠 무용 축제가 시작되는 기간(9월6일-15일)이 돼서야 잠잠해졌다.




©2019 Le Temps d’Aimer




 올해로 29회를 맞은 축제 〈르 떵 데메 라 당스(Le Temps d’Aimer la Danse)〉는 “춤을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비아리츠 국립 안무 센터(CCN) 예술감독 안무가 티에리 말랑당(Thierry Malandain)이 이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티에리 말랑당 소개와 신작 소식, 〈춤웹진〉 5월호 참고 http://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163&board_name=from_abroad)
 르 떵 데메는 뜻 그대로 무용을 사랑하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티에리는 이 축제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춤과 문화를 비아리츠 지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도 발레, 현대무용, 플라멩코 그리고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춤들이 소개됐다. 이전에 비아리츠 사람들은 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용을 사랑하고 있다.
 축제는 극장 공연 외에도 거리공연, 해변에서의 발레 바 수업 그리고 공개 리허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 공개 리허설은 ‘남쪽 역’ 극장 앞 공원에 공개 리허설을 위해 특별히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매일 정오 그날 저녁에 있을 공연을 30분간 공개 리허설로 만나볼 수 있다. 안무가가 어떤 동작들을 지적하고, 어떻게 다듬어 지는지 볼 수 있는 기회다. 관객들은 동네 어르신들부터 꼬마들까지 다양하다. 특별히 준비된 의자 없이 잔디밭에 앉아 보지만 관객들의 집중도와 매너는 극장에서 보는 조건과 같다. 누구하나 쉽게 자리를 뜨거나 방해될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이번 축제에 초대된 안무가들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젊은 안무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마틴 하리아게(Martin Harriague) 〈Fossile〉

마틴 하리아게는 1986년 프랑스 바욘(Bayonne) 출생이다. 19살에 무용을 시작한 후, 2007년 말랑당 발레 비아리츠 쥬니어에 합류, 2008년에는 마르세유 국립 발레단 등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키부츠 현대 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지금은 말랑당 발레 비아리츠에서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상주하면서, 프리랜서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하리아게는 최근 말랑당 발레 비아리츠(Malandain Ballet Biarritz), 라이프치히 오페라(Oper Leipzig), 키부츠 현대 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등 유명 무용단에 게스트 안무가로 초대되어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 작품들이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최근 주목받는 안무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8년 말랑당 발레 비아리츠 무용수들과 작업한 〈Sirènes〉 영상 하나만 봐도 그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youtu.be/snZKX8h-X1I)
 이번에 발표한 신작 〈Fossile〉 은 듀엣 작품이다. 덴마크 무용수 프리다 담 시에델(Frida Dam Seidel)이 함께했다. 시에델은 현재 구텐베르크 오페라 댄스 컴패니(Göteborgsoperans Dans-Kompani)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에 있으며, 오하드 나하린, 샤론 에얄 등 유명 안무가들과 작업한 경험이 있다. 하리아게와 프리다는 키부츠 현대 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만났다.








Martin Harriague 〈Fossile〉 ©Stéphane Belloc




 〈Fossile〉은 바다 환경오염과 멸종 위기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검은 플라스틱 비닐이 무대 전체를 뒤엎은 채 파도처럼 출렁인다. 오염된 바다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좋은 자리에 앉아 보는데도 불구하고 잘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비아리츠에는 카지노(Casino) 극장과 남쪽 역(Gare du Midi)이라는 두 개의 대극장이 있다. 카지노 극장은 관객의 눈높이와 무대 높이가 같아 무용 공연을 위해서는 좋은 조건의 극장이 아니다. 반면 ‘남쪽 역’ 대극장은 비아리츠에 국립안무센터가 설립되고 무용이 활성화되면서 무용 전용극장으로 지어졌다. 이번에 마틴 하리아게 작품 같은 경우, 카지노 극장에서 작품을 발표하면서 아쉽게도 작품 초반의 바닥 장면들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검은 비닐이 출렁이고 오염된 바다 속에서 홀로 남겨진 남자, 하리아게가 나온다. 그 후 여자 무용수(시에델)가 무대 위로 나오고 바닷가에서 해골을 발견한다. 시에델은 한 손에 해골을 잡고 자신의 머리와 해골의 거리감을 유지하며 춤을 춘다. 마치 듀엣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시에델의 춤 실력은 물론 시에델의 존재감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이 해골은 사람이 된다. 여자 무용수 시에델은 사람이 된 하리아게의 몸을 살려내기 위해 애쓴다. 몸의 감각을 하나씩 깨워나가는 이 듀엣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자 무용수 시에델의 춤이 굉장히 훌륭했는데, 이 무용수의 역할이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잃어버린 낙원, 에덴의 동산 이미지를 재치있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면서 끝이 난다. 환경오염이라는 주제로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그것이 무용으로 얼마만큼 잘 표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상상하는 이미지를 끌어내는 연출력과 재능이 돋보였다.

이선아 

현재 파리에서 거주중이며 자신의 단체 선아당스(SunadanSe)와 프랑스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무용단 “Compagnie Le Guetteur”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춤웹진>을 통해 프랑스 무용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 

2019.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