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프랑스 현지취재_ 라시드 우람단(Rachid Ouramdane) 신작
Variation(s)
이선아_〈춤웹진〉 유럽 통신원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이 10월 9~11일 봉리우 안시 국립 극장(Bonlieu Scène nationale Annecy)에서 신작 〈Variation(s)〉을 발표했다. 라시드 우람단은 2016년부터 안무가 요한 부르조아(Yoann Bourgeois)와 함께 그르나블 국립현대무용센터(CCN de Grenoble)에서 공동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라시드 우람단(Rachid Ouramdane)




필자가 라시드 우람단을 알게 된 건 2016년 〈Tordre〉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이 작품에 출연한 아니 하나워(Annie Hanauer)와 로라 주아드카이트(Lora Juodkaite)는 라시드 우람단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역 무용수들이다. 한쪽에 의수를 끼고 춤추는 아니 하나워(Annie Hanauer)와 어릴 때부터 초월적인 스핀을 돌면서 자신을 표출했다는 라우라 주아드카이트. 이 작품은 이 두 여자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을 보는 동안 몇 번이나 울컥하는 감정들이 올라왔다. 라시드 우람단은 인간의 깊은 내면을 볼 줄 아는 안무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후 신작이 나올 때면 관심있게 보고 있다.




〈Tordre〉 ⓒRachid Ouramdane




2018년에 발표한 〈Franchir la nuit〉는 정체성, 난민 그리고 망명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6명의 전문 무용수와 많은 어린이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영상, 물, 빛을 이용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었지만, 관객과 비평가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Franchir La Nuit〉 ⓒRachid Ouramdane




〈Variation(s)〉

2019년 신작 〈Variation(s)〉은 특별한 개성을 가진 두 무용수의 솔로다. 음악가 Jean-Baptiste Julien이 작곡한 같은 음악에 맞춰 각자의 솔로춤을 춘다. 여기서 음악은 이 두 개의 솔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Teaser Variation(s) - Rachid Ouramdane from CCN2 Grenoble on Vimeo.

 



루벤 샨세(Ruben Sanchez)와 아니 하나워 (Annie Hanauer) ⓒRachid Ouramdane




첫 번째 솔로, 루벤 산셰(Ruben Sanchez)

무용수 루벤 산셰는 전문 탭 댄서이다. 루벤 산셰가 보여준 춤은 전형적인 탭 댄스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루벤 산셰는 탭댄스의 테크닉을 활용하면서도 탭댄스와 현대무용의 경계 안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그의 즐거움과 열정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루벤 산셰는 라시드 우람단 작품에 몇 차례 무용수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 탭 댄스 리듬과 분위기 그리고 움직임을 현대무용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얀 댄스 플로어 위에 하얀 나무판 그리고 그 주변에 설치된 4개의 마이크. 검은 의상에 검은 탭 댄스화를 신은 무용수의 스텝이 마이크에 울리고 바로 녹음/재생이 되면서 작품 음악(재즈)과 조화를 이룬다. 천천히 걷고, 뛰고, 신발 밑창을 끄는 등 복잡한 스텝과 다양한 소리들은 곧 음악이 된다. 무용수가 상체의 힘을 빼고 스텝에 집중하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좋았다. 무용수는 하체와 스텝을 이용한 째즈 타악기 연주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깔끔한 무대와 적절하게 조금씩 변하는 조명의 색깔과 그림자 효과까지 그의 춤을 집중하게 하는 효과적인 무대 연출도 좋았다.




VARIATIONS(S) ⓒRachid Ouramdane




두 번째 솔로춤, 아니 하나워(Annie Hanauer)

무용수 아니 하나워(Annie Hanauer)는 미국 출생이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현재 런던에서 거주 중이며 프랑스와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아니 하나워는 팔 한쪽이 없다. 그녀가 무대에 서면 관객의 시선은 그녀의 팔에 끼워진 의수로 향한다. 그러나 그녀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 곧 섬세하고 아름다운 춤에 매료되고 만다. 한쪽 팔이 없음에도 춤을 잘 추는 무용수가 아니라 아니 하나워는 정말 춤을 잘 추는 무용수다. 그녀의 섬세한 움직임은 앞에서 춤춘 루벤 산셰와 다른 공기,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VARIATIONS(S) ⓒRachid Ouramdane




 두 무용수가 사용한 같은 음악은 마치 다른 음악처럼 들린다. 아니 하나워의 움직임은 가볍고 섬세하다. 음악보다 살짝 먼저 치고 들어가는 엇박자의 움직임은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몸 관절을 분리하면서 스타카토로 속도감 있게 움직이는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는데,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번 작품은 몸과 음악의 연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지만, 아니 하나워 무용수의 강점은 몸의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Tordre〉 작품을 (필자가) 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니 하나워 존재감 때문이다. 섬세한 춤, 감정을 몸으로 담아내는 표현력이 아름다운 무용수다. 이런 그녀의 특별함이 라시드 우람단이 여러 작품에 아니 하나워를 주역 무용수로 출연시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2020년 6월 파리 떼아트르 드 라 빌(Theatre de la Ville)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선아 

현재 파리에서 거주중이며 자신의 단체 선아당스(SunadanSe)와 프랑스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무용단 “Compagnie Le Guetteur”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춤웹진>을 통해 프랑스 무용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 ​ 

2019. 12.
사진제공_Rachid Ouramdane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