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마기 마랭(Maguy Marin) 다큐영화 & 인터뷰
아들 다비드 맘부쉬가 전하는 〈마기 마랭, 조속한 몸짓〉
이선아_〈춤웹진〉 유럽 통신원

안무가 마기 마랭(Maguy Marin)에 관한 다큐영화 〈마기 마랭, 조속한 몸짓〉(Maguy Marin, l’urgence d’agir)이 제작됐다. 이 영화는 마기 마랭의 아들 다비드 맘부쉬(David Mambouch)가 감독 및 나래이션을 맡았다. 3월 9일과 11일 떼아트르 드 라 빌(Théâtre de la Ville) 주관으로 에스빠스 까르댕(Espace Cardin) 극장에서 상영됐다. 또한 같은 장소에서 2월 27일부터 3월 11일까지 마기마랭의 대표작 〈May B〉가 공연됐다. 〈May B〉는 1981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지금도 투어 중에 있으며, 곧 40주년을 맞이한다. 40년 넘게 지속되는 작품은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안에서도 〈May B〉 작품이 유일하다. 공연 때마다 티켓이 매진되는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마기 마랭, 조속한 몸짓〉은 아들 다비드 맘부쉬의 이야기, 어머니 마기 마랭 그리고 무용단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작품 〈May B〉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마기 마랭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 그가 영화배우이며, (한국에도 내한했던) 작품 〈징슈필〉(Singspiele) 솔로작에 출연한 무용수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영화는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만든 다큐라는 의미도 있지만, 다비드 맘부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의미도 있다.








 

다큐영화 〈Maguy Marin, l’urgence d’agir〉 ⓒLaurence Danière , Didier Grappe, Tim Douet




“내가 뱃속에 있는 동안 어머니 마기 마랭은 그녀의 대표작 〈May B〉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말 그대로 공연이라는 세계 안에서 태어났다.
나는 무용 바닥과 무대 뒤에서 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는 아침 워밍업, 리허설,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나는 공연 투어에 함께 다니며 기차, 비행기, 호텔, 식당을 따라다녔다.
나는 웃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무릎 위에 종종 잠들곤 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졌으며, 시나리오 작성, 12 편의 단편 영화 그리고 비디오 등 다양한 에세이를 쓰고 감독했다. 어머니와 나는 자주 제안했고, 함께 일했다. 나는 마침내 2013년 한 무용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May B〉에 합류했다. 나는 이 작품을 5 일 만에 배웠다. 이미 내 몸 안에 안무가 베어 있는 것을 보고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나는 마기 마랭 무용단과 작품 〈May B〉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 내 욕망에 관해 어머니와 자주 대화를 나눴다. 작품이 창작된 지 30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아주 드물게 장수 공연이 되고 있는 작품 〈May B〉에 관한 다큐를.

오늘, 나는 관객에게 〈May B〉 작품의 내부를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 싶다.”   ─ 다비드 맘부쉬

 


영화는 작품〈May B〉에 나오는 슈베르트 음악과 함께 맘부쉬의 나래이션으로 시작된다. “나는 진흙과 먼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화면은 무용수들이 공연 전 진흙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과 분장 과정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코 위에 콧대를 또는 커다란 귀를 덧대거나 아이라인을 짙게 그린다. 카메라는 무용수들의 눈동자를 확대해서 보여준다. 공허한 표정과 깊은 눈빛은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걸어갈 때마다 몸에서 떨어지는 진흙 먼지, 발자국 소리 하나하나까지 카메라는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다큐 상영 및 〈May B〉 공연 기간에 열린 사진 전시(떼아트르 드 라 빌 극장 로비) ⓒ이선아

사진전 작가: Claude Bricage, Laurence Danière, Jean-Louis Fernandez 




 리허설 장면 중,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나누고 싶다. 〈May B〉 공연 초반, 무용수들이 말이 아닌, 목으로 소리를 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연습하기 위해 무용수들이 동그랗게 모여 “음, 음, 음” 소리를 낸다. 마기 마랭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언성을 높인다. “이 사람의 목을 자세히 봐” 하며 무용수 한 명을 지목한다. 그의 목은 소리를 낼 때마다 공기로 가득 차면서 부풀어졌다. 배에서부터 힘을 끌어당겨 목을 부풀리면서 내는 소리다. 마기 마랭이 힘주어 이야기한다. “동물이라고 생각해, 동물. 몸으로 얘기해! encore, encore, encore(다시, 다시, 다시)!!” 무용수들이 끊임없이 연습한다. 마기 마랭의 “Yes” 소리가 나올 때까지 온 힘을 다한다. 그러자 무용수들의 목이 한 명씩 한 명씩 부풀어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신기해 집에 와서 한번 따라해 봤는데, 목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 무용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그 외에도 리허설 장면들은 진지했고, 긴장감이 흘렀다. 안무가 마기 마랭이 원하는 장면은 정확했고, 그 장면이 나올 때까지 무용수들의 연습은 계속됐다. 무용수들 중 젊은 사람도 보였지만, 대부분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무용수들의 열정, 안무가에 대한 신뢰와 결속력이 대단해 보였다.
 영화 속 마기 마랭은 무용단의 강인한 어머니 같기도 했고, 혁명가ㆍ정치가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표현수단으로 보여졌다. 무용수들과 소통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태도, 목소리 그리고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참 인상적이었다.








 

다큐영화 〈Maguy Marin, l’urgence d’agir〉 ⓒLaurence Danière, Didier Grappe, Tim Douet




 영화 속 반가운 인물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라질 안무가 리아 호드리게스(Lia Rodrigues)다. 리아 호드리게스는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브라질,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중요한 안무가 중 한 명이다. 호드리게스가 궁금하다면 유투브에서 “Pindorama - Lia Rodrigues” 검색해 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잊지 못할 작품 중 하나다. 그녀는 젊은 시절 마기 마랭 무용단의 무용수였고, 작품 〈May B〉에 참여한 적이 있다. 지금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 자신의 무용단을 갖고 있다. 마기 마랭은 단 한번 〈May B〉 작품을 전수한 적이 있는데, 바로 리아호드리게스무용단이다. 2018년 10월 파리에서 공연된 적이 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웃고 대화를 나누는 호드리게스와 마기 마랭의 관계가 돈독해 보인다. 맘부쉬는 브라질 리아호드리게스무용단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연습과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리아호드리게스무용단의 리허설은 예술과 교육 그리고 폭력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촬영되었다.” 
 다비드 맘부쉬 


 〈May B〉는 베케트(S. Beckett)의 연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가난한,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그리고 노숙자처럼 갈 곳 없는 사람들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마기 마랭은 가족에 관해 이야기한다. 부모님이 스페인 사람이라는 것, 어머니가 직접 의상을 만드셨던 이야기. 남편이 작품 〈May B〉의 초기 멤버였다는 사실 등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눈다. 이 영화는 예술, 무용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 안무가를 주제로 한 다큐영화가 일반 영화관에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프랑스의 다양한 축제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한국의 무용 축제나 기관을 통해 이 다큐가 소개 되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상영시간: 1시간 48분)

 “무용은 움직이는 실제적 정치가 된다. 불안정한 인간의 삶에도 불구하고, 그녀는(마기 마랭)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아녜스 이즈린Agnès Izrine(dansercanalhistorique.fr) 



마기 마랭과의 인터뷰



마기 마랭(Maguy Marin) ⓒTim Douet




최근 주요 관심사가 궁금합니다.
최근 저는 제 나라의 정치 및 사회 뉴스에 관심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동원되는 것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초기작 〈May B〉와 최근 작품들을 비교할 때 작품 구성 방식이 달라졌나요?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네, 다릅니다. 오늘 저는 출연자들과 텍스트, 영화, 이미지 그리고 의심스러운 부분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이 대화하고 공유합니다. 〈May B〉 작업 시절 저는 오랜 기간 동안 멈추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쓰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습니다. 우리의(무용수들과의) 관계성에 있어서 크게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전 작품과 오늘날의 작품을 비교했을 때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네, 실제로는 다릅니다. 내 대답이 흥미로운 대답일지 확신할 수 없네요. 왜냐하면 내게 작업은 항상 춤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디오를 보더라도 오래된 작품과 최근의 작품을 비교해 봤을 때 그 달라진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작업의 시작점은 무엇입니까?
특정 작업에 대한 출발점은 따로 없지만 일을 시작하는 특정 날짜는 있습니다. 나의 독서물, 영화, 뉴스, 많은 것을 보고, 읽고, 듣습니다. 이 누적된 경험들이 제 작업의 밑 그림이 되고, 붉은 실이 조금씩 조금씩 나타납니다.

인터뷰 전 당신에 대한 (한국) 기사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당신을 피나 바우쉬(Pina Bausch)와 비교하는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신과 피나 바우쉬 간의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피나 바우쉬 같은 위대한 예술가와 비교하면 정말 영광입니다. 그의 작품과 내 작품 사이에는 춤과 연극 관계뿐 아니라 의상, 액세서리 등의 연관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작업과 나의 것은 다릅니다. 저는 스페인 사람, 그녀는 독일인, 우리는 매우 구체적인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선아 

현재 파리에서 거주중이며 자신의 단체 선아당스(SunadanSe)와 프랑스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무용단 “Compagnie Le Guetteur”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춤웹진>을 통해 프랑스 무용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9. 04.
사진제공_Laurence Dasniere, Didier Grappe, Tim Douet, 이선아 *춤웹진